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정상 아무도 안간다는데, 靑 "제반사항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 중"
  • ▲ 중국 국경절에 등장한 대륙간탄도미사일 DF-31A. ⓒ조선일보 DB
    ▲ 중국 국경절에 등장한 대륙간탄도미사일 DF-31A. ⓒ조선일보 DB

     

    중국이 다음달 3일 제2차 세계대전 및 항일전쟁 승리 70주년(전승절)을 기념하는 대규모 열병식을 거국적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이번 열병식에서 전쟁 당시 중국군의 공헌을 부각시키고 전후(戰後) 핵심 강국으로 부상했다는 것을 과시하는 무대로 활용할 방침이다.

    이에 중국 측은 세계 50개국 이상의 정상들을 열병식 초청 명단에 올렸다. 하지만 행사의 민족주의 색채와 반일(反日) 메시지로 인해 제2차대전 참전 주요국 상당수가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 서방의 주요 국가 정상들도 중국 방문 계획을 접었다. 참석여부 통지(RSVP) 마감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바르샤바 조약기구 회원국 정상들만이 참석을 확정한 상태다. 의장대를 파견하겠다는 의사를 전한 나라도 러시아와 몽골밖에 없다..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독일 총리는 9월 3일쯤 방중하지만 열병식에는 참석하지 않는다. 토니 블레어(Tony Blair) 전 영국 총리도 초청을 받았다고 대변인은 전했으나 참석 여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후 "파견단을 확정하지 않았다"고 영국 외교부가 전했다. 프랑스 대사관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불참 입장을 밝혔다. 전쟁 당사자인 일본은 말할 것도 없다.

    관련 소식이 퍼지자, 중국은 지난 5월 러시아 전승절처럼 자신들의 행사 역시 반쪽짜리로 전락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열병식 참석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 대통령이 전승절 행사에) 참석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제반사항을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민경욱 대변인은 '중국 전승절 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하지 말 것을 미국 측이 외교 경로로 우리 정부에 요구했다'는 일본 교도(共同)통신 보도와 관련, "사실무근"이라는 정부의 입장을 확인했다.

    민 대변인은 "미국이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지 말라고 외교경로를 통해 한국에 요청했다고 한 것은 사실이 아니며 미국도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는 보도를 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주 안으로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 ▲ 장진호 전투는 한국에서는 흥남철수의 배경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美해병대에는 가장 고전한 전투로 유명하다. 사진은 장진호 전투 당시 얼어죽은 美해병대 장병들 시신. ⓒ6.25전쟁 종전 60주년 기념 블로그
    ▲ 장진호 전투는 한국에서는 흥남철수의 배경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美해병대에는 가장 고전한 전투로 유명하다. 사진은 장진호 전투 당시 얼어죽은 美해병대 장병들 시신. ⓒ6.25전쟁 종전 60주년 기념 블로그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 여부를 놓고 국내에선 찬반 논쟁이 일고 있다. 이념(理念)적으로 보면 북한을 두둔하는 좌파 세력은 대부분 찬성을 주장하고 있고, 과거 치열했던 전투를 기억하고 있는 우파 진영은 참석 반대를 외치고 있다.

    사실 중국은 6.25 때 우리 국군과 미군 등 유엔군을 죽인 적국(敵國)이었다. 한국 주도의 통일을 가로막은 당사자가 바로 중국이다. 실제 중국은 지금도 6.25를 미국에 대항해 조선을 도운 '항미원조전쟁(抗美援朝戰爭)'이라고 부른다. 북한과 우호조약을 맺고 지금도 김정은 정권을 옹호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중국은 최근 국제법과 해양질서를 무시하고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해양패권(海洋覇權)을 추구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일본 측과 영유권 분쟁이라는 심각한 마찰을 빚고 있다. 또한 미국과 중국은 사드(THAAD) 배치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문제를 놓고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현재 미국과 중국, 양국의 상황은 한 마디로 '충돌 직전'이라 할 수 있다.

    미-일(美日) 두 정상이 나란히 중국 행사에 불참한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만 중국 전승절에 참석한다면 한-미 관계와 한-일 관계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해 우파 진영 내에선 "박근혜 정부가 한-중(韓中) FTA 등 눈앞의 실리를 떠나, 우리와 같이 피 흘린 동맹군과 호국영령들을 되새겨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의 설명이다. "우리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 등 이미 중국에 이미 할 만큼 했다. 금년 초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인민에게 신년인사를 띄우는 파격적인 관심표명도 했다. 미국에 그랬더라면 온 나라가 시끄러웠을 것이다. 정중히 양해를 구하는 선(중국 전승절 참석 거부)에서 끝내야 한다. 무리해서 (열병식에) 간다면 중국이야 성공한 '중국의 꿈'으로 크게 환호하겠지만 우리의 미래에는 자칫 치명적 실수가 될 수도 있다."

    김성만 전 해군작전사령관도 "한국 정부의 친중반미(親中反美)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전승절에 참석하면 전체적으로 득(得)보다 실(失)이 많을 수 있다"고 했다. (kon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