제 갈길 가는 美, 대북 원유 공급 중단 UN결의안 시도… 여전히 우호적이지 않은 中
  •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빈 방한 했을 당시 모습. ⓒ청와대 제공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빈 방한 했을 당시 모습. ⓒ청와대 제공

    미국이 북한에 원유 공급을 제한하는 내용의 새 유엔 결의안을 추진키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합동군사훈련 연기를 언급하는 등 친중행보를 이어가는 가운데 그동안 침묵하던 미국이 한층 높은 수위의 외교로 맞받아친 것으로, 양국간 엇갈린 행보에 문 대통령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2일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새로운 유엔 결의안 추진에 한국이 적극 동참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는 "청와대는 (대북 제재 관련) 유엔 결의안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왔다"고 밝혔다. 원론적인 답변이지만, 청와대 안팎은 적잖이 어수선한 분위기다.

    이 관계자는 유엔 결의안에 대한 중국 측의 적극적 자세도 요구할 방침이냐는 질문에 "관련 사안은 외교부에서 하는 일"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앞서 프랑스 AFP·영국 로이터 통신 등은 지난 20일(현지시각) "미국이 북한에 원유 공급을 제한하는 내용의 새로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미국이 지난 주 중국에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 초안을 전달하고 관련 내용을 논의 중"이라며 "조만간 결의안 초안을 안보리에 제출할 것"이라고 했다.

    유엔 안보리는 한국시각으로 오는 23일 새 대북제재 결의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미국이 내놓은 이번 결의안에는 북한에 석유 공급을 90% 이상 줄이고 러시아와 중국에 있는 북한 노동자들이 귀환할 것을 명령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수출 금지 대상도 대폭 늘어났다.

    북한에 대한 압박을 한 단계 더 끌어 올리려는 미국의 결정은 한국과 노선이 다른 엇박자 외교행보여서 이례적이다. 미국은 지난달 8일까지만 해도 한·미 공동언론발표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정책 관련 긴밀한 협의와 조율,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약속했다"고 했다.

    이어 "양 정상은 북한이 현재 전세계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 2371호 및 2375호를 포함, 모든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를 충실하고 철저하게 이행해 나가기로 했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에는 한국이 유엔총회에서 '예루살렘 지위에 대한 어떤 결정도 거부한다'는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에게 반대하는 표를 던지면 우리는 돈을 아낄 수 있다. 이번 투표를 지켜볼 것"이라 했지만, 우리 정부는 결국 미국의 반대편에 섰다.

    결국 표결이 부결되자 니키 헤일리 유엔 미국대사는 "이번 투표로 인해 미국인들이 UN을 보는 시선과, 우리가 UN에서 우리를 무시한 나라들을 보는 시선이 달라질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청와대의 연이은 친중행보도 미국의 이번 결정에 영향을 준 듯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14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만나 북핵 문제 해법에 대해 논의한 이후 친중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한중 정상회담 직후 브리핑에서 "북한 도발에 억지·대응 및 제재.압박 지속을 통한 북한의 대화로의 견인을 포함,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보다 중요한 역할을 요청했다"며 "중국 측의 안보리 결의 이행 노력을 평가하고 향후 지속적인 철저한 이행의 필요성도 강조했다"고 했다.

    이후에도 문재인 정부는 중국과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계속했다. 정권의 핵심 관계자들은 지난 13일부터 3박 4일간 방중기간 동안 의전 논란, 혼밥 논란 등이 있었음에도 한중 정상회담의 성과가 컸다고 자평했다. 한·중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정부는 중국 측에 원유 공급 중단 등의 언급은 꺼내지 않았고 향후 압박의 수위를 높이자는 내용도 말하지 않았다.

    또한 문 대통령은 미국 〈NBC〉와 인터뷰에서 평창 올림픽 기간을 전제로 "'한미합동군사훈련 연기'를 미국 측에 제안했으며 미국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제안했던 쌍중단(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활동과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는 것)과 비슷한 해법이다. 북핵 문제를 제재 대신 대화로 풀어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의 친중행보에도 불구하고 대북제재와 관련한 중국의 협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한·중 정상회담 이후에도 중국 측의 태도가 거의 변하지 않아서다.

    문재인 정부는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 외교 관계가 잘 풀릴 것이라 낙관 했지만, 중국은 내년 1월을 기점으로 한국에 대한 단체 관광 금지 조치를 다시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여전한 거리가 확인된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외교부를 통해 중국 당국에 한중 정상회담 결과가 잘 이행될 수 있도록 사후조치를 요청하고 있다"며 "아시다시피 리커창 총리가 약속한 게 아니냐"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 외교부는 관광 비자를 제한한 사실이 없다고 하지만 각 지방성의 방침과는 온도차가 있는 것 같다"며 "그 간극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외교 행보에 대한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성원 원내대변인은 22일 논평을 통해 "온갖 굴욕에도 외교부 장관은 이번 대통령의 외교성과가 90점이라고 했지만, 정상회담 직후 중국 군용기가 대한민국 하늘을 침범하고 한국행 관광금지도 또다시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 역시 지난 21일 논평을 통해 "한반도문제의 운전석에 앉겠다고 공언한 초보운전 정권이 한미연합 군사훈련 파탄마저 불러오고 있어 국민들의 불안은 갈수록 더 가중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 수석대변인은 "3개월 후면 북한이 핵개발 완성과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완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엄중한 상황"이라며 "문재인 정권이 국가 안보와 국민의 안위보다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