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분열과 갈등에 감독도 자존심 내려놓고 물러나… 그러나 문재인은 갈곳이 없다
  • ▲ '스페셜 원' 조세 무리뉴 감독이 지난 18일 첼시와 결별했다. 레알마드리드에 이어 이번에도 선수와의 불화설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뉴시스 DB
    ▲ '스페셜 원' 조세 무리뉴 감독이 지난 18일 첼시와 결별했다. 레알마드리드에 이어 이번에도 선수와의 불화설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뉴시스 DB

    잉글랜드 1부 리그(EPL) 18개 구단 중 16위.

    '스페셜 원'으로 불린 조세 무리뉴 첼시 감독이 이번 시즌 받아든 성적표다. 그는 한 때 화려한 첼시의 전성기를 이끌었지만, 이번 시즌 믿을 수 없는 성적표를 받아들고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이야기에 이의를 제기한 사람은 없었다.

    사상 최악의 성적표에 구단도 감독도 모두 책임에 통감했다. 구단은 무리뉴 감독에 대한 예우를 지켜 경질이 아닌 상호해지를 택했고, 무리뉴 역시 상호해지로 인한 위약금 667억원 대신 이번 시즌 말까지의 잔여연봉 212억원만 요구하면서 구단의 부담을 덜었다. 서로 한발짝씩 물러나 '사령탑 교체'를 이뤄낸 것이다.

    카리스마와 자존심 강하기로 유명한 무리뉴 감독이 순순히 물러난 것은 감독과 선수들과의 불화, 그리고 이로 인한 팀 분열과 분란에 책임을 지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무리뉴 감독 특유의 카리스마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주변의 지적을 수용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선수를 하나로 묶는 그의 카리스마가 선수들을 분열시키는 원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스타플레이어들을 일반 선수처럼 취급한다. 또 이따금씩 경기가 시작하기도 전에 상대 팀에 막말과 독설을 퍼붓기도 한다.

    이번 시즌 영국에서 첼시의 경기를 직관했던 한 축구팬은 기자에게 "무리뉴가 아무리 선수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려고 해도, 선수들이 눈도 마주치지 않아 의아하게 생각한 적이 있다"고 귀띔했다. 그의 지난 커리어인 레알마드리드에서 선수들과 불화를 감안하면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로 들린다.

    어쨌든 그는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계속되는 패배로 강등을 우려했던 첼시는 어쨌든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고, 최악의 상황을 피하게 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회에는 당의 분열로 인한 성적 추락에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는 사람이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두고 이르는 말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2.8 전당대회 때 "이기는 야당을 만들겠다"며 승리를 자신했다. 김한길·안철수 전 대표가 7.30 재보궐 선거를 패한 뒤 "이길 수 있는 선거를 졌다"면서 물러난 뒤였다.

    그는 그 때만 해도 문희상 비대위원장 체제를 거쳐 새로이 등장한 '구세주' 였다. 새정치연합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아슬아슬한 차이로 누르고 당권을 쥔 문재인 대표는 "내가 아니면 누가 박근혜 대통령과 맞설 수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당차고 자신감 있는 모습에 사람들은 큰 기대감에 찼다. 그러나 그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성완종 리스트등 야권에 유리하다고 할 수 있는 각종 정치적 배경을 짊어지고도 선거에서 패했다.

    선수단 장악 실패가 가장 큰 문제였다.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안았다고 할 수 있는 야당은 단단한 팀워크를 통해 한 골 한 골 점수 차를 벌려나가야 했지만 정작 내부에서부터 손발조차 맞지 않았고 대량실점으로 경기를 끝마쳤다.

    야권의 강세가 예상됐던 관악을에서 정태호 후보와 김희철 후보 간 갈등을 야기한 것도 문재인 대표였다. 관악구를 지역구로 하는 이행자 서울시의원도 탈당해 천정배 신당으로 옮겨가면서 아픔을 겪었다.

    텃밭이던 광주 역시 효과적으로 끌어안지 못하면서 천정배 의원에게 내주고 말았다. 4.29 재보궐 선거의 경기 결과는 4:0, 새누리당의 완승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에는 뼈아픈 연패였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지난 2.8 전당대회 때 "나 말고 누가 박 대통령과 맞설 수 있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단단한 조직력을 기반으로 거대 야당에 맞서야 할 당은 오히려 그가 대표가 된 뒤 더욱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지난 2.8 전당대회 때 "나 말고 누가 박 대통령과 맞설 수 있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단단한 조직력을 기반으로 거대 야당에 맞서야 할 당은 오히려 그가 대표가 된 뒤 더욱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하지만 문 대표는 주도권을 내줄 생각이 없었다. 문 대표는 지난 9월에는 재신임 카드까지 내놓으며 호남민심을 대변한 비주류의 요구를 일축했다. 10.28 재보궐 선거의 패배는 불 보듯 뻔했다.

    결국 '선수'라 할 수 있는 호남 지역 의원들은 하나 둘 새정치연합을 떠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특히 당의 공동창업주라고 할 수 있는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은 현재의 새정치연합이 얼마나 큰 분열과 분란에 휩싸였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황주홍 의원은 지난 9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문재인 대표만큼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모든 선거를 연전 연패한 패장이 없다"면서 "그럼에도 본인이 당 대표로서 '썩 잘 해내고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한다"고 혀를 찼다.

    선거 패배의 책임을 물은지 7개월이 지났음에도 문재인 대표에게서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를 찾아 볼 수 없었다는 성토였다.

    경기 결과인 '성적'도 초라하지만 경기 내용은 더 암울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드러나는 정당지지도는 그가 당 대표가 되고 난 후에도 여전히 새누리당의 절반에 불과하다. 앞으로 지지도가 떨어질것이란 부정적 전망만 가득하다.

    당장 총선 전까지 안철수 전 대표와 천정배 의원 등이 신당을 창당하면서 세를 규합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지지도 상승을 기대하기는커녕 지키기도 위태로워 보인다.

    그가 당 대표가 되기위해 내세웠던 총선승리의 꿈은 이미 현실적으로 멀어졌다. 이대로는 정권교체 역시 장담할 수 없다.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여러번 나왔다. 더군다나 문재인 대표는 무리뉴와 달리 밑바닥에 있던 당을 일으켜 세운것도 아니요, 선거에서 이겨 야권에 영광을 가져다 준 대표도 아니었다. 팬들은 인내심을 잃은지 오래다.

    무리뉴는 흔한 선수출신도 아니었다. 축구 감독이 되기 전 직업이 전직 고등학교 체육선생님이었다. 첼시의 수장이 되기 전에도 비교적 세계 축구의 변방이라고 할 수 있는 구단인 FC포르투를 이끌고 챔피언스리그를 우승시켰다. 세계는 무명의 감독이 거침없이 독설을 퍼붓고, 자신의 주장을 당당히 실력으로 증명하는데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그는 첼시에서도 부임 첫 해 팀의 리그우승과 FA컵 우승을 이뤘다. 정확히 반세기만의 쾌거였다. 그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그렇게 증명했다. 그와 첼시의 이별이 아름답게 마무리된 이유다.

    무리뉴는 그렇게 어렵사리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했기 때문에 떠난다고 해도 갈 곳이 있다. 차기 행선지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꼽히는 상황이다. ESPN은 "무리뉴가 이미 맨유 부임을 위한 협상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반면 문 대표는 물러설 곳이 없다. 문 대표는 낡은 운동권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돼 버렸다. 이곳 저곳에서 혁신의 대상으로 낙인찍혔고, 설상가상으로 지역구는 배재정 의원이 가져갔다. 정계 은퇴를 선언한 뒤 강진의 흙집에 살고 있는 손학규 전 대표는 현재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지만 정치권의 판도를 뒤집을 깜짝 카드다. 문재인 대표와 대비되는 모양새다.

    때문에 무리뉴는 오히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법고시를 합격해낸 노무현 전 대통령과 더 닮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거침없는 발언을 현실로 만들며 대한민국 정치의 '스페셜 원'이었다는점에서 행보도 비슷하다. 그에게 왕관을 물려받아 현재 초선을 지내고 있는 문재인 대표의 차이인 셈이다.

    그가 현재 야권에 '스페셜 원'일지는 몰라도 대한민국 정치의 '스페셜 원'이 되기에는 아직 리더십에서 갈 길이 멀어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