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사이버테러


  • 조광동 /재미 언론인

    북한의 김정은암살을 소재로 한 코메디 영화를 제작한
    소니 영화사가 해킹을 당했을때
    미국언론과 사람들의 관심사는 해킹당한 이메일 내용이었습니다.
    소니 영화사 회장과 주고받은 이메일에서 스캇 루딘 프로듀서가
    인기 여배우 앤젤리나 졸리를 “재주도 싸가지도 없는 아이”라고 험담한 것에서부터
    배우들의 출연료가 얼마이고, 오바마 대통령의 영화 취향이 어떻고 하는 것과 같은
    가십기사가 주로 오르내렸습니다.

    이러한 분위기가 북한의 테러 위협과 함께 소니가 영화배포를 중지하자
    사이버 테러와 안보문제로 급전했습니다.
    “인터뷰(The Interview)”라는 영화 상영을 강행할 경우 미국 극장가는
     9.11과 같은 피를 볼 것이라는 북한의 경고가 먹혀들어가서
    극장가를 장악하고 있는 대형영화관들이 상영을 철회하고
    소니사가 영화배포를 중단키로 했습니다.

    이러한 결정은 미국인들의 자존심을 건드렸고
    언론의자유라는 대원칙이 굴복했다는 데서 미국의 여론을 분노케 했습니다.
    논쟁의 가장 큰 핵심은 미국이 북한으로부터 공격당했고, 테러 위협에 굴복했고,
    이번 북한의 공격이 사이버테러시대의 시작이라는 것입니다.

    북한의 위협에 굴복한 소니 영화사에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고,
    오바마 대통령까지 기자회견을 갖고, 소니가 영화 배포를 중단한 것은 잘못된것이고,
    언론의 자유가 테러위협에 굴복하는 전례를 남겼다고 비판했습니다.
    소니사가 영화 배포 중단을 결정하기 전에 자기에게 먼저 도움을 청했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것이라는 말까지 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메일 해킹으로 수천만 달러의 손실을 입고 회사가 초상집이 된
    소니 영화사는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게 되자 마이클 린튼회장이 직접 나서서
    회사를 변호하고 대통령의 비판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맞섰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후원자이기도 한 소니의 린튼회장은 백악관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했다고 말하고, 영화 배포를 취소한 것은 소니영화사의 결정이 아니라
    극장들이 상영을 철회했기 때문에 배포수단을 갖지않은 소니로서는 어쩔수없었다고 설명하고,
    앞으로 다른 방법을 통해 영화배포를 모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다음의 관심사는 미국이 북한의 사이버 테러에 대해 어떤 대응을 할것이냐 하는 것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비례하는 보복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 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한지 이틀  뒤 북한의컴퓨터시스템이
    10시간동안 기능마비를 초래한 것이 미국의 보복조치로 인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미국의 대응조치 수위를 정하는 데는 북한의 소니공격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많이 달려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공격을 “파괴행동”(act of vandalism)으로 평가하고 있는 반면

    강경파들은 “테러행위”(act of terror)로, 강경 매파들은“전쟁행위”(act of war)로 보고있습니다. 테러 행위나 전쟁행위로 보는 사람들에게는 10시간 정도의 컴퓨터 기능정지는 지나치게
    유약한 대응책으로 보일 것입니다.

    미국 정부가 북한에 대해 강도 높은 대응조치를 취할 수 없는데는
    또 다른 고민이 있을 수 있습니다. 미국 정부에서 내색은 하지않고 있지만
    이번 사이버테러의 범인이 북한이라는 결정적 증거가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누가 봐도 북한의 소행임에 틀림없고,
    FBI가 북한의 소행이라고 결혼을 내린 것에 대해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는 미국 시민은 많이 않지만 사건에서 증거를 가장 중요시하는 미국의 사벚의식으로 보면
    결정적인 물증을 확보자히 못했다는 것입니다.

    소니공격에서 사용한 숫법이 과거 남한의 은행이나 언론사를 해킹한 방법과 비슷하고,
    IP(Internet Protocol) 주소가 북한이고, 한글로 된 악성코드가 발견된 것으로 미루어
    북한소행이 확실하다는 주장은 증거로서 약하고 추론에 의한 결론이라고
    비판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북한 내부에서 해킹을 한 것이 아니라 중국이나 제3국에서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는주장도 있으나전문가들은 해커들이 중국에 거주하면서 중국의 시스템을 사용했을 가능성은 크지만
    다른나라의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은 북한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뛰어난 인재들을 밤낮없이 해킹훈련을 시켜 사이버 군대로 키우고,
    해킹 수준이 미국 중국 러시아 다음 수준이 될 것이라 고평가하고 있습니다.

    또 한가지 추정할 수 있는 것은 북한이 전문적으로 해킹을 하는 국제범죄집단을
    용병으로 고용해서 북한 해커들과 공동 사이버테러를 감행했을 수도 있다는것입니다.
    북한은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말하고있지만, 이번 사이버테러에 북한이 개입된 것은
    확실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많은 미국인들은 왜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이러한 사이버테러를 했을까, 하는 물음에
    합리적인 답변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성적 합리적 체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이번 소니 테러에 잃을 것보다 얻을 것이 많습니다.
    만약 북한의 10시간 컴퓨터 마비가 미국의 보복에 의한 것이고 대응조치가 거기서 끝난다면
    북한은 얻은 것이 무척 많습니다.
    김정은 해외자금줄 동결이나 테러국 재지정까지 간다면 타격이크겠지만
    그래도 얻는 것이 크다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 북한이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기꺼이 지불하는 것은 체제유지입니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는 체제유지를 할 수 없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라 의견이 다르겠지만 북한의 체제유지에 중심을 이루는 것이
    긴장조성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문호개방이나 과감한 경제개발정책을 실현하지못하는
    고민의 핵심은 체제유지에 대한 불안때문입니다.
    내부적으로 국민을 결속하고 심리적 일탈을 방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긴장과 위기감을 조성해야 하고 이것을 위해
    외부적으로는 쉬지않고 적을 만들고 도발의 명분을 찾아야 합니다.

    김정은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는 도발의 명분을 제공하는 큰 호재이고
    추종자들로서는 충성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북한이 해킹을 하고 테러협박을 한다고 해도 암살영화가 어떤 형태로든
    상영될 것이라는 것을 모를 리 없지만, 교주처럼군 림하는 지존의 지도자를 암살이라는
    금기영역에서웃 음꺼리로 만든 것은 미친듯이 성질을 부려보는 자기확인의 기회입니다.
    이번에 소니와 영화관들이 굴복해서 영화상영이지연된 것은
    북한으로서는 뜻밖의 수확일 것입니다.

    긴장 조성을 위해서는 힘의 과시가 뒤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절 정이 핵무기이고 미사일입니다.
    병들어 죽는 국민을 치료하고 굶어 죽는 백성을 먹이기 위해 필요한 돈이라도
    체제유지를 위해서는 핵무기를 개발하고 미사일을 발사해야 합니다.
    사이버 군대를 양성하고 소니영화사 컴퓨터를 공격하는 것은 기술능력의 과시입니다.
    북한 같은 작은 나라가 미국이라는 거대한 국가를 사이버 공격한다는 것은
    말할 수 없는 쾌감과 만족감을 줄 것입니다.

    소니해킹에서 미국인들이 보여 준 반응은 북한의 이러한 만족감을 충족시켰을 것입니다.
    대다수 미국인들은 북한이 백성을 백만이상 굶겨 죽이고, 형편없이 가난한 나라이고,
    컴퓨터 보급이 거의 안된 사회이고, 의식이 봉건왕조 수준인데
    어떻게 미국의 최첨단 컴퓨터시스템을 해킹할 수 있겠느냐면서 믿을 수 없어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은 그렇게 못 살아도 컴퓨터 수준이 세계적이고,
    핵무기 개발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얕봐서는 안된다고 말합니다.
    골치 아프고 말썽 많은 나라, 예측을 불허하는 위험한집단이라고 평하는 외부의 평가에 아랑곳하지않고, 오히려 그것을 이용하는 것이 북한 체제유지방법이기도 합니다.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고 예측을 불허하는 불안정한 체제이니
    마음대로 할 수도 없고 달래는 수 밖에 없다는 심리가 미국 정책입안자들 심리에 깔려있습니다. 거기에다 남한의 번영과 주한미군을볼 모로 잡고있으니 더욱 그러합니다.
    미국과 맞붙은 이번 사이버테러는 북한의 자기도취적 위상을 높여주었고, 
    더욱이 소니 영화사와 극장주인들이 북한의 위협에 무릎을 꿇었다는 것에
    말할 수 없는 자족감을 느낄 것입니다.

    60년 냉전의 찌꺼기를 청산하는 미국 쿠바의 국교정상화 뉴스가
    미국을 술렁이게 하는 전환의 시기에 냉전의 마지막 섬으로 남아있는북 한이
    사이버테러로 미국과 대결하는 것을 보면서 북한의 시계는 역사의 진보에서 정지해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병들고 배고픈 북한동포의 신음소리를 더 오래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크리스마스를 기해 소니는 소규모 영화관과 온라인을 통해 “인터뷰”를 배포했습니다.
    저도 6달러를 내고 온라인으로 영화를 봤습니다.
    북한이 소동을 벌이지 않았으면 C급 정도로 생각되는 신통치 않은 오락물 영화가
    큰 주목을 받지 못했을 텐데 흥행에 성공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큰 선전을 해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