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모두 뚜렷한 후속 대응책 없다…특단의 조치 기다려
  • ▲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난 10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15일까지 선거구 획정이 되지 않으면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언급해 그 내용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난 10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15일까지 선거구 획정이 되지 않으면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언급해 그 내용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지난 10일 정의화 국회의장이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가운데, 특히 정 의장이 여야가 15일까지 선거구 획정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취하겠다고 공언한 '특단의 조치'가 무엇일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노련한 5선의 정의화 국회의장이 아무 카드도 없이 무턱대고 '특단의 조치'를 공언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전망이 절대적으로 우세하지만 방법론을 두고는 전망이 엇갈리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여야 모두 후속 대응책을 세우는데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무엇이 있을까.

    ◆ 직권상정…단서조항이 '걸림돌'

    정의화 국회의장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카드는 직권상정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10일 대국민담화문에서 국회선진화법에 가로막혀 법안처리가 이뤄지지 않는 현실을 개탄한 바 있다.

    그는 "국회선진화법이 높은 수준의 타협과 합의 보다는 낮은 수준의 '거래'를 촉진하고 있다"면서 "이번 정기국회를 끝내면서 대한민국 국회가 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지 여야 모두가 문제점을 충분히 느꼈으리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하루빨리 국회선진화법을 보완해 효율적인 국회 운영을 해나가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마저도 국회선진화법(국회법 제85조)의 적용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법안 직권성장을 위한 심사기간 지정 요건은 ▲천재지변 ▲국가비상사태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와 합의하는 경우로 엄격히 제한된다.

    따라서 정의화 국회의장이 만일 직권상정을 한다면 '국가비상사태'를 근거로 선거법 개정안을 직권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총선 선거구가 없어지는 것이 '국가 비상사태'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견이 나온다. 과도한 해석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총선 선거구가 없어져 일대 혼란이 벌어지는 것은 어디까지나 정치인들의 비상사태"라면서 "이것을 '국가비상사태'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회의감을 드러냈다.

  • ▲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난 10일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면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난 10일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면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중재안 제시로 난관 돌파할까

    직권상정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일각에서는 '중재안'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접 여야를 설득할 중재안을 들고 나와 합의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특히 그간 정의화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 처리를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정 의장이 직권상정보다는 중재안을 제시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것이다.

    하지만 여야 모두 저마다 첨예한 이해관계속에서 대립하는 현 시점에서 등장하는 '중재안'이 문제해결을 향한 계기가 되기는 커녕, 되레 새로운 방식의 공전상태를 촉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당초 이병석 안이 여야에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새정치연합이 선거구 획정 논의에 의원정수 문제가 아닌 선거 제도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끌고 들어오기 때문이었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선거구 획정과 관련하여 가장 기본이 되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에 대한 명확한 입장조차 내놓지 못하더니 지금에 와서는 선거구 획정과 무관한 연동형비례대표제, 선거연령 하향, 선거시간 연장 등을 선거구 획정의 선결조건 정도로 제시하려 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야당의 제안을 일정 부분 받아들이는 중재안이라면 선거 제도의 수정이 불가피한데 여당에서는 '절대 불가'를 외치고 있어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등장하는 이유다.

    때문에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두고 여야 모두 저마다의 불만을 쏟아낸다면, 중재안은 난관 돌파는 커녕 새로운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쉽사리 꺼내기는 어려운 카드라는 반론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 좀처럼 풀리지 않는숙제…사퇴가 해답?

    여러 의견이 분분하게 대립하면서 급기야는 정 의장의 사퇴설까지 대두되고 있다. 사퇴설은 앞서 언급한 두 방안 대신 정의화 의장이 사퇴를 통해 여야에 경종을 울리고, 정치권에 관심을 집중시켜 합의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19대 국회 임기 종료가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의 사퇴가 진정성 있는 사퇴로 비쳐질지는 의문이다. 정치적 결단으로 보기엔 리스크도 크지 않다는 뜻이다.

    사퇴를 통해 그 동안 국회의 지지부진함에 책임지는 모양새가 그려진다면 또 모를까, 여태 몽니를 부려놓고 수습이 되지 않으니 도망가는 그림으로 비쳐진다면 정의화 의장으로서는 되레 무척 곤란할 수 있다.

    특히 '사퇴' 카드는 는 깜짝 카드로 제기 돼야 의미가 있지만 사퇴설이 먼저 흘러나오면서 다소 김이 샜다는 지적도 나온다.

    ◆ 정의화 의장, 정치력 발휘해 19대 국회 '유종의 미' 거둘까

    이처럼 정의화 국회의장의 '카드'가 묘연해지자 여야 모두 후속 대응책을 뚜렷하게 세우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 한 초선의원은 "정 의장이 어떤 카드를 꺼낼지 우리도 알지 못해 기다려 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정의화 국회의장으로서는 15일 이전에 선거구 획정을 합의하게 할 압박의 수단으로 '특단의 조치'를 꺼내들었지만, 오히려 여야가 정의화 국회의장이 내릴 특단의 조치를 기다리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결과를 불러왔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때문에 15일이 임박할 수록 정의화 국회의장이 쥔 카드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 의장이 묘안으로 정치력을 과시하면서 19대 국회 마지막에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