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안보현안 놓고 혼선, 美 예민한 반응 "모든 조치 투명"… 靑, 굳이 논란 공개한 이유는?
  • ▲ 문재인 대통령이 5월24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미중일 특사단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문재인 대통령이 5월24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미중일 특사단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의 추가 반입 여부를 놓고 청와대와 국방부가 진실공방에 돌입했다. 

    청와대는 기존에 배치된 사드 발사대 2기 외에 추가 반입된 사실이 정부에 보고되지 않았다는 입장인 반면, 국방부는 이와 관련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이미 보고했다고 주장하면서다.

    다만 진실공방을 넘어 외교·안보 분야 최대 현안인 사드를 놓고 이같은 혼선이 국내외에 공개적으로 노출되면서, 외교적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청와대는 30일 "문재인 대통령은 경북 성주에 이미 설치된 사드 발사대 2기 외에 4기의 발사대가 비공개로 한국에 추가 반입돼 보관돼 있다는 사실을 보고 받았다"며 "추가 반입 경위에 대해 철저하게 진상조사할 것을 민정수석과 안보실장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위는 밝힐 수 없지만 지금까지 공식 보고를 받지 못했다"며 "어떤 방식이든 사드는 중요한 국가적 의제임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 출범 이후 이 부분이 정확히 보고된 바가 없다"고 전했다. 

    아울러 "사드 발사대 추가 반입을 알리지 않은 것이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기 위해서란 의혹이 있다"며 "환경영향 평가가 상당히 기형적으로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연관성은 없는지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방부는 지난 26일 정의용 실장에게 추가 반입을 보고했다는 입장이다. 지난 25일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에 업무보고를 한 데 이어 이튿날 청와대에 추가 반입 사실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다만 청와대가 이번 사안에 대해 굳이 '매우 충격적'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면서까지 논란을 키울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우선 사드 발사대 4기가 국내에 반입됐고 보관 중이라는 사실은 이미 지난달 언론에 보도된 바가 있다. 또한 성주에 배치되는 사드 1개 포대가 6기의 발사대로 구성된다는 것도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국방부 해명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26일 국방부 정책실장이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NSC)1·2차장에게 보고를 했으나 사드(발사대) 4기의 추가 반입 보고는 없었다"고 했다.

    상황을 종합해봤을때 사태의 본질은 '보고 과정에서의 소통 실패'로 보인다. 다만 보고를 제대로 하지 못한 주체가 '국방부'냐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냐의 문제다.

    국방부 입장에서는 이미 전 정부에서 마무리된 사업인데다, 언론에 수없이 보도된 사안이어서 청와대도 인식하고 있었다 판단했을 수 있다. 반면 청와대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이슈인데 'A부터 Z까지' 자세히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불만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에 대한 진실은 문 대통령의 업무파악 지시 이후 이뤄질 진상조사에서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박광온 국정기획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25일 외교안보분과위 자문위원들의 국방부 업무보고 당시 사드 발사대 4기의 추가 반입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느냐는 질문에 "위원들의 여러 차례 질의가 있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박 대변인은 이후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이나 외교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여러 질의가 있었는데, 정확하게 4기가 들어왔느냐는 부분에 대해서는 질의가 없었다"고 입장을 정정했다.

    민감한 안보분야 이슈에 대한 정부부처 업무보고 과정에서 일어난 해프닝이 다양한 정치적 해석을 낳고 있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이 국방부의 보고누락을 명분으로 내세워 궁극적으로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사업인 사드를 철회시켜 이전 정부의 흔적을 지우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4대강 사업 정책감사 지시가 이명박정부를 겨냥한 것의 연장선이란 것이다.

    아울러 국내에 사드 반대 여론을 조성한 뒤 다가올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미(對美) 협상카드로 사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관련 조사를 비공개로 지시, 내부에서 정리할 수 있는 문제를 굳이 외부에 공개함으로써 득(得)보다는 실(失)이 크다는 시각이다. 

    사드 배치 문제는 국내를 넘어 미국, 중국과도 밀접한 최대 안보 현안이다. 결과적으로 국내에는 사드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을 키우고, 해외에는 한국 정부가 사드를 두고 아직도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여지를 남겼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우리 정부가 민감한 현안에 대해 파악조차 못한채 미국과 중국 등 각국을 다녀온 특사가 전달한 메시지의 신뢰도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당장 미국 국방부가 예민한 반응을 나타냈다. 제프 데이비스 국방부 대변인은 "한국과 사드를 배치하는 과정의 모든 조치가 투명하게 이뤄졌다"고 밝혔다. 미국이 국내 안보 문제에 이처럼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 건 이례적이다. 데이비스 대변인은 또 미국은 사드 사드 프로그램에 매진할 것이며 한국가 협력해 추진할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사드 배치는 한미 간 합의에 따른 것이며 한국 정치상황에서 벌어지는 해프닝과는 거리를 두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한편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번 업무지시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전에도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국회에 동의를 받아야하는 절차도 얘기했다"며 "사드 문제는 한반도, 특히 국민 모두에게 영향을 주는 사안으로 정부는 국민에게 알려줄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