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구치소 수감 직전 "나는 당당하다" 결백 주장
  • ▲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년 실형이 확정된 한명숙 전 총리가 24일 수감을 위해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년 실형이 확정된 한명숙 전 총리가 24일 수감을 위해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구치소에 수감되는 순간까지 국민에 대한 사과는 일절 하지 않았다. 9억여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의 확정판결을 받은 새정치민주연합 한명숙 전 의원의 얘기다.

    24일 오후 검은색 양복을 입고 서울구치소에 모습을 드러낸 한명숙 전 의원은 "저는 결백하고 그래서 당당하다"며 "울지 않겠다. 굴복하지 않겠다"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끝까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사법부 불신의 발언만 쏟아낸 것이다. 

    이날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와 강기정·정청래·임수경·장하나·김광진·김태년·김현미·노웅래·박범계·박홍근·배재정·서영교·신경민·전해철·양승조·유기홍 유승희·유은혜·윤후덕·이미경··진성준 의원 등 '한명숙 지지자' 100여명이 몰려와 한 의원에 대한 성대한 배웅식을 열었다. 다만 최근까지 사법부의 판결을 강하게 비난했던 문재인 대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부분의 지지자들이 백합 한 송이씩을 들고 있었다. 백합이 청렴과 순결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결백 청렴을 주장하기 위한 퍼포먼스로 해석된다.

    특히 이종걸 원내대표는 한 손에 백합을 든 한명숙 전 의원에게
    성경책을 건넸다. 

    한 전 의원은 당 소속 의원들을 향해 "사법정의가 이 땅에서 죽었기 때문에 그 장례식에 가기위해 상복을 입었다. 죽은 사법정의를 살려내달라고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청렴', '양심'을 상징하는 백합과 성경을 든 그에게 도대체 일말의 양심이란 있는 것인지 의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 ▲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년 실형이 확정된 한명숙 전 총리가 24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지지자들을 만나 인사를 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연합뉴스
    ▲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년 실형이 확정된 한명숙 전 총리가 24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지지자들을 만나 인사를 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연합뉴스


    특히 한 전 의원은 "나는 안에서, 여러분은 밖에서 진실이 승리하는 역사를 만들어내자"며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여기 함께 모인 여러분들의 체온과 위로를 느끼면서 들어가겠다. 이 어려운 시대에 조용한 휴식처로 들어가서 쉬게 될 것이 죄송하고, 부끄럽다"고 눈물을 흘렸다. 

    한 전 의원은 교도소에 들어가기 직전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와 포옹을 나눴다. 이에 많은 지지자들은 감정에 북받친 듯 눈물을 보이며 울먹거리기도 했다. 국회 법사위 소속인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의원은 "한명숙은 무죄다. 삼척동자도 아는 내용이다"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2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아 참배한 한 전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이 잠든 너럭바위에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조직된 시민의 힘'이라고 적혀있었다"며 "그것이 제 마음에 새겨지는 듯 했다"고 주장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한명숙 전 총리는 반(反)평화 반 경제 반 민생 반 민주주의의 상황을 뒤로 하고 들어가는 것이 안타깝고 죄스럽다고 했지만 우리는 사법정의가 땅에 떨어지고 법이 정의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힘이 돼 주지 못하는 이 사회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을 앞에 뒀다"고 주장했다.

    이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정의의 칼날이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힘써 싸우겠다"며 "한 전 총리 돌아온 날 떳떳할 수 있도록 싸우겠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제 한 전 의원의 수감 시간이 다가오자 "이제 작별을 해야 할 시간이다. 마지막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배웅하겠다"고 말했다. 한 전 의원은 이들의 마지막 노래를 들으며 구치소 안으로 들어갔다. 

    서울구치소로 들어간 한명숙 전 의원은 신분 확인 절차를 거친 뒤 건강진단·목욕, 물품 등을 지급받고 수인(囚人)번호를 부여받은 뒤 지정된 감방에 수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 전 의원은 2007년 3월 한만호 한신건영 전 대표로부터 3차례에 걸쳐 모두 9억여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2011년 7월 불구속 기소됐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지난 20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 의원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기소된지 5년만에, 대법원 상고심 2년만에 최종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이에 앞서 한 전 의원은 지난 2010년 '5만달러 뇌물 사건' 당시 첫 재판에서 "삶과 양심을 돈과 바꿀 만큼 세상을 허투루 살아오지 않았다. 남의 눈 피해 돈 받아 챙기는 일을 해 본 적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사건은 무죄로 판결났지만, 당시 재판 과정에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인출한 이 수표 중 3장이 한 전 총리 남동생 통장에 입금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번 9억여원의 불법정치자금 수수 사건과 관련,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2심 재판부는 1억원의 수표를 받았다는 한명숙 전 의원의 여동생을 법정에 불러 다 조사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 21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2심 재판부는 여동생에게 '이게 어떻게 된 것이냐. 어디서 받았느냐'고 물었지만,법정에 나온 여동생은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 답을 안 하며 묵비권을 행사했다"며 "그러니까 2심 재판장은 '이건 정말 문제가 있다, 수표를 받아놓고 거기에 대해 이런 저런 말 자체가 안 하니 이건 받은 걸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전직 총리까지 지낸 한명숙 의원이 사법부의 판결을 부정하며 끝까지 거짓말로 일관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년 실형이 확정된 한명숙 전 총리가 24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지지자들을 만나 인사를 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연합뉴스

    당초 검찰은 한명숙 전 의원에게 21일 오후 2시까지 서울구치소로 올 것을 요구했으나, 한 전 의원이 '주변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함에 따라 형 집행일을 24일로 연기했다. 검찰이 한 전 의원의 개인 사정을 이유로 수감 일정을 연기했으나, 한 전 의원이 끝까지 사법부를 비난하는 발언만 쏟아냄에 따라 형 집행일 연기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명숙 전 의원은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내려진 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앞에서 저는 떳떳하고 당당하게 선언한다. 역사와 양심의 법정에서 저는 무죄다. 비록 제 인신을 구속한다해도 저의 양심과 진실마저 투옥할 수는 없다"며 결백을 주장한 바 있다.

    최종 판결이 늦어지면서 장장 5년이라는 시간동안 누릴 것은 다 누렸음에도 전직 총리로서 논란을 야기한 부분에 대한 대국민 사과는 커녕 대한민국 사법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발언만 쏟아냈다는 점에서 후안무치(厚顔無恥) 행태를 보였다는 국민적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