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로스쿨은 현대판 음서제…사법고시는 물론 외무고시도 존치" 약속하자 "내려오겠다"
  •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5일 오후, 양화대교를 찾아 '사시존치'를 외치는 고시생들을 만났다.ⓒ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5일 오후, 양화대교를 찾아 '사시존치'를 외치는 고시생들을 만났다.ⓒ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사법 고시 제도 존치'를 주장하며 양화대교 위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이종배 사법시험 존치모임 대표를 만나 사법시험 존치를 약속했다.

    이종배 대표가 애타게 찾은 사람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였지만, '사람이 먼저'라는 문 후보의 구호가 무색하게 정작 급하게 현장을 찾은 건 홍준표 후보였다.

    홍준표 후보는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양화대교 고공농성장을 방문해 전화통화로 "제가 대통령이 되면 사법시험은 물론, 외무고시까지 존치할 것"이라며 "내가 집권하면 로스쿨 제도를 고치겠다"고 공언했다.

    홍 후보는 "(당장) 로스쿨을 폐지할 수는 없겠지만 음서제가 안 되도록 제도적 장치를 할 것"이라며 "고려 광종때부터 중국서 들여와 천년을 이어온 인재선발제도인데 그걸 왜 없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음서제로 변질이 되면 부의 세습을 넘어 신분의 세습시대로 간다"며 "내가 (시위대에) 내려오라 하니까 내려온다고 답했다"고 언급했다.

    홍 후보에 따르면, 현재 로스쿨에는 전직 고위 법조인의 아들·딸이 대거 포진돼 있어 사실상 부의 세습을 넘어 신분 세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똑같이 로스쿨을 나왔다고 하더라도 현재 체제에서는 못사는 집 출신은 일류 로펌에 들어가기 어려운 구조라고도 했다.

    그는 "대형사건이 터졌을때 연줄이 돼서 법무법인으로 가는데, 그것을 노리고 부모 배경이 있는 사람을 일류 로펌에서 뽑는다"며 "공정하게 경쟁할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이종배 사법시험 존치모임 대표는 홍 후보가 아닌 문 후보를 절박하게 찾았다. 그는 "사법시험이 폐지되면 로스쿨에 갈 수 없는 서민들은 더 이상 법조인이 될 수 없다"며 "지금의 민주당 전신인 열린우리당이 로스쿨을 도입했고 문재인 후보는 로스쿨에 깊이 관여한 분이지만, 고시생들의 작년부터 요구를 번번히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는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생각에 양화대교 아치 위에 올라가서 투쟁하게 됐다"며 "로스쿨이 개선될 동안만이라도 사법시험을 3~4년 연장해 고통받는 고시생을 구제해 줄 것을 약속해주신다면 고공단식농성을 그만두고 내려가겠다"고 제안했다.

    특히 그는 이 과정에서 "저를 살릴 수 있는 분은 문 후보님 밖에 없습니다. 살고 싶습니다"고 부르짖었다. 그러나 문 후보는 이날 양화대교를 찾지 않았다. 문 후보의 입장은 사시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2월 6일 "로스쿨을 만들었던 참여정부 사람으로서 이제 와서 다시 사법시험으로 되돌아가자고 하기 어려운 입장"이라며 "올해가 마지막 사법시험이고 내년부터 100% 로스쿨이 된다"고 한 바 있다. 

    끝없는 대치 상황 속 홍준표 후보가 대신 와서 사시 존치를 약속해 시위를 끝내게 한 셈이다.

    홍 후보 역시 양화대교를 찾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분 단위로 쪼개진 대선후보의 살인적인 일정 속에서 이미 다음 일정인 영등포 유세일정엔 늦은 상황이었다. 기다리는 유권자와 표심을 생각하면 홍 후보도 안절부절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홍 후보는 "내가 약속했잖아, 내려오는 것을 보고 가겠다"며 연신 전화기를 잡았고, "가만있어봐, 이거 경찰에게 얘기하고 가야겠다"며 끝까지 고시생들을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