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가 만든 '룰' 지키도록 병사에게 자율권을 부여
  • ▲ 자료사진.ⓒ뉴데일리DB
    ▲ 자료사진.ⓒ뉴데일리DB

    설 연휴를 앞둔 지난 15일 강원 양구에 있는 육군 21사단. 백두대대 본부에서도 민간인통제선을 넘어 자동차로 1시간 이상 굽이길을 올랐다.

    해발 1000m가 어서야 ‘슬구네미 중대’ 일반전초(GOP)가 나온다. 슬구네미란 산과 계곡이 뒤엉켜 있는 모습을 뜻하는 순우리말. 소초 바로 앞 봉우리에 아군 전방초소(GP)가 보였고, 북한군 GP도 지척에 있다.병사들은 계단을 오르내리며 물셀 틈 없이 철책 경계 근무를 하고 있었다.

    반면 생활관에 있던 나머지 인원들은 편안히 휴식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얼마 전 새단장한 식당 겸 북카페에서 책을 읽고, 소연병장에서 칼바람을 맞으면서 족구를 하기도 했다.

  • ▲ 근무를 마친 병사들이 북카페에서 독서 삼매경에 빠져있다.ⓒ뉴데일리 정재훈 사진기자
    ▲ 근무를 마친 병사들이 북카페에서 독서 삼매경에 빠져있다.ⓒ뉴데일리 정재훈 사진기자

    백승빈 중대장(대위·학군 48기)은 “설 명절에도 기존에 계획된 휴가자를 제외한 나머지 요원들이 24시간 철저히 경계 작전을 펼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재규·해규 일병(21) 형제는 작년 10월 동반입대해 이곳 슬구네미 GOP에 같은 해 11월 23일 전입했다.

    형제는 이날 경계근무를 마치고 사이버지식정보방에서 중대에서 운영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접속해 반가운 얼굴과 마주했다.

    형제의 어머니 백인연씨(53)와 형 박민규 상병(23)이 설을 앞두고 중대 밴드에 안부를 전하는 동영상을 올린 것.이들은 4형제로 모두 병사로 군복무를 하고 있다. 큰형 박민규 상병이 남수단 한빛부대 4진으로 파병됐고, 둘째이자 세쌍둥이 중 첫째인 박진규 병장은 해군 1군사교육단에서 근무하고 있다.

  • ▲ 사이버지식정보방에서 SNS를 통해 안부를 주고 받는 병사.ⓒ뉴데일리 정재훈 사진기자
    ▲ 사이버지식정보방에서 SNS를 통해 안부를 주고 받는 병사.ⓒ뉴데일리 정재훈 사진기자

    형제는 이번 설에 아무도 휴가를 나가지 못한다. 어머니 백씨는 형제에게 “설에 아들들이 없으니 허전하겠지만 국가를 위해 당연하게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임무에 당당하게 임하라”고 했다.

    형 박민규 상병도 남수단 현지에서 “건강하고 열심히 근무하라”고 짧게 메시지를 보냈다. 박해규 일병은 ”SNS를 통해 어머니와 형의 얼굴을 보니 반갑다“며 “부모님이 건강을 잘 챙기셨으면 좋겠고, 형(재규씨)과 함께 군 생활을 잘 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이곳 21사단에선 올 1월 1일부터 생활관 별 ‘룰제도’를 도입해 적극 시행 중이다. 병사들간의 서열과 관행에 따라 규칙이 정해지던 것에서 병사들간의 토의를 통해 생활규칙을 정하고 지키는 방식이다.

  • ▲ 지난달 1일 생활관 별 ‘룰제도’를 도입한 이후 병사들끼리 자율적인 토론을 하는 모습 .ⓒ뉴데일리 정재훈 사진기자
    ▲ 지난달 1일 생활관 별 ‘룰제도’를 도입한 이후 병사들끼리 자율적인 토론을 하는 모습 .ⓒ뉴데일리 정재훈 사진기자

    후방 전투지역전단(feba)인 백호대대 본부 7생활관은 빨래를 돌리는 횟수에 관한 룰토의에 한창이었다. 병사들은 겨울철 감기환자 발생을 염려해 주 1회 빨래를 하던 것에서 2회로 횟수를 늘리기로 했고, 빨래 건조기 비용도 돌아가며 내기로 정했다.

    생활관장 안정훈 상병(22)은 “생활관 침대 배치와 연등 시간 등 생활관에서 이뤄지는 모든 일을 병사이 협의해 정한다”며 “스스로 정한 규칙인 만큼 모두가 잘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대도 생활관별 ‘룰제도’가 안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부대는 작년부터 생활관 내에서 입대 월에 따라 기수가 구분돼 서열이 생기는 일을 막기 위해 동기생활관에 배속된 입대월 2~3개월 차이나는 병사를 모두 동기로 편성했다.

  • ▲ 부대에 면회온 부모님께 미리 설인사를 하는 병사들.ⓒ뉴데일리 정재훈 사진기자
    ▲ 부대에 면회온 부모님께 미리 설인사를 하는 병사들.ⓒ뉴데일리 정재훈 사진기자

    노은철 대대장(중령·학사25기)는 “고운말 쓰기, 웃음체조, 칭찬운동 등 병영문화 개선에 힘쓴 결과 작년 대대내에선 단 한건의 인사 사고가 없었다”며 “스스로 정한 규칙을 스스로 지키도록 병사들에게 자율권을 부여한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