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타고 잠도 안와" 아무리 말해도...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 ▲ 정의화 국회의장이 15일 오전 의장실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간의 선거구 획정과 관련 협상을 중재하기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정의화 국회의장이 15일 오전 의장실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간의 선거구 획정과 관련 협상을 중재하기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민생(民生) 법안' 처리의 직권상정을 연일 호소하고 있는 청와대와 새누리당.

    '의회민주주의'를 방패막이 삼아 입법(立法) 마비 사태까지 초래한 정의화 국회의장과 새정치민주연합.

    19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노동 5법과 경제활성화 법안이 임시국회로 넘어오면서 양자 구도로 정리된 '핑퐁게임'이 이어지고 있다.

     

    ◆ 박근혜-김무성, "속 타고 잠도 안와"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잇따라 국회를 비판하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민생(民生) 관련 법안들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18일 전국 상공회의소 회장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는 자리에서는 "경제활성화를 위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구조개혁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핵심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아 속이 타들어가는 심정"이라며 안타까운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경제) 법안들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서 내년의 각종 악재들을 이겨내기 위한 대비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우리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 제대로 될 수 있을지, 요즘은 걱정으로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현장에 계신 여러분 마음은 하루하루 얼마나 타들어 가실지 정말 마음이 무겁다. 여러분께서도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주시기를 바란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답답한 마음은 마찬가지인 듯 했다.

    박용만 회장은 "어려울 때는 극복하기 위해 뛰어다니고 좋을 때는 더 벌기 위해 뛰어다니는 것이 저희 기업인들이 아는 애국의 방식"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대통령님을 필두로 먼 이국땅에 산업 현장을 개척하기 위해서 뛰어다니면 기업인이기에 앞서서 한 사람의 대한민국 국민으로 자긍심과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용만 회장은 "대통령님께서 시간을 보내시는 것을 보면 실제로 100 중에 99가 경제 살리기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순방을 갔다 오셔도 돌아오시는 그 순간부터 말씀하시는 것, 하시는 일, 보내시는 시간을 보면 정말 어느 하나 경제 살리기에 관련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온 힘을 다해서 경제 살리기에 몰입하고 계시는 것을 볼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아무쪼록 올해는 대통령님의 그러한 노력이 보람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저희 모두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무성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기업이 입사 1~2년차인 20대 신입사원을 포함해 모든 직원을 희망퇴직 대상으로 삼는 등 절박함을 드러내고 있다"며 두산인프라코어의 신입 명퇴 논란에 빗대 재계 전반의 '불황(不況)'을 강조했다.

    김무성 대표는 또 "최근 조선과 중공업 부문 대기업들이 경영실적 악화에 따른 대규모 인원감축에 나서고 있어 연말 산업현장 분위기가 어둡다"고 짚었다. 아울러 "중소기업들은 더욱 열악한 상황임을 알 수 있고, 여기에 일할 기회조차 찾기 힘든 취업준비생의 좌절과 눈물은 더 깊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무성 대표는 "이를 적극 도와줘야 할 국회는 야당의 비협조로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데 서비스산업발전법, 기업활력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과 테러방지법 등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 ▲ 정의화 국회의장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정의화 국회의장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문재인-정의화 '정부 탓, 청와대 탓'

    경제 사정이 이런데도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딴소리만 내고 있다.

    사실상 분당(分黨) 수순을 밟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이다. 공천 문제를 둘러싼 집안 싸움에 여념이 없다.

    문재인 대표는 이러한 내홍을 감추려는 듯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며 대여(對與) 공세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표는 "위기에 빠진 국가 경제와 민생을 살리기 위해서는 우리 당이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생-경제 부문과 직결되는 법안 처리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여당이) 직권상정을 압박하는 것은 입법권과 삼권분립 침해를 넘어 유신을 떠올리게 하는 신독재"라며 대안 없는 반대로 일관하고 있다.
       
    새누리당 몫으로 국회의장 자리에 오른 정의화 의장은 최근 야당과 부쩍 가까워진 분위기다.

    정의화 의장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현 경제상황이 비상사태라는 데 대해 동의 할 수 없다"며 직권상정을 거부했다. 그러자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기자간담회 2시간 뒤 정의화 의장을 찾아가 직권상정을 거듭 촉구했다. 이에 불쾌감을 감추지 못한 정의화 의장이 격노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는 후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당시 상황과 관련,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국가 비상사태'를 운운하는 헐리우드 액션이 점입가경"이라면서 정의화 의장을 두둔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최고위원 역시 "(청와대와 여당의 직권상정 촉구는) 의회 모독이자 입법권 침해로, 삼권분립 파괴이자 국회법을 위반하는 범죄적 행태이고, 민주주의를 짓밟는 독재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정의화 의장은 18일 국회에서 진행된 고(故) 이만섭 전 국회의장 영결식에서도 "대화와 타협의 정치, 변칙 없는 정치로 끝까지 의회주의를 지켜낸 이만섭 전 의장의 높은 뜻을 받들어 의회민주주의를 지키고, 그토록 염원하던 상생과 화합 그리고 통일의 길로 가겠다"고 강변했다.

    현재 SNS 상에서는 정의화 의장이 내년 총선 출마 의지를 밝히며 '전직 국회의장들에게 비례대표를 줬으면 좋겠다'고 밝히자 김무성 대표가 "별의별 연구를 다하셨다"고 반응해 눈길을 끌었다는 내용의 보도가 회자되고 있다. 정의화 의장은 차기 대선 출마설과 관련해서도 "하늘의 뜻이라면 출마할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를 두고 기자들 사이에선 "총선과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정의화 의장이 민생 법안 직권상정을 거부하며 한껏 몸값을 높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