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희, 파리 테러 때의 모성애 사례에 빗대, 던지지 않는 文 비판
  • ▲ 20일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조직을 무시하는 문재인 대표의 독단·독선적 행태를 성토하는 최고위원들의 발언이 잇따른 가운데, 참석자들이 무거운 분위기 속에 잠겨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20일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조직을 무시하는 문재인 대표의 독단·독선적 행태를 성토하는 최고위원들의 발언이 잇따른 가운데, 참석자들이 무거운 분위기 속에 잠겨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누구와도 논의하지 않은 채 공당의 지도체제 변경 카드를 마음대로 꺼내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독단·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쓴소리가 최고위원들로부터 쏟아졌다.

    20일 오전 열린 새정치연합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승용·유승희 최고위원은 문재인 대표의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 제안에 대해 엄중히 비판했다. 오영식 최고위원은 불만의 표시로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으며, 전병헌 최고위원도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대표와 마찬가지로 국민과 당원이 선출한 지도부의 거취를 최고위원과 한 마디 협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발표했다"며 "도대체 이런 당이 어디 있느냐"고 항의했다.

    이어 "대표를 따르면 선한 사람, 비판하면 악한 사람이라는 권위주의적 발상에도 동의할 수 없다"며 "계파 수장이라고 해도 이런 말을 해서는 안 되는데, 항상 혁신과 통합을 강조하는 당대표가 할 발언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나아가 "제안한 문안박 지도체제에도 문제가 있다"며 "박원순 시장을 앞세우면 (자치단체장의) 선거 개입 논란 등으로 새누리당으로부터 공격받을 것이 뻔한데 왜 이러시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내가 왜 최고위원이 됐을까 회의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이 자리에 있는 최고위원들의 마음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주승용 최고위원의 토로에 유승희 최고위원도 호응했다.

    유승희 최고위원은 "나도 마찬가지로 상당히 착잡한 심정"이라며, 프랑스 파리 테러에서 '자식을 살리기 위한 어머니의 희생' 사례를 거론했다.

    "얼마 전에 프랑스 파리에서 테러가 일어났을 때, 아이를 살리기 위해 어머니가 몸으로 덮어서 쏟아지는 총탄을 막아낸 그 현장이 세계에 알려지면서 많은 어머니들 뿐만 아니라 세계 인류의 눈물이 흘러내리게 하고 있다"며 "그걸 보면서, 무릇 정치지도자란 '나만 살겠다'는 것이 아니라 주변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던지는 것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했다"고 말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이 20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조직을 무시하는 문재인 대표의 언행과 의사결정 방식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고 있는 가운데, 좌우로 전병헌 최고위원과 문재인 대표가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이 20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조직을 무시하는 문재인 대표의 언행과 의사결정 방식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고 있는 가운데, 좌우로 전병헌 최고위원과 문재인 대표가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전병헌 최고위원도 원론적으로 문안박 체제 도입에는 찬성한다면서도 "주승용 최고위원의 심정은 모든 최고위원의 심정일 수 있다"며 "문안박 연대에 대한 제안 과정에서 절차의 문제가 있었고 표현상의 미숙함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한 오영식 최고위원은 앞서 18일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이러한 (문안박 연대) 제안이 최고위원들과 어떠한 협의도 없이 이뤄지고, 국민과 당원에 의해 선출된 최고위원들의 진퇴가 당사자들의 의사나 협의 없이 언급되는 상황이 매우 유감스럽다"며 "향후 당내 의견을 수렴하고 최고위원들과 협의해 입장을 정해 나가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결국 문재인 대표의 '문안박 제안'은 절차적으로 보면 최고위를 무시했다는 흠결이, 내용적으로 보면 안철수 전 대표와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을 '들러리' 세운다는 문제점이 지적된다.

    당헌·당규에서 규정한 최고위원회의 등 의사 결정의 공조직을 무시하고 마치 당을 사당(私黨)처럼 비선(秘線) 위주로 운영하는 문재인 대표의 태도가 논란이 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4·29 재·보궐선거 영패 직후의 극심한 당 내홍 과정에서도 중대한 정무적 판단들이 최소한의 언질도 없이 이뤄져 최고위원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지난 5월 7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매우 중요한 시기에 대표의 행보가 최고위원회의 논의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확실하게 문재인 대표가 당을 공조직 중심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주승용 최고위원의 복귀가 결정된 이른바 8·23 합의 때도 문재인 대표는 투명하고 공개적인 당무 운영을 하겠다는 약속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최고위를 무시하고 대표의 언행이 불투명·비공개적으로 결정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누적 횟수로 따지면 세 번째라 삼진아웃(Three Strike Out)에 해당하는데, 최고위원들의 인내가 임계점에 도달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 ▲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최고위원이 20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던지지 못하는 문재인 대표의 행태를 프랑스 파리 테러 때의 모성애에 빗대 비판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최고위원이 20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던지지 못하는 문재인 대표의 행태를 프랑스 파리 테러 때의 모성애에 빗대 비판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내용적으로는 자신의 대표 사퇴 요구를 모면하기 위해 당내 대권 주자이자 경쟁자인 안철수 전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을 무리하게 끌어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현재 문재인 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가 점증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라 '문재인 대표로는 내년 총선에게 이길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표가 당을 살리기 위해 당대표직과 공천권에 연연하지 말고 깨끗하게 물러서면 되는데도, 오히려 자신이 살기 위해 안철수 전 대표와 박원순 시장을 '방탄 들러리' 세우고 있다는 게 문제다.

    당장 박원순 시장이 전면에 나설 듯한 조짐이 보이자, 새누리당은 이날 김영우 수석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선거 중립 의무를 저버리는 불법 시장이 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중앙선관위는 서울시청이라는 공공기관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선거연대에 대해 선거법 위반 여부를 엄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승용 최고위원이 우려한대로 잠재적 대권 주자인 박원순 시장마저 문재인 대표처럼 너덜거리는 모양새로 전락할 조짐이 보이는 것이다.

    나 혼자 죽을 수는 없으니 다른 대권주자들까지 함께 끌어내서 같이 죽자는 것은, 유승희 최고위원이 거론한 프랑스 파리 테러에서의 숭고한 모성애(母性愛)와는 완전히 역주행하는 리더십이라 실소를 자아내게끔 한다는 지적이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자, 당초 함께 당의 지도부를 구성하고 있는 최고위원들과 일언반구의 협의도 없이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던 문재인 대표는 뒤늦게 변명에 나섰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엄중한 비판에 직면할 것을 감지한 듯 먼저 모두발언을 통해 "총선 승리를 위해 함께 하라는 당 안팎의 명령에 따라 문안박 연대를 제안했던 것"이라며 "그 이상의 방안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나의 결단이 당내에서 수용돼 국민에게 희망을 드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선수를 쳤다.

    나아가 "지금 상황은 엄중하고 절박하다"며 "총선에서 박근혜 정권의 독재와 민생파탄을 견제할 수 있는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또다시 내부로부터의 비판을 피해가기 위해 외부의 위협을 과장하는 언사를 구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