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쇼박스
    ▲ ⓒ쇼박스

     

    배우 강동원이 또 한 번 그만의 코스튬 스타일을 완성시켰다. 지난해 11월 영화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로 사제복을 완벽 소화하더니, 이번에는 ‘검사외전’(감독 이일형)으로 죄수복에까지 도전했다. 극명하게 다른 두 영화의 톤처럼 강동원의 스타일은 물론, 캐릭터까지 유쾌하고 통쾌하다. 최근 뉴데일리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3개월 전보다 한 층 가벼워진 강동원을 만났다.

    “‘검사외전’은 확실히 ‘검은 사제들’과는 톤이 다른 영화죠. 시사회 때 반응이 나쁘지 않아서 홀가분해요. ‘검은 사제들’에 비해 박스가 더 큰 시장에서 열리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기도 하고요. ‘검은 사제들’에서도 장르적인 위트가 있긴 했지만 이번에는 감독님께서 훨씬 더 가벼운 분위기를 원하셨죠. 처음부터 톤이 그랬어요. 웃기기도 하고 가볍기도 한.”

     ‘검사외전’은 살인누명을 쓰고 수감된 검사 변재욱(황정민)이 감옥에서 만난 전과 9범 꽃미남 사기꾼 한치원(강동원)의 혐의를 벗겨 밖으로 내보낸 후 그를 움직여 누명을 벗으려는 범죄오락영화다. 강동원은 세상 여자들이 모두 자기 것이라 생각하며 허세를 남발하는 가벼운 남자를 연기한다. 강동원의 한치원은 일단 외모부터 먹고 들어가지만, 무엇보다 능청스러움이 캐릭터의 매력을 제대로 표출시킨다.

    “일단은 한치원 캐릭터를 접하곤 ‘신나겠다’고 했죠. 그런데 막상 연기를 하려다 보니 생각보다 캐릭터 잡기가 힘들더라고요. 첫 신을 찍는 날부터 힘들었어요. 한치원이 조금만 잘못 표현돼도 단순히 개그처럼 가벼워만 보일까봐 걱정했어요. 사기를 치는 진지한 과정 속에서도 웃겨야 하는데 톤 잡기가 힘들더라고요. 중간지점을 찾는다는 게 힘들었던 것 같아요.”

     

  • ▲ ⓒ쇼박스
    ▲ ⓒ쇼박스

     

    “여자에게 추파를 던진다는 설정으로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계속 오그라들었어요. 은행에 가서 추파도 던지고 평소 못 해보는 행동을 하니 해방감 같은 건 있더라고요. 캐릭터가 그렇다보니 많이는 아니지만 가끔 디테일에서 애드리브를 하기도 했어요. 계란 들고 ‘러브 유’라고 하는 신이 있는데 그것도 제가 애드리브 한 거예요.(웃음) 제가 진짜 그런 걸 못하는 편인데 연기를 하면서 점점 능청스러워지는 것 같아요.”

    한치원은 단연 돋보이는 입체적 매력으로 극의 활력을 불어넣는다. 여태껏 강동원이 맡은 역할 중 가장 가벼울 만큼 온갖 여자들에게 작업을 거는 양아치지만, 일단 ‘진짜 작업’에 들어가는 순간 눈빛은 돌변한다. “사기 칠 때마다 다른 캐릭터가 되니까 좀 힘들기도 했죠. 박성웅 씨와 검사처럼 대사를 주고받는 신을 촬영하는데 갑자기 대사가 입에 안 붙어서 당황한 적도 있어요.”라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캐릭터는 가볍지만 표출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추파 던지는 신들을 찍는데 엄청나게 닭살 돋았어요. 처음 보는 단역 배우들과 그런 신을 찍다보니 너무 민망한 거 있죠. 키스신까지 찍기도 하고. 이번 영화 준비하면서 외국인 말투 때문에 외국인들을 관찰 했는데 외국인들의 작업법이 한국 사람들과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한국인들은 쭈뼛쭈뼛 하는데 외국인들은 눈빛을 안 떼면서 대놓고 멋진 표정이라고 생각하는 표정을 짓는 거 있죠. 이태원도 가면서 실제로 많이 관찰했어요.”

    평소에도 캐릭터를 위해 관찰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 그는 최근 ‘일 중독’이라는 수식이 곧잘 붙고 있다. 벌써 14년차 배우다. 비주얼로만 승부해왔다고 보기에는 상당기간의 인기를 접수했다. 그리고 줄곧 작품을 내왔다. “원래도 그렇게 일 했어요. ‘전우치’ 찍을 때 ‘의형제’도 같이 촬영했고요. 일주일만 쉬고 바로 촬영에 합류하고. 바로 ‘초능력자’ 찍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한테는 이게 맞는 거 같아요. 현장에 있는 게 아직도 즐거워요.”라고 지칠법한 패턴에 익숙해진 반응을 보이는 강동원이다.

     

  • ▲ ⓒ쇼박스
    ▲ ⓒ쇼박스


    “제 마음가짐은 항상 똑같았어요. 많은 분들이 제가 단순히 외모로 캐스팅 된 줄 아시는데, 처음 데뷔할 때부터 연기수업을 하고 작품에 들어갔거든요. 아카데미에서 3년간 배우고 이후로 8~9년까지도 연기 공부를 해왔어요. 저는 처음부터 연기에 대한 마음이 컸는데 제가 주장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받아들이는 분들이 연기를 보고 그렇게 생각해 주셔야죠. 선생님에게서 독립하고 혼자 연기 공부를 해보니 이제는 많이 유연해졌어요.”

    ‘그녀를 믿지 마세요’부터 ‘늑대의 유혹’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전우치’ ‘의형제’ ‘초능력자’ ‘검은 사제들’까지 어느덧 필모그래피만 20여 작이다. 한 얼굴로 수많은 영화 속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그만의 색깔로 소화해 대한민국 관객들에게 언제나 ‘감탄’을 선사해왔다. ‘장르가 강동원’이라는 수식은 강동원이기에 가능한 얘기이기도 하다. 넓은 스펙트럼을 무리 없이 소화하면서도 소위 ‘안구정화’까지 시켜주는 배우에게 끌리지 않을 이가 어디 있겠는가.

    “‘시작하면 최고가 돼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으로 배우 일을 시작했어요. 지금도 최고 연기자가 되겠다는 목표로 하고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