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뷰티인사이드 스틸컷
    ▲ ⓒ뷰티인사이드 스틸컷

     

    사랑하는 이를 위한 특별한 한 남자의 고군분투기를 그린 판타지 멜로 영화 ‘뷰티 인사이드’. 이 영화는 남자 주인공인 ‘우진’이 매일 자고 일어나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진행된다.


    멋진 남자로, 할머니로, 어린 아이로, 평범한 여자 등으로 좀 잡을 수 없이 변신하는 그는 단순히 유전적 영향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질 뿐 궁극적인 이유는 영화 내내 밝혀지지 않아 미스테리한 여운을 준다.


    이렇게 미묘하며 알 수 없는 느낌,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새로운 감각을 선사하는 ‘뷰티 인사이드’는 특히나 독특한 화면 연출 기법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제대로 사로잡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를 연출한 백감독은 1990년대부터 다수의 TV광고 제작과 과거 영화 ‘올드보이’와 ‘설국열차’ 등의 타이틀 디자인을 맡았던 디자인 전문 경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뷰티 인사이드’는 감히 ‘127분의 뮤직비디오’라 불릴 수 있을 만큼 장면 하나 하나가 감각적이며 몽환적이다. 감독은 너무나 강렬한 이미지의 컷 바이 컷이 따로 놀까봐 걱정됐는지 단편적인 모습들을 유연석의 나레이션으로 이어준 흔적을 보이기도 한다.


  • ▲ ⓒ뷰티인사이드 스틸컷
    ▲ ⓒ뷰티인사이드 스틸컷



    이 영화는 오프닝에서 우진이 아침에 일어나는 장면부터 햇빛을 표현한 조명이 과다하게 사용된다. 이는 주인공이 아직 깨어났는지 확실치 않은 몽롱한 기분을 전달하면서 영화 속 상황이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판타지적인 느낌을 제대로 주고 있다.


    이 과다 조명 기법은 특히 우진의 뮤즈인 이수(한효주 분)가 등장하는 신에서 거의 매 순간 사용된다. 그럼으로써 이 기법은 이수를 가장 뽀얗고 아름답게 비춰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이는 우진이 이수를 바라보는 콩깍지가 제대로 씌인 시점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우진에게는 가장 예쁘고 사랑스러운 그녀이니까.


  • ▲ ⓒ뷰티인사이드 스틸컷
    ▲ ⓒ뷰티인사이드 스틸컷



    또 백감독은 감각적인 색채감을 적극 활용해 장면 마다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효과를 주기도 한다. 회상 신 중 아주 먼 대과거에서는 진한 흑백 느낌을 표현하다가 현대에 가까워지면서는 점점 옅은 흑백 느낌을 준다. 또 어떤 장면에서는 블루 톤을, 어떤 장면에서는 옐로우 톤이 짙은 컬러링을 입혀 다채로운 감정을 표현한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흑백, 아니면 그레이블루 톤 하나만을 입히는 것에 비하면 변화무쌍한 연출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핸드 헬드 촬영 기법으로 감독은 우진과 이수의 복잡한 감정을 외적으로 드러내놓기도 한다. 자신도 모르는 모습으로 변하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진의 내면이 흔들리는 모습, 우진의 진짜 모습을 찾을 수 없어 정신분열 증세를 보이는 이수의 마음은 ‘멘탈 붕괴’를 표현한 이 촬영 기법으로 관객들에게도 그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그리고 이 촬영 기법은 스토리상 자칫 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장면들을 지루하지 않게끔 만들고 있다.


    ‘뷰티 인사이드’에서는 다양한 배경을 한 컷에 보여주는 장면보다는 타이트하게 어느 한 부분만을 집중적으로 담은 장면이 많은데, 이 또한 인물들의 감정 표현 극대화, 디테일한 풍경에 따른 서정적 느낌을 최대치로 안겨주고 있다. 때문에 관객들은 더욱 풍부한 감성으로 우진과 이수에 감정 이입을 할 수가 있다.


    ‘뷰티 인사이드’는 이렇게 화려한 미장센들로 채워져 있어 자칫 이미지 중심의 껍데기만 화려한 영화로 비춰질 수 있지만, 스토리 또한 몽환적이면서 현실적이고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심오하게 담으며 관객들에게 알찬 울림을 준다. ‘진짜 사랑’을 스토리텔링 하는 다양한 방법 중에서 백감독은 그림동화와 같은 이미지 각인 방식을 택했다.


    이러한 영화는 분명 흔치 않다. 하지만 판타지 멜로라는 새로운 장르와 표현 방식이 어쩌면 ‘사랑’을 가시적으로 표현하는 가장 적합한 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뷰티 인사이드’로 ‘나’의 사랑을 곱씹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