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사회문화재단 "우수 도서 선정에 문제 있다" 책임 인정


  •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재미교포 신은미(54·여)의 수필집이 문화체육관광부 '우수 문학 도서'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문체부 측은 7일 "우수 도서 선정 권한을 위임받은 '책 읽는 사회문화재단'이 신은미의 저서를 우수 도서 목록에서 제외하기로 결론을 내렸다"며 "곧 관련 내용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3년까지 총 6차례 북한을 다녀온 신은미는 자신의 방북 체험을 바탕으로 수필 형식의 '방북기'를 오마이뉴스에 장기 연재했다. 이 책은 2012년 말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 : 내 생애 가장 아름답고도 슬픈 여행'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돼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책에서 신은미는 "탈북자가 잡히면 엄한 처벌을 받지 않느냐는 질문에 북한 안내원은 '사실 무근이다. (남한 측)악선전이다'라고 답했다"고 밝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또 "북한 정권과 주민은 별개가 아니라 하나"라고 쓰는 등 북한의 열악한 인권 실태는 외면한 채 정권만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문체부는 지난해 6월 신은미가 집필한 책을 '수필 분야 우수 도서'로 지정했다. 현재 북한을 찬양·고무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도서가, 알고보니 문체부로부터 공인 훈장을 받은 권장 도서였다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진 셈이다.

    작자가 친북-종북 논란에 휩싸인 와중에도 이 책은 여전히 대형서점과 인터넷 사이트에서 절찬리 판매 중이다. 한 인터넷 판매 업체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12년 11월 출간 이후 이 책은 지금까지 600여권이 팔렸다. 이 모든 게 문체부에서 명예로운(?) 훈장을 달아준 덕분이다.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문체부가 선정한 우수 도서라는 점에 과감히 책을 구입했다"는 독자 후기도 있었다.

    문체부는 오래 전부터 민간 단체나 법인에 위탁, 해마다 '우수 문학 도서'를 선정해왔다. '우수 문학 도서'는 2012년까지 한국도서관협회에서 선정해왔으나, 한국도서관협회가 베스트셀러 위주로 우수 문학 도서를 선정한다는 비판이 나오자 해당 사업을 추진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체부 산하기관)는 지난해 시민단체인 '책 읽는 사회문화재단'에게 선정 권한을 위임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책 읽는 사회문화재단'이 선정·발표한 '우수 문학 도서'를 권당 1,200부(아동청소년은 1,400부, 평론과 희곡은 600부)씩 구입해 아동·청소년·노인·장애인 복지시설, 대안학교, 교정시설 등 전국 약 3,000여 곳에 보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책 읽는 사회문화재단'은 "국민에게 정보-지식으로의 평등한 접근권을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2001년 6월 발족한 시민단체. 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가 상임대표를 맡고 있으며 '대한출판문화협회' '문화연대' '한국작가회의'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 협의회' '어린이도서연구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학교도서관살리기 국민연대' '한국도서관협회' '한국출판인회의' 등 다수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연대단체로 참여하고 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작가회의' 등 좌파 성향의 단체들이 협력 단체로 참여하고 있는 것을 보면, '책 읽는 사회문화재단'의 성격 또한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책 읽는 사회문화재단'은 과거 MBC '느낌표' 제작진과 함께 '기적의 도서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공익적 사업에 앞장서기도 했지만, 2002년 당시엔 다음(Daum)과 "우리는 문화대통령을 원한다"는 캠페인을 벌이는가하면, '제16대 대통령 선거' 출마 후보자의 문화정책에 관한 공개 질의서를 보내는 등 선명한 정치적 행보를 걷기도 했다.

    한편 활빈단과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 등 보수단체들은 신은미가 황선(41·여)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 등과 함께 지난해 11월 '평화 통일 토크콘서트'를 열고 북한 정권을 미화하는 발언을 했다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두 사람을 고발했다.

    이에 서울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는 지난해 12월 신은미를 세 차례 소환, 조사를 벌인 뒤 지난 5일 불구속기소 의견으로 신은미를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에 출석, "자신은 엄연한 피해자"라며 관련 혐의를 부인한 신은미는 자신을 '종북 인사'로 몰아붙인 일부 인터넷 매체와 방송 언론사 등을 상대로 민형사상 법적 대응을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