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이종걸·혁신위 "의원 정수 늘리자" 주장에 文 급히 선긋기정작 정개특위 논의는 답보 상태… 한 발짝도 못 나아가
  • ▲ 지난 4월 1일 열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첫 전체회의에서 이병석 위원장이 정개특위 위원으로 선임된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전 원내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지난 4월 1일 열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첫 전체회의에서 이병석 위원장이 정개특위 위원으로 선임된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전 원내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내년 총선이 불과 8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의 룰을 짜는 논의가 좀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실시 여부부터 비례대표제와 의원 정수에 관한 논의까지 갖가지 논의가 백가쟁명 식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정작 이를 논의하라고 만들어놓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는 26일 선거제에 관한 5차 혁신안을 발표하고 권역별 소선거구~비례대표 연동제를 주장했다. 아울러 지역구 의원 정수와 비례대표 의원 정수를 2대1로 하는 것을 목표로 총 의원 정수에 관해 논의할 것을 촉구했다. 다만 총 의원 정수가 늘어나더라도 국회의 총 예산은 동결돼야 한다는 점을 단서로 달았다.

    새누리당를 향해서는 "선거 개혁에 동참하라"며 "만약 새누리당이 선거제도 개혁을 훼방한다면 수구정당이라는 범국민적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당내에서 혁신안에 반대하는 호남·비노 의원들이 '반혁신'으로 몰릴까 두려워 주저하는 것을 보고, 이를 여야 차원으로까지 확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이장우 대변인은 "평상시 야당에서 늘 하던 이야기들"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나아가 "야당이 혁신안이라며 의원 정수를 늘리겠다는 것은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반개혁적"이라며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오픈프라이머리로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는 것이 진정한 혁신안"이라고 밝혔다.

    여야 양당이 선거제를 놓고 장외에서 맞붙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이 지난 13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새정치연합에 오픈프라이머리를 수용하라며 먼저 공세를 가했다. 이에 새정치연합 혁신위는 24일 정채웅 대변인 명의의 기자회견을 통해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내에서도 오픈프라이머리에 찬성하는 여론이 적지 않다.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공개 발언을 통해 연일 오픈프라이머리 수용을 압박하고 있다. 유성엽 전북도당위원장도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취지에서는 유사한 숙의(熟議) 선거인단 경선제도를 주장했다.

    이러한 공천제도 혁신과 관련한 논의들은 새정치연합 내에서 문재인 대표가 공천권을 내려놓는 문제와 맞물려 복잡한 전개 양상을 띄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당 지도부가 공천권을 내려놓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야당이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새정치연합 혁신위가) 비례대표 의원 정수 문제 등을 제기하고 나선 것은 불리한 전선에서 이탈해 공세의 지점을 옮겨보고자 하는 시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도 26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의원의 세비를 절반으로 삭감하는 것을 전제로 지역구 260명·비례대표 130명 등 총 의원 정수를 390명으로 늘리자고 제안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의원 정수 확대는) 중요한 정치 개혁의 과제로, 보수 기득권을 견인하고 선도하는 아젠다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의원 정수 문제도 일사불란한 대여(對與) 공세의 소재가 되지 못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당장 이날 저녁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이종걸 원내대표의 의원 정수 발언은 당 차원에서 전혀 논의된 바 없는 개인적인 견해"라며 "의원 정수 문제는 국민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첫 발걸음을 떼자마자 스텝이 꼬인 꼴이다.

  • ▲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첫 전체회의가 지난 4월 1일 열린 가운데,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향후 논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직감한 듯 머리를 싸매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첫 전체회의가 지난 4월 1일 열린 가운데,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향후 논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직감한 듯 머리를 싸매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한편 장외에서 이처럼 활발하다 못해 과열된 논의가 전개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정작 이 문제를 활발히 논의해야 할 정개특위에서는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속의 독립기구로, 100%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오는 10월 13일까지 선거구를 획정해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남은 활동기한은 2개월여에 불과하다. 하지만 정개특위에서 선거구 획정을 위해 필요한 가이드라인을 전혀 결정하지 못하고 있어, 아직까지 선거구 획정 작업은 시작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원 정수 △지역구 의원 정수 △인구수 상하한선 등이 결정돼야 선거구획정위가 선거구를 획정할 수 있는데, 정개특위가 아직까지 어느 하나도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로 답보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30일 헌법재판소는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표에 대해 헌법불합치를 선언하며, 지역구 인구 상하한을 2대1을 넘지 않도록 하라고 결정했다. 총 의원 정수 300명에 지역구 의원 정수가 246명인 현재 시스템 하에서라면, 헌재의 결정 취지에 따를 경우 인구수 상하한선은 하한 13만8984명, 상한 27만7966명이 된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상하한 기준이 20대 총선에서 적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폐지될 지역구를 하나라도 더 살리기 위해 새누리당은 의원 정수 동결과 비례대표 축소, 새정치연합은 비례대표 증원과 의원 정수 확대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구 의원 정수가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인구수 상하한선은 연동돼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선거구 획정의 첫 발을 떼기가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 17일 정개특위 공직선거법심사소위원회 회의가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한 데 이어, 24일에는 합의를 이루기 위해 비공개로 간담회까지 열었지만 여야는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평행선의 논의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장외에서의 활발한 논의와는 별개로 정개특위에서 어떠한 결론이 근시일내로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장외에서야 큰 틀에서 이런 저런 의견을 제시할 수 있지만, 실제로 시뮬레이션을 돌려 지역구가 눈앞에서 생겼다 없어졌다 하는 것을 보게 되는 정개특위에서의 논의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며 "여야 정쟁, 그리고 야권 내부에서의 주도권 싸움으로 앞으로도 정치권에서의 선거제도·공천제도 논의는 활발하겠지만, 정개특위에서 어떤 합의를 이루는 것은 생각보다 오래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