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평화통일' 노래나 부를 때? 당장 북한 핵미사일 위협 도사리고 있는데!
  • ▲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이 경기 수원 남부경찰서에서 수사 관계자들에 이끌려 호송차로 이동하면서 고함을 지르고 있는 장면. ⓒ조선일보 사진 DB
    ▲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이 경기 수원 남부경찰서에서 수사 관계자들에 이끌려 호송차로 이동하면서 고함을 지르고 있는 장면. ⓒ조선일보 사진 DB

     

    좌파 정당보다 더한 박근혜 정부 관계자들.

    지난달 19일 헌법재판소가 통진당 해산 결정을 내린지 불과 한 달여 만에 대한민국이 다시 안보불감증(安保不感症)에 빠져들고 있다.

    많은 이들이 통진당 해산 결정의 본질과 배경을 망각한 모습이다.

    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려는 의도를 넘어 국가 존립(存立)을 부정하고 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에게 철퇴를 가한 일련의 과정을 까마득한 옛 일로 치부해버리는 안일한 상황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통진당 해산 결정이 나온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이는 깡통진보 세력과 좌파 정당을 두고 나오는 지적이 아니다.
    바로 박근혜 정부의 핵심 인사로 꼽히는 통일·안보 관계자들에 대한 얘기다.

    과거 통진당과 한솥밥을 먹었던 정의당보다도 심각한 상황이다.

    #. 대한민국 안보 지키자는 좌파(左派) 정당

    정의당 지도부는 지난 7일 새해 첫 외부 일정으로 서해 백령도 군부대를 방문했다. 안보를 중시하는 진보정치를 표방함으로서 당의 위상을 제고시키겠다는 의지다. 정의당의 행보는 진보적인 정강정책을 가진 정당이 대북정책에 소극적이었다는 이미지를 털어내는 한편 '종북'이란 꼬리표를 떼지 못했던 구(舊) 통진당과 확실히 선을 긋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의당은 북한인권법 처리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 ▲ 올해 초 천안함 위령탑 참배하는 정의당 천호선 대표, 심상정 원내대표. ⓒ조선일보 사진 DB
    ▲ 올해 초 천안함 위령탑 참배하는 정의당 천호선 대표, 심상정 원내대표. ⓒ조선일보 사진 DB

    #. 주철기 靑 수석 "유엔 제재 없어야 북한에..."

    반면, 정의당이 백령도 군부대를 방문 하기 하루 전날인 6일.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경남대 북한대학원대 초빙교수 연찬회 강연에 참석, 북한 나진선봉경제특구에 대해 정부가 투자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나진선봉은 국제화된 지역이어서 앞으로 우리 투자도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특구 등 북한에 투자하려면 유엔 제재가 없어야 한다."  그는 또 "통준위 부위원장이 북측과 만나 통준위의 지위도 설명하고 (북측의) 이해를 다지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며 그런 대화가 열리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 6.15 계승하겠다는 정종욱 통준위 부위원장

    심지어 대통령 직속 통준위 정종욱 민간 부위원장은 현재 준비하고 있는 통일헌장과 관련해 북한과 상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확히는 통준위가 준비하는 통일헌장의 구상을 북한에 설명해주고 그들의 입장을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정종욱 부위원장은 "정부의 모든 대북정책은 기존 합의를 승계·발전시킨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기존의 합의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7.4 남북 공동성명, 남북 기본합의서, 비핵화 선언, 6.15 등이 그 것"이라고 말했다.


    '주객전도(主客顚倒)'라는 말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뭔가 바뀌어도 한참 바뀐 것 같은 아이러니(irony)한 장면이다. 

    심지어 이날은 '2014 국방백서(國防白書)'가 발간된 날이다. 이번 국방백서에는 "북한의 핵미사일이 미국 본토까지 위협할 수 있는 수준으로 향상됐다"는 심각한 내용이 담겨 있다. 

    상황이 이러니 '박근혜 정부가 실패한 대북 햇볕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광복 70주년'이라는 명분 아래 현 정부 관계자들이 엄중한 안보위협을 등한시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있는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KBS 방송화면
    ▲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있는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KBS 방송화면

     

    "박근혜 정부 집권 1년 간은 나름대로 대한민국의 안보위기의 극복을 우선시하고 한-미 동맹의 강화를 축으로하는 외교와 원칙에 입각한 대북정책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작년 후반기부터 북한의 위협에 대한 원칙에 어긋나는 비굴한 자세와 대화를 구걸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새해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이르러서는 한 마디로 정책의 우선순위와 전략이 무엇인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특히 북핵과 인권문제 그리고 최근 있었던 Sony Pictures에 대한 북한의 사이버테러 등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 美 국무성 및 의회가 한 목소리로 김정은 체제에 대한 '정의의 심판'을 경고하고 시행 중인 상황에서, 한국의 대응은 미국의 동맹국이기는커녕 적전분열(敵前分裂)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개탄스럽기 이를 데 없다."

       - 이재춘 전 주 러시아 한국대사 


    보수 정권의 입장과 줄곧 엇박자를 내고 있는 통일부, 좌파적 색깔이 진한 통준위 관계자들이야 그렇다 쳐도, 북한의 겁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온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의 발언 내용을 둘러싸고 적지 않은 논란이 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실질적으로 '외교-안보' 라인을 책임지는 수석비서관의 안보관에 대한 문제다.  

    '황폐화된 인권현장'에 분노한 유엔의 암묵적 지지에 힘입어 북한의 고립이 가속화되고 있다. 아울러 '김씨 왕조'를 감싸던 중국이 북한에 등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북한은 21일 현재까지도 한-미 연합훈련의 중단을 주장하며 "양국이 훈련을 강행할 경우 자위적인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그런데도 '북한 투자'를 운운하며 "유엔 제재가 없어야 한다"?

    이게 과연 앞뒤가 맞느냐는 얘기다. 

    주철기 수석이 청와대에서 외교안보를 담당한지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 출범 3년차. '통일(統一)'의 본격 궤도에 올라 속도를 내야 할 시점이 다가왔다. '광복 70년' 남북대화라는 업적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국제적 여건이다.

    유엔과 미국이 대북 제재의 고삐를 죄고 있는데, 정작 청와대는 호시탐탐 적화통일(赤化統一)을 노리는 김정은의 신년사 한마디에 호들갑을 떨고 있다. 그러니 해체된 구 통진당 잔존 세력이 다시 거리로 뛰쳐나와 남남갈등(南南葛藤)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또한 북한의 핵미사일이 언제 어디로 날아들지 알 수 없다. 6.25 전쟁이 일어날 줄 누가 예상이나 했겠나? 문제는 대비책이다.

    과거 수차례 중동 전쟁을 치른 이스라엘의 경우, 고등학생들을 1년에 한 번씩 의무적으로 유대인이 고난 당한 통곡의 벽, 마사다 성, 야드바쉠을 방문토록 하고 있다. 유대인들이 당했던 수모를 머리속에 새기게끔 하는 일종의 현장 학습이다. 이스라엘은 이와 함께 역사의 교훈을 잊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안보 교육을 실시한다. 이스라엘은 이를 통해 국가의 안보와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너나 할 것 없이 '광복 70주년'을 외치고, 마치 전쟁의 위협이 사라져 남북이 하나 된 것처럼 침소봉대(針小棒大)하고 있질 않은가.

    주철기 수석은 "통일이 한반도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법의 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마법의 약'도 약이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약(藥)이 될 수도 있고 독(毒)이 될 수도 있다.

    당장 주철기 수석이 통일에 눈이 멀어 '마법의 약(藥)'이 아닌 '마법의 독(毒)'을 들이키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북한의 핵 위협이 가시권 안으로 들어왔는데도, 청와대가 이상하리만큼 안이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국민들은 더욱 불안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