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2000년 입당한 이래 젊음 바쳤는데…"안상수 "나는 1996년부터인데 장기판의 졸 버리듯…"
  • ▲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복당 인사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복당 인사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유승민·주호영 의원 등 탈당파 무소속 의원 7인의 복당 결정 이후 처음 소집된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복당 의원들의 쓴소리가 쏟아졌다.

    유승민 의원이 복당할 경우 의총에서 '당의 정체성·이념·노선과 어디가 같은지 어디가 다른지 검증하겠다'고 벼르던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은 무방비로 앉은 상태에서 쓴소리 직격탄을 맞은 셈이 됐다.

    새누리당은 6일 오후 본회의 산회 직후인 3시 20분 무렵부터 의원총회를 열었다.

    김희옥 비상대책위원장이 모두발언에서 "비대위는 국민 뜻이 곧 혁신 기준이라는 자세로 혁신을 추진한 결과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며 "당의 인적 외연을 확대해 당의 통합과 화합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할 때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자신이 '거취를 고민하겠다'며 불쾌해 했던 '일괄 복당 결정'이 어느새 "당의 인적 외연 확대" "통합과 화합의 발판"으로 포장된 것이다.

    이어 복당한 7인의 인사말 순서가 이어졌다. 두 번째로 호명된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은 발언에 앞서 동료 의원들을 향해 꾸벅 몸을 90도로 굽히며 인사를 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몸을 낮출 줄' 알았던 동료 의원들도 박수로 환영을 했다.

    하지만 유승민 의원은 "2000년 2월 14일 한나라당에 입당한 이래 국민들에게 희망을 드릴 수 있는, 사랑받는 보수정당을 만들기 위해 내 젊음을 바쳤다고 자부한다"며 "지난 3월 이 집에서 나가야만 했을 때는 정말 가슴이 많이 아팠다"고 되레 원망으로 말문을 열었다.

    "화합과 개혁, 두 가지만 말씀드리겠다"며 본격적인 쓴소리가 시작됐다. 유승민 의원은 "과거를 두고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나부터 그렇게 하도록 하겠다"고 자성을 겸한 '훈수'를 뒀다.

    나아가 "우리 당이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게 이번 총선에서 확인된 민심"이라며 "나부터 당의 개혁에 앞장서도록 하겠다"고 모종의 역할론을 스스로 천명했다.

    앞서 첫 번째로 인사말을 한 강길부 의원(울산 울주)에 비해 질적으로도 강도가 높고 양적으로도 발언이 훨씬 길었다. 강길부 의원은 "부족한 나를 복당시켜준 당 지도부와 의원들에게 감사하다"며 "박근혜정부의 성공과 새누리당의 정권재창출을 위해 열심히 일하라는 뜻으로 알고 열심히 일하겠다"는 원론적 발언을 했을 뿐이었다.

  • ▲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이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복당 인사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이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복당 인사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유승민 의원의 인사말을 신호탄으로 쓴소리들이 줄줄이 쏟아졌다.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을)은 "탈당과 복당에 여러 가지 소회가 있으나 오늘은 첫날이라 살살 하라고 해서 짧게 한두 가지만 말하겠다"며 "'당 일(당무)' 하는 사람들이 공심(公心)이 부족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자신을 컷오프했던 이한구 전 공천관리위원장의 공천을 '사심(私心) 공천'으로 규정한 셈이다. 주호영 의원은 "우리끼리 아끼고 단결하는 당이 됐으면 좋겠다"며 "당의 일을 맡아하는 분들은 공심을 좀 가져달라"고 당부해, 총선 참패로 이미 관(棺) 속에 들어간 '이한구 공관위'에 '사심 공천'이라는 대못을 박았다.

    더욱이 "무소속으로 선거를 치르니 힘듭디다"라면서도 "배우는 것도 있으니 여러분들도 기회되면 무소속으로 꼭 한 번 선거를 치러보길 권장한다"고 꼬집었다. 좌중에는 일부 폭소도 터졌지만 그야말로 뼈와 가시가 가득 담긴 농담이라는 분석이다.

    안상수 의원(인천 중·동·강화·옹진)도 "1996년 YS 신한국당 때부터 시작해서 우리 당의 혜택도 받았고 기여도 했다"며 "김대중~노무현정권 10여 년간에도 흔들림없이 당을 위해 헌신했다고 자부한다"고 억울한 심경을 담아 말문을 열었다.

    이어 "갑자기 이번 공천 과정에서 그냥 장기판의 졸 버리듯 내팽개쳐서…"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 잠시 머뭇거리며 말을 더듬기도 했다. "인천시민들이 나를 일으켜줘서 여러분들과 함께 하게 됐다"는 끝맺음은 결국 자신을 공천 탈락시켰던 당에 대한 원망으로 들렸다. 앉아 있는 의원들이 말은 삼가도 분위기가 불편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복당 의원 7인 중 유일하게 친박 핵심으로 분류되는 윤상현 의원은 사면(赦免)된 죄인처럼 납작 엎드려 몸을 낮춰 대조를 이뤘다.

    윤상현 의원은 "불민함으로 걱정과 우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다"며 "제구포신(除舊布新)의 심경으로 당의 화합과 발전, 정권재창출을 위해 견마지로를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