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안보 분야, 한국 核 포기 선언… 무조건 '평화' 거듭 강조분배 중심 경제 천명, 사회개혁으로 공수처 기능 강조 "내 주변부터"
  • ▲ 1일 오전 국회에서 '2018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시정연설을 하는 문재인 대통령. ⓒ뉴데일리 DB
    ▲ 1일 오전 국회에서 '2018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시정연설을 하는 문재인 대통령. ⓒ뉴데일리 DB

    문재인 대통령은 1일 오전 국회에서 ‘2018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정부 시정연설을 치렀다. 취임 후 2번째 시정연설이었다. 이날 연설은 '국가가 국민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느냐'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주로 문재인 정부의 경제 철학이 담긴 연설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의 경제 철학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예산안 내용을 설명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람중심 경제’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경제 정책 핵심은 성장이 아닌 분배였다. 

    이날 연설을 대하는 여야의 온도 차는 극명했다. 문 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여당 의원들만 22번의 박수를 쳤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좌석 모니터 앞에 '민주주의 유린 방송장악 저지' 피켓을 붙이고 장내 시위를 벌였다. 연설 도중 '공영방송 장악 음모! 밝혀라!' ‘北 나포어선 7일간 행적! 밝혀라!’ ‘북핵규탄 UN결의안 기권! 밝혀라!’라는 세 개의 현수막을 준비해 문 대통령의 연설에 화답했다. 


    ◆사회 불평등 해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촛불집회를 거론하며 "아무리 노력해도 개인의 힘만으로는 고단한 삶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고발이었다. 국민의 삶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자는 선언이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보다 민주적인 나라, 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는 국민이 요구한 새 정부의 책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제가 이 책무를 절반이라도 해낼 수 있다면 저의 시대적 소명을 다한 것으로 여길 수 있을 것"이라며 "국회도 나아가서는 우리 정치 모두가 적어도 이 책무만큼은 공동의 책무로 여겨주실 것을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 부분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첫 박수가 흘러나왔다. 

    문 대통령은 "성실하게 하루 8시간 일하면 먹고사는 걱정은 없도록 정책을 혁신해야 한다"며 "아프면 돈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또 "자신의 꿈과 재능을 펼칠 기회를 부당하게 빼앗기지 않도록 잘못된 관행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중심 경제 

    문재인 대통령이 내건 경제 철학은 '사람중심 경제'였다. 문 대통령은 "사람중심 경제는 경제성장의 과실이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경제"라고 소개했지만, 사실상 분배중심의 경제였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와 늘어난 가계소득이 내수를 이끌어 성장하는 경제, 혁신창업과 새로운 산업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경제, 모든 사람, 모든 기업이 공정한 기회와 규칙 속에서 경쟁하는 경제"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 누구라도 낡은 질서나 관행에 좌절하지 않도록, 국민 누구라도 평등하고 공정한 기회를 갖도록 바꿔나가겠다"며 "이것이 제가 말하는 적폐청산"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2018년 예산안 총 지출액은 429조 원이다. 올해보다 7.1% 증가한 수준이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을 ▲일자리 ▲가계소득 증대 ▲혁신 성장 ▲국민안전 및 안보라는 측면에 초점을 맞춰 책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올해보다 2조 1천억 증가한 19조 3천억을 일자리 예산으로 책정했다. 일자리 예산은 주로 공무원과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늘리고 정규직을 대거 양산하는 데 집중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찰·집배원·근로감독관 등 공무원을 3만 명 증원하고, 보육·요양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 1만 2천 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청년 일자리를 위해 중소기업이 청년 3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할 겨우 한 명분 임금을 지원하는 추가채용 제도를 2만 명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중소기업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1인당 전환지원금과 세제지원을 대폭 확대키로 했다. 임금을 인상한 중소기업의 경우 세액공제율을 2배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 가처분 소득을 증가시키기 위해 복지 정책을 확대키로 했다. 

    저소득 청년을 위한 청년희망키움통장 제도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른바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의료비 개선안도 나왔다. 정부는 의료비 지원 대상을 4대 중증질환에서 모든 질환으로 확대 치매국가책임제 등 실시하기로 했다. 

    사회 전반에 걸친 수당 금액도 많이 늘어났다. 5세 이하 아동수당을 도입해 내년 7월부터 월 10만 원씩 지원키로 했다. 노인 기초연금, 장애인연금을 월 25만 원으로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국가유공자 예우를 위해 참전수당을 월 8만 원씩 인상하고, 참전유공자 의료비 감면율도 90%까지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병사 봉급을 병장 기준 21만 6천 원에서 40만 6천 원으로 두 배 가까이 인상키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한차례 문제가 됐던 초대기업·초고소득자 세율 인상도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세율 인상안에 대해 "소득주도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세법 개정도 추진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초고소득자의 소득세율과 과표 2천억 원 이상 초대기업의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며 "이를 통해, 서민·중산층,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지원을 보다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이어 "부자와 대기업이 세금을 좀 더 부담하고, 그만큼 더 존경받는 세상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4차 산업혁명 개발 부분은 복지만큼 강조되지는 않았다. 다만 문 대통령은 4차 산업혁명 부분을 위해 1조 5천억 원이 배정됐다고 전했다. 


    ◆한국 핵 포기 선언 

    문재인 대통령은 안보 분야 연설에서 '평화'를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떠한 경우에도 한반도 무력충돌은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한반도에서 대한민국의 사전 동의 없는 군사적 행동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자유한국당의 전술핵 재배치 움직임을 의식한 듯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반도 평화를 강조하며 "우리도 핵을 개발하거나 보유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사실상 한국은 핵을 갖지 않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이날 여당 의원들은 안보 부분 연설에서만 5번의 박수를 쳤다. 


     

  • ▲ 1일 오전 국회에서 '2018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시정연설을 하는 문재인 대통령. ⓒ뉴데일리 DB
    ▲ 1일 오전 국회에서 '2018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시정연설을 하는 문재인 대통령. ⓒ뉴데일리 DB


    ◆사회 개혁

    문재인 대통령은 사회 개혁 부분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정원 개혁과 관련해 "사회적 신뢰 회복을 위한 선결과제"라며 "국민의 정보기관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국내정치와 절연하고 해외와 대북 정보에만 전념하도록 개혁하겠다"고 했다. 

    또 국회를 향해 고위공직사범죄수사처 설치와 관련해 조속한 법제화를 요구, "저와 제 주변부터 공수처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공표했다. 

    이 밖에도 국회가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 운영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해줄 것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마지막으로 "상식과 정의가 나를 지켜줄 수 있는 나라, 양보와 타협, 연대와 배려가 미덕이 되는 나라,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위해 국회가 함께해 줄 것이라 믿는다"며 "국민의 희망이 반드시 국회에서 피어나길 바라마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연설 직후 연단에서 내려와 의원들과 악수했다. 여당뿐 아니라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최고위원 등 여당 의원들을 찾아가 악수했다. 

    한편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이라는 단어를 70번 사용했다. '국가'는 25회, '정부'와 '나라'는 각각 19회, 14회씩 쓰였다.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하며 '경제'를 39회 사용하고, '사람중심 경제'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사람'을 12회 썼다. '평화'는 7회, '안전'은 11회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