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부터 시작된 친박과의 악연, 소신인가 정치적 설욕인가

마지막까지 '박근혜 빅엿'… 정의화의 어깃장 역사

부유하게 자라 YS 통해 정치입문, 정치행보마다 번번이 논란… 그 끝은 의원내각제?

안종현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6.05.23 11:13:10

 

부산 사투리에 '내가 낸데'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면 '나는 나요'겠지만, 번역(?) 하자면 '나는 여러분과는 다른 사람이요'라는 뜻이다. 좋게 말하면 자존심이고, 대개는 잘난척이라 보면 된다.

이런 심리의 근원은 '나 무시하지 마!'에서 시작된다. '난 잘났는데, 왜 남들은 날 인정해주지 않는가'라는 피해의식이 점점 쌓이면 극단적인 행동을 벌이기도 한다.

그래서 사회생활도 쉽지 않지만, 정치판과는 정말 맞지 않는다. 맹자는 "사람의 근심은 다른 사람에게 스승노릇 하기 좋아하는데 있다(人之患, 在好爲人師)"고 했다. 상대방을 이끄는 '리더형'이 성공하는 국회바닥에서 남을 가르치려 드는 '내가 낸데' 스타일은 늘 외톨이가 되기 일쑤다.

정의화 국회의장 ⓒ 뉴데일리 DB

 

금수저로 살아온 전형적인 '내가 낸데'

19대 국회를 역대 최악으로 만든 정의화 의장은 전형적인 '내가 낸데' 스타일이다. 부산 출신에 부유한 집안에서 부산고-부산대 의대를 졸업했다. 병역은 면제받았다.

지역에서는 엘리트 코스를 걸었고, 보통 집안에서는 꿈도 못 꾸던 미국 연수도 다녀왔다. 35세에는 병원장이 됐다.

금수저 중에 금수저로 살다 정계에 입문한 것이 47세. YS에 의해서다. 홍준표, 김문수 등과 함께 YS 키즈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완구, 김기춘, 안상수 등 모두 화려한 정치 인생을 산 사람들이 정의화 의장의 정치 동기다.

하지만 정의화 의장은 승리와 패배를 반복하며 정치적 체급을 키웠던 동기들과는 사뭇 다른 정치 인생을 살았다.

여당 텃밭인 부산 중·동구에서 물갈이 바람을 타고 내리 5선을 하면서도 당에 기여한 이렇다 할 역할 없이 선수(選數)를 쌓았다. 함께 15대 국회에 입성했던 새누리 한 대권주자는 "그 양반, 홀로 고고했지"라고 거침없이 회고하기도 했다.

이재오는 친이계 핵심으로 김문수는 경기지사로 홍준표는 당대표에 경남지사로 떠났다. 친박계 쪽으로 방향을 잡은 이완구는 국무총리, 김기춘은 청와대 비서실장을 그 이후에 했다. 그렇게 정치 동기들은 한없이 커갔고, 정의화 의장은 의사출신 영남 국회의원으로 '그냥 그렇게' 선수를 쌓기만 했다.

그런 정의화 의장이 갑자기 정치판 '스승 노릇'을 시작한 것은 4선 고지에 오른 18대 국회 후반기부터였다.

친이-친박 계파 전쟁 속 홀로 스승 노릇하다 빈축

2007년 이명박-박근혜 후보가 격전을 치른 대선 경선 이후 한나라당은 친이-친박으로 갈려 MB정부 내내 티격태격 싸웠다.

치열한 당권 다툼은 여론이 한나라당에게 등을 돌리기에 충분했고, 2010년 지방선거 대패, 2011년 4.27 재보선 참패로 이어졌다. 특히 4.27 재보선에서 강재섭 전 대표는 천당 아래 분당이라 불리던 성남 분당을에서 손학규 전 대표에게 패배해 충격을 안겼다. 이길 줄 알았던 총선을 내준 2016년 현재 새누리당과 비슷한 상황이라 보면 된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이 위기는 4선 내내 비주류로 지내던 정의화 의장이 첫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계기가 됐다.

그동안 계파 싸움에서 멀찍이 떨어져 국회 부의장을 하던 정의화는 '보온병 포탄' 파문을 일으킨 안상수 대표가 사임한 뒤(2011년 5월)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을 맡게 된다. 18대 국회에서 잇달아 원내대표직에 도전했다 고배를 마신 이후 찾아온 '행운'이었다.

계파 싸움을 중재할 계파색이 옅은 사람이라는 이유가 컸다. 두 달 뒤 열릴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잘 준비해달라는 역할이었다.

故 이만섭 국회의장 국회장 영결식에 참석한 정의화 국회의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어색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다. ⓒ 뉴데일리 DB

 

조용히 전당대회만 준비하면 됐지만, 정의화 의장은 뜬금없는 행동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비대위를 맡은 정의화는 선거인단 1인 2표제와 여론조사 30%를 반영해 당 지도부를 뽑던 기존의 전당대회 방식을 갑자기 바꾸겠다고 나섰다.

당은 발칵 뒤집어졌다. 여론조사 항목을 없앤다는 말에 인지도가 높던 나경원·홍준표 의원은 당장 반발했다.

재밌는 사실은 조직세가 강해 변경된 선거방식이 유리할 것으로 평가된 김무성 의원도 정의화 의장의 제안에 마뜩찮은 표정을 지었다는 점이다. 김무성 의원의 오른팔로 불리는 김성태 의원(당시 민본21 간사)은 이를 강하게 비판하고 정의화 비대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결국 정의화 비대위원장의 전당대회 선거방식 변경 제안은 전국위원회의 부결로 수포로 돌아갔다. 당시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비대위원장을 맡은 정의화 의장은 강력한 권한을 얻길 바랬지만, 친박계를 대변한 황우여 원내대표의 견제로 비대위원장 추인도 제대로 받지 못해 심기가 매우 불편했다"고 설명했다. 친박에게 공세를 받으면서도 정작 친이계에서도 환영 받지 못한 정의화 의장의 정치적 입지는 그 이후로도 계속 '어깃장'의 형태로 발현됐다.

이때 전당대회에서 친박계가 지지한 후보가 유승민 의원이었다. 당시 박근혜 전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아무런 말도 없이 유승민 지지자들 쪽에 앉아 지지의사를 피력했고, 이를 통해 유승민 의원은 홍준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에 앙심이 생기기 시작한 첫 사건이었다. 최근에 와서야 박근혜 대통령의 미움을 받는 유승민 의원과 정의화 의장을 동일선상에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사실 이때부터 정의화 의장은 유승민 의원과 매끄러운 관계는 아니었다.

한미 FTA 비준과 국회선진화법 통과

그렇게 자존심이 상한 정의화 의장에게 또다시 기회가 왔다. MB정부 마지막 대(對)국회와의 전투였던 한미 FTA비준안(2011년 11월 22일)을 통과시키며 정의화 의장은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사상 초유의 최루탄 사건(김선동 민노당 의원)을 겪었지만, 한미 FTA 비준안은 치열한 몸싸움 끝에 4분 만에 표결 처리됐다. 가결을 선언한 국회 의사봉은 박희태 의장에게 의사진행 권한을 받은 정의화 당시 부의장이 두드렸다.

이를 통해 언론의 주목을 받은 정의화는 석달 뒤인 2012년 2월 돈봉투 의혹이 불거진 박희태 의장의 사퇴로 국회의장 직무대행을 맡게 된다. 불과 넉달 남은 국회의장 임기였지만, 이때 정의화 의장은 다시한번 박근혜 대통령과 대립한다.

그해 4월 총선 진두지휘를 하던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은 정의화 의장에게 국회선진화법 통과를 요청했다.

정의화 의장은 이를 반대했지만, 총선 승리가 절박했던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18대 국회에서 꼭 처리됐으면 한다"며 밀어붙였다. 결국 5월2일 국회선진화법은 찬성 127표, 반대 48표, 기권 17표로 가결됐다.

결국 정의화 의장이 박 대통령과 친박계의 공세에 무릎 꿇은 형국이 됐다. 하지만 이후 총선 대승을 거둔 새누리당이 19대 국회에서 국회선진화법에 의해 번번히 야당에 발목이 잡히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이후 정의화 의장은 국회선진화법 통과를 두고두고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무기로 활용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가 최경환 경제부총리에게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악수를 권하는 모습 ⓒ 뉴시스

 

19대 국회의장 경선, 강창희에 지고 황우여에 설욕

정의화 의장의 친박계를 향한 앙심은 19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경선에서 또한번 쌓인다.

5선에 오른 뒤 고민 끝에 국회의장에 도전한 정의화는 경선에서 88표를 얻은 친박계 강창희 후보에게 40표 차이로 패배했다.

경선 패배 이후 정의화 의장은 예상 외의 표차에 대노했다고 한다. YS를 통해 입문한 만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측근인 강창희 의장이 당선된 것이 자존심에 큰 상처를 줬을 것이라는 후문이 돌았다.

절차탁마한 정의화 의장은 2014년 5월, 후반기 국회의장 경선에 또다시 출마해 친박계 황우여 후보를 꺾고 설욕했다. 2011년 비대위원장 당시 입은 자존심의 상처를 회복한 순간이었다.

투표결과는 101표 대 46표. 황우여 후보는 직전까지 당대표를 2년이나 지냈고, 친박계 이완구 비대위원장의 전당대회 관리가 있었지만 맥을 추지 못했다.

국정원 댓글, 세월호 등으로 지지율 하락과 불통 논란이 크게 번진 것이 분수령이 됐다. 또 경쟁자인 황우여 전 대표가 국회선진화법의 주역이었다는 점이 부각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친박에 대한 설욕에 성공한 정의화 의장은 국회 의사봉을 쥐고 본격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했다.

식물국회라는 오욕 속에서도 "선진화법은 지켜야 한다"며 정부여당의 직권상정 요청을 번번히 모른 척 했다. 국회선진화법이 친박계의 작품이라는 약점을 이용한 정의화식(式) 정치공세였다. "직권상정은 없다.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해서 다시 오라"는 말에 법안통과만 기다리는 청와대는 임기내내 정의화 의장에게 학을 뗐다.

유승민 쿠데타에 슬쩍 부채질… 사태 더 키워

일부 친박 의원들이 '꼬장'이라 부르는 정의화 의장식(式) 정치 행보는 지난해 6월 유승민 국회법 파동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법을 통과시키면서 야당의 국회법 개정안을 받아들였다. 국회가 통과시킨 모법과 정부 시행령이 다를 경우 국회가 수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였다. 국회 권한을 대폭 강화하고 행정부를 쥐락펴락 하겠다는 의중이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독자적으로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살펴보면 논의 과정부터 논란이 있었던 법안을 일사천리로 통과시키는데는 정의화 의장의 역할도 작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결국 법안 통과 이후 청와대는 거세게 반발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배신의 정치'라는 말과 거부권으로 유승민 원내대표를 사퇴로 몰아갔다.

하지만 유승민 파동에 일견 책임이 있는 정의화 의장은 오히려 거부권을 시사한 청와대를 향해 중재안을 제안한다. '요구할 수 있다'는 '요청할 수 있다'로, '정부가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는 '정부가 검토하여 처리한다'로 단어만 바꾼 중재안이다. 말장난 같은 정의화 의장의 중재안에 청와대는 더 크게 반발했다.

정의화 의장이 곤경에 빠진 유승민 원내대표를 돕기 위해 중재안을 제시했다고 했지만, 당시 상황을 돌이켜 보면 오히려 그 중재안이 당청 관계를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시키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 많다.

국회본회의장에서 유승민 원내대표와 대화를 나누는 정의화 국회의장 ⓒ 뉴데일리 DB

 

박근혜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실에 근무했던 한 행정관은 "그때만 해도 대통령 지지율도 높았고, 여당에서 끝끝내 고집을 부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며 "유승민 원내대표가 고집을 꺾었다면 사퇴까지 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고 했다.

새누리당 고위 당직자도 "어떤 의미에서 유승민 원내대표는 당시 분위기에 이끌려 끝까지 저항하다 찍혀나간 것"이라며 "중재안을 내고 번번이 불편한 심기를 청와대에 전하며 분위기를 험악하게 주도했던 사람은 오히려 정의화 의장"이라고 했다.

말하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의 말이지만, 이를 두고 2011년 전당대회 당시 친박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유승민이 맘에 들지 않던 정의화 의장의 복수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간혹 있다.

국회의장 권한에 취한 정의화, 연타석 '빅엿'

황우여를 꺾고, 유승민이 찍혀나간 뒤 정희화 의장은 점점 더 국회의장 권한 강화에 집중했다.

당청 관계가 극도로 악화되면서 국회의장의 권위는 더욱 중요해지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절묘하게 이용했다.

국회의장의 의사진행권을 이용해 박근혜 정부에게 연타석 '빅엿'을 먹인다. 지난해 10월 박근혜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총력을 다할 때 정의화 의장이 "국정화 논의가 거론된 데는 잘못된 점이 있다"며 제동을 건 것이 시작이다.

지난해 12월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경제 위기를 막기 위한 경제활성화법-노동 5법 등의 조속한 처리를 강조하자, 정의화 의장은 "지금 경제상황을 국가비상사태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며 직권상정을 거부했다. 

정의화 의장은 당시 "내가 성(姓)을 다른 성으로 바꾸든지.."라며 "의장은 무엇보다도 대통령 다음으로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며 청와대 속을 긁었다.

지난해 7월 제헌절 경축사에서는 북한 최고인민회의를 상대로 "남북 국회의장 회담을 열자"고 공식 제안하기도 했다.

남북 정국이 어수선한 시절에 국회의장의 돌발 행동은 국제적 신뢰에도 영향을 줬으며 정부를 당혹스럽게 했다. 여당의 한 의원은 "북한의 최고인민회의를 만나겠다고 하겠다고 했는데, 그게 과연 합당한 주장인지 의문이 간다"고 했다. 또 다른 의원도 "우리 국회의 격을 떨어뜨리는 발언이 될 수 있다"며 "국회의장으로서 그런 무리한 주장은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정의화 의장의 보폭이 넓어지자 당장 친박계는 정 의장을 공격했다. 대권병에 걸렸다는 식의 비판에 정의화 의장은 "자꾸 그렇게 말하면 천벌을 받는다. 길 갈 때 차 조심하라고 그래"라는 말로 논란을 일으켰다.

정의화 의장은 지난 19일 '상시 청문회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개정안을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며 박근혜 정부를 향한 '빅엿'의 대미를 장식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은 하는 박근혜 대통령, 뒤쪽 의장석에 정의화 의장이 앉아 있다. ⓒ 뉴데일리 DB

 

마지막 어깃장인 만큼 파급효과는 대단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는 청문회를 열기 위해서는 '법률안의 심사를 위해서 3분의 1의 요구'와 '중요한 안건의 심사를 위해서 과반수가 요구'가 필요했다.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이 확정되면, 앞으로는 중요 안건이 아니더라도 '상임위 소관 현안'이기만 하면 과반수 의결로 청문회를 할 수 있게 된다.

관련부처 공무원이나 소관 장관을 수시로 청문(聽聞) 대상자에 올려놓고 국정 전반을 쥐락펴락 할 수도 있다.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국정을 마비시킬 수 있는 청문회를 언제든지 열 수 있게 된 셈이다.

더욱이 여소야대 정국이 펼쳐진 20대 국회에서 이 법안은 박근혜 정부를 꼼짝도 못하게 만들 위력을 가지고 있다. 당장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하려 해도 여러가지 제약이 따른다.

익명을 요구한 청와대 관계자는 "불합리하고 말도 안되는 법안인 것은 분명하지만 어떻게 대응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시간도 촉박하고 정국 상황도 여의치 않다"고 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당장 30% 초반대로 떨어진 지지율로 '거부권 정국'을 이끌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19대 국회를 식물국회로 만든 정의화 의장이 이제는 행정부마저도 식물정부로 만들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의화 마지막 어깃장은 과연, 의원내각제?

사사건건 '내 말이 맞다'는 식으로 정부를 괴롭힌 정의화 의장의 마지막 정치 행보가 어디로 향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하지만 국회의장을 끝으로 정치 은퇴를 선언하는 관례를 깨고 20대 국회 입성도 저울질 했던 정의화 의장이 쉽게 행보를 꺾을 것이라는 시각은 많지 않다.

정의화 의장은 지난해 "전직 국회의장들에게 비례대표를 줬으면 좋겠다"는 황당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또 올해 초에는 "(국민의당에 갈) 그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국회의장까지 만들어준 새누리당을 배신하는 건 생각하기 어렵다"며 아리송한 말도 했다. 호남 명예시민을 자처하며 정치적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행보도 잊지 않았다.

정의화 의장은 자신이 이사장을 맡을 싱크탱크 '새한국의 비전'과는 별개로 새로운 정치결사체 구상을 오는 10월쯤 발표할 계획이다.

정치세력을 형성하고, 야권에 러브콜을 보내는 모습에서 정의화 의장의 향후 행보는 다음 말에서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다.

"후배들이 나라를 잘 끌고 갈 것으로 판단되면 조언 수준으로 남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내가 결단도 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정의화 의장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악수를 나누며 웃고 있다. ⓒ 뉴데일리 DB

 

의회 권력을 강화시키고, 행정부를 무력화한 뒤, 양당 체제를 다당제로 전환시키려는 모습은 개헌을 통한 '의원내각제'를 꿈꾸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기 충분하다.

'내가 낸데'는 마음으로 정치인생을 꾸려온 정의화 의장이 과연 이런 우려를 현실화 시킬 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집요한 설욕의 정치행보처럼 개헌과 권력의 의회집중을 차근차근 준비한다면 그건 모를 일이다. 만에 하나 정의화 의장이 이를 이룬다면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최강의 빅엿이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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