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도 사무총장·수석사무부총장이 '장난질' 많이 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조은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장과 평가위원들(자료사진). ⓒ뉴시스 사진DB
    ▲ 새정치민주연합 조은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장과 평가위원들(자료사진). ⓒ뉴시스 사진DB

    하나의 유령이 새정치민주연합을 떠돌고 있다. '하위 20%는 이미 결정돼 있다'는 유령이. 새정치연합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는 과연 이러한 '예정설' '편향성' 논란을 넘어설 수 있을까.

    새정치연합 조은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장은 19일 국회에서 시행세칙 의결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조은 위원장은 "의회주의의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여러 나라들에서조차 공천 과정은 비밀 정원(Secret Garden)이라고 할 정도로 투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얼마나 비밀 정원이기에 배반에 가득찬 단어들이 횡행하고 음모·혈투·살생부와 같은 괴기한 언어들이 난무하는가"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나는 오늘 비밀 정원의 일부를 개정하는 일을 맡았다고 생각한다"며 "하위 20%를 공천에서 배제한다는 것 때문에 일부에서는 살생부라든지 저승사자와 같은 언어를 쓰고 있는데, 나는 비밀 정원의 일부를 개장한다는 생각에 아주 유쾌하다"고 밝혔다.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천 과정을 공개한다는 데 누가 반대하겠나. 문제는 공천에서 배제될 하위 20%가 이미 결정돼 있다는 흉흉한 소문들이다.

    실제로 주승용 최고위원과 김동철·문병호·유성엽·신학용·최원식·노웅래 의원이 문재인 대표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오찬 회동을 하고 있던 16일, 친노(親盧) 측 관계자는 "하위 20%들이 모여 있다"고 조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권을 쥐고 있는 문재인 대표를 위시한 친노 계파는 '물갈이될 하위 20%는 당연히 호남·비노'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 하고, 심지어 비노 계파에서도 '하위 20%는 당연히 우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한 정황이다. 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고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할 것으로 누구나 생각하고 있는 듯 하다.

    근거 없는 우려도 아니다. '평가'를 빙자해 상대 계파를 공천에서 학살한 사례가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널려 있다. '끝없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오픈프라이머리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최규성 의원은 "사무총장 두 번 했는데 미운 사람 (공천에서) 빼는 것은 일도 아니더라"며 "특정 의원을 탈락시켜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얼마든지 점수 구간 등을 조정해 점수를 낮게 줄 수 있다"고 털어놨다.

    물론 새정치연합 평가위는 이날 세간의 이러한 의구심을 강하게 부인했다. 조은 위원장은 사전 배포된 보도자료를 통해 "당대표조차 간섭 못하도록 평가위원 모두가 양심을 걸고 일한다는 책임의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고, 평가위 간사를 맡고 있는 오동석 위원은 "세간에서 우려하는 인위적 결과 조작에 대해서 원천 방지 시스템을 갖췄고, 평가위원 모두가 명예를 걸고 공정한 평가 과정에 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아무리 양심과 명예를 걸고 공정하게 평가하려고 해도, 닳고 닳은 정치인이 반평생을 상아탑에서 보내온 교수들을 농락하는 방법은 한둘이 아니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원자료(Raw Data)가 있어야 한다. 평가위도 국회의원의 지역활동 평가를 위해 당무감사원으로부터, 의정활동 평가를 위해 당 사무처로부터, 여론조사 평가를 위해 조사기관으로부터 원자료를 제출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 제출되는 원자료에 '장난질'이 개입될 여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평가가 끝난 뒤 원자료는 파기되는 게 원칙이기 때문에 불복이나 재심, 검증조차 쉽지 않다. 독수독과(毒樹毒果, 나무에 독이 있으면 열매도 독이 있다)라는 말그대로, 제출된 원자료에 편향성이라는 독(毒)이 숨겨져 있다보니, 그 원자료를 기초로 평가한 평가 결과에도 자연히 독이 스며들 수밖에 없는 이치다.

    이러한 원자료 '장난질' 우려에 대해 오동석 위원은 "그런 점을 감안해 논의해서 (제출된 원자료의) 진실성 여부를 추가 자료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충분히 걸러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은 위원장도 "검증이 필요하다고 보면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당권을 쥐고 있는 세력의 손을 피해서 교차검증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한 의구심이 남아 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과거에는 사무총장이나 수석사무부총장을 차지한 계파에서 공심위(공천심사위원회)에 올라가는 원자료에 장난을 많이 쳐서 상대 계파를 학살하곤 했다"며 "평가위도 위원들이 직접 일일이 원자료까지 만들 수 없는 이상, 의지만으로는 편향성 논란을 넘어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