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벅꾸벅 문재인, 고개 젖히고 숙면 이목희, "한심한 연설"이라며 딴짓한 홍종학
  • ▲ 지난 16일 진행된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연설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와 이목희 정책위의장은 잠을 청했다. 홍종학 의원은 웹툰을 보고 있는 장면이 포착돼 논란을 빚었다. ⓒ왼쪽부터 KBS 방송화면 캡처, 뉴데일리DB, 뉴시스 DB
    ▲ 지난 16일 진행된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연설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와 이목희 정책위의장은 잠을 청했다. 홍종학 의원은 웹툰을 보고 있는 장면이 포착돼 논란을 빚었다. ⓒ왼쪽부터 KBS 방송화면 캡처, 뉴데일리DB, 뉴시스 DB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국민을 향해 호소하는 연설 와중에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은 졸거나 딴청을 부리거나 심지어는 웹툰 감상에 열중이었다.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개성공단 폐쇄를 비롯한 대북 안보 정책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 몇몇 의원들이 볼썽사나운 장면을 연출해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이 같은 행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5년 10월 27일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 때는 국정역사교과서 반대 피켓을 노트북에 단체로 붙이는 시위로 따가운 질책을 받기도 했다.

    헌법 제81조는 '대통령은 국회에 출석해 발언하거나 서한으로 의견을 표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의 권한에는 국가원수로서의 권한과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권한이 혼재돼 있지만, 이 국회출석·발언권은 국가원수로서의 권한이라고 볼 수 있다.

    ◆ 문재인, 박 대통령 연설하자 '꾸벅꾸벅'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당 대표를 사퇴한 뒤 줄곧 양산에 머무르며 '칩거'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표는 그간 휴식을 취해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날 박 대통령의 연설에는 꾸벅꾸벅 졸며 태도 논란을 자초했다. 바쁜 의정활동이나 지역구 활동에 피곤했다는 핑계조차 댈 수 없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랬던 문재인 대표는 연설 직후 만난 김종인 비대위 대표에게는 "선거에 이길 것 같지 않으냐"며 최근 당 상황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국가 위기사태에 대한 국가원수의 연설에는 큰 관심조차 가지지 않은 느긋한 낮잠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문재인 대표는 양산에 칩거하는 동안 "전쟁이라도 하자는 거냐. 정부가 국민을 이렇게 불안하게 해도 되는 거냐"는 말들로 최근 안보 상황에 불만 가득한 말들을 쏟아냈다. 이런 문 대표가 정작 대통령의 국회 연설 시간에 바람직하지 못한 태도를 보인 것 역시 적절치 않아 보인다.

    문 대표는 SNS를 통해 "박근혜 정부가 공언한 대북정책, 대외정책은 철저한 실패"라면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개성공단 중단으로 마침표를 찍었다"고 비난했다. 동시에 "안보를 국내 정치 목적으로 활용하면서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경제가 무너져도 상관 없다는 식의 태도는 무모하기 그지 없는 태도다"라고도 했다.

    또 "개성공단 중단으로 북한의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건 오판"이라며 북한이 매년 70억~80억 원을 중국과의 대외무역으로 벌어들인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개성공단 폐쇄로 북한 핵무기의 자금줄을 끊는 것은 애초에 말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불룸버그 통신 등의 외신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개성공단을 중단시킨 것을 두고 '국제사회에 대한 경제제재 호소'라는 해석을 하고 있다. 개성공단 중단이 갖는 정치적 의미가 단순히 개성공단이 주는 경제적 타격만으로 북한의 태도를 바꾸겠다는 뜻을 넘어선다는 이야기다.

    평소 특전사 출신 등을 강조하며 안보에 관심을 표했던 문 대표는 정작 박근혜 대통령의 안보 메시지에는 큰 관심이 없어보였다. 

  •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는 당 대표직을 사퇴한 후 그간 양산에 머물러왔다. 휴식시간이 충분했던 그가 조는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KBS 방송화면 캡처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는 당 대표직을 사퇴한 후 그간 양산에 머물러왔다. 휴식시간이 충분했던 그가 조는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KBS 방송화면 캡처

    ◆ 졸음 넘어 숙면 취하는 이목희 정책위의장

    야당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는 이목희 더민주 의원은 박 대통령 연설 와중 아예 아예 고개를 뒤로 젖히고 숙면을 취했다. 이 정책위의장은 박 대통령이 입장할 당시에도 가장 늦게 기립하며 마지못해 예의를 갖추는 모습을 보였다.

    이 정책위의장의 '딴청'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휴대전화를 꺼내보는 한편, 주변의 동료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며 의도적으로 박 대통령의 연설을 외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목희 정책위의장은 지난 12일 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 출연해 "이런 중대한 사태(개성공단 중단)가 있으면 제가 보기에 대통령이 스스로 나와서 국민들께 전후좌우를 잘 설명하는게 옳은 일"이라며 "이명박 정권도 남북관계에서 강경한 입장을 갖고 있었지만 개성공단은 폐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북풍의혹을 제기하면서 대통령 스스로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촉구한 셈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정작 설명을 위해 국회로 찾았을 때 이목희 정책위의장은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16일에는 "통일부 장관이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우리 당은 해임 건의안 등을 통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국민에게 불안감을 주고 국민을 속인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에게 불안감을 준 대상으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 북한이 아닌 통일부 장관을 지목한 셈이다. 나아가 "현실은 남북의 군사적 충돌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려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 ▲ 더불어민주당 이목희 정책위의장은 아예 고개를 젖히고 숙면을 취하는 모습을 보였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목희 정책위의장은 아예 고개를 젖히고 숙면을 취하는 모습을 보였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가원수 대국민 연설 중 '웹툰 감상' 업무 본 홍종학

    홍종학 의원은 박 대통령의 연설 도중 만화를 보는 모습이 포착돼 논란을 빚었다. 홍 의원이 보고있던 웹툰은 국민의당 안철수, 천정배 공동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를 상징하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정치풍자 웹툰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 의원은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웹툰을 본 것이 아니라 당무로 준비하는 콘텐츠를 검토한 것"이라면서 "당무가 바빠 대통령이 연설을 할 때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고 변명을 늘어놓기 바빴다.

    하지만 홍종학 의원에게서도 박 대통령의 연설을 존중하는 자세는 찾을 수 없었다. 그는 "박 대통령의 연설문은 읽어 봤다. 이렇게 한심한 연설을 왜 썼을까 생각했다"고 잘라 말했다.

    홍 의원은 노골적으로 박 대통령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면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는 "야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없다"는 글을 게재하는 적반하장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홍 의원은 "야당에 대한 배려심이 조금만 있었어도, 자신이 요구하는 바를 좀 더 정중히 부탁했을 것"이라며 "최소한의 예의를 저버린 박근혜 정부의 모습과 그를 찬양하는 언론의 모습, 오늘 대한민국의 민낯이 또 한번 드러났다"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지 못한 것은 박 대통령이 아니라 홍 의원이라는 반발이 빗발쳤다. 현재 홍 의원은 해당 게시물을 SNS에서 내린 상태다.

  • ▲ 더불어민주당 홍종학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연설 도중 웹툰을 보고도 "당무중이었다"고 답했다. 그는 자신이 디지털소통본부장임을 내세워 당 내 카페에 올라온 콘텐츠를 검토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뉴시스 DB
    ▲ 더불어민주당 홍종학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연설 도중 웹툰을 보고도 "당무중이었다"고 답했다. 그는 자신이 디지털소통본부장임을 내세워 당 내 카페에 올라온 콘텐츠를 검토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뉴시스 DB

    ◆ 문재인도 기립했는데… 은수미 혼자 앉아 '딴청'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고도 혼자 앉아있어 논란을 자초했다.

    이날 박 대통령의 연설에는 문재인 전 대표와 소속 의원들도 모두 일어나면서 예의를 갖췄다. 야당의원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 내내 박수를 치지 않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다가도, 연설이 끝나자 눈치 보며 일어나 박수 치는 풍경을 연출했다. 국회의원이 아니어서 본회의장에 참석치 않은 김종인 더민주 대표도 연설 직전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여야 당대표들과 함께 박 대통령을 맞았다.

    그러나 더민주 은수미 의원만큼은 예외였다. 은수미 의원은 다른 의원들이 눈치를 보며 일어나는 순간까지도 자기의 자리를 지켰다.

  • ▲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이 혼자 앉아있는 모습. 앞에서 다섯 번 째 줄 위쪽으로 그가 홀로 앉아있는 모습이 보인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이 혼자 앉아있는 모습. 앞에서 다섯 번 째 줄 위쪽으로 그가 홀로 앉아있는 모습이 보인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은수미 의원의 태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은 의원은 지난 해 10월 27일 박근혜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했을 때도 박영선 의원과 함께 자리를 박차고 국회의장을 떠나 논란이 됐었다.

    국가원수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 문제라는 비판이 지난 해에 이어 반복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본지는 은수미 의원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끝내 연결되지 않았다.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입성한 은수미 의원은 지난 4.29 재보궐 선거 당시부터 성남 중원에 사무실을 내고 꾸준히 출마를 준비해 왔다. 4.29 재보궐 선거 당시에는 결국 정환석 후보가 공천돼 선거에 출마한 바 있다.


    ◆ 되풀이되는 야당의 태도…자성의 목소리 있어야

    야당은 그간 여러 차례 박근혜 대통령에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성토해왔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경제부처 장관회의에서 "국회가 노동개혁법안을 처리해 주지 않는다"는 지적에도 '야당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취지의 주장을 해왔다.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전 최고위원은 지난해 12월 18일 "국회가 대통령의 뜻을 100% 따르지 않는다고 어떻게 하루가 멀다고 국회를 겁박할 수 있느냐"면서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생각한다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전 최고위원 역시 지난해 12월 21일 "청와대가 자기 뜻에 거스르는 정치인들을 마구 쳐내고, 야당의 존재조차 협상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보여준 야당의 태도야말로 국정의 파트너로 생각하는지 의문이 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소통의 기본은 경청이라며 소통을 외쳐온 야당이 정작 행정부 수장의 요청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인다"고 비판했다.

    더군다나 야당의 태도가 이미 만성화됐다는 목소리마저 터져 나온다. 야당은 지난 시정연설에도 비슷한 논란에 휩싸였지만, 이번 국회연설에서 달라진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