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훈 "관리 감독의 사각 지대에서 불법 사기 도박 만연"카지노에 전자 슈-자동 카드셔플기 도입 의무화 제안
  • #1.

    2004년 제주도. 사기 도박꾼들은 A호텔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임대해 내국인 피해자들을 끌어들였다. 피해자들을 속이기 위해 실제 카지노에서 입는 것과 동일한 복장을 지배인과 딜러에게 입히고, 카지노 전용 칩도 사용했다. 순서가 정해져 있는 속칭 '탄'이 피해자들에게 돌아갔고, 사기 도박의 피해 금액은 10억 원대에 이르렀다.

    #2.

    2009년 정선 강원랜드. 바카라 게임장에 카드를 읽어낼 수 있는 몰래카메라가 카드 박스에 설치됐다. 장비업체 직원과 내부 직원이 공모해 설치한 것으로, 내부 직원은 이를 이용해 20여 차례에 걸쳐 30억 원대의 사기 도박을 벌였다.

    #3.

    2012년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호텔 인터불고 대구 카지노. 카지노에 고용된 블랙딜러들은 바카라 게임을 하는 고객을 상대로 전판에 깔린 카드의 숫자·문양에 따라 다음 판의 승패를 미리 알 수 있게 조작된 카드 세트(속칭 '약')를 사용했다. 고객에게 유리한 흐름으로 판이 전개될 것 같으면 '밑장빼기'를 해 카드 순서를 뒤바꾸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해외 유명 제조사에서 만든 카드인 양 밀봉 포장지까지 사용해 고객의 의심을 속여 넘겼다. 사기 도박으로 2년간 챙긴 금액은 25억 원이 넘으며, 수사 결과 카지노 회장·이사·영업본부장 등 경영진 6명도 구속됐다.


  • ▲ 새누리당 이종훈 의원 ⓒ연합뉴스 사진DB
    ▲ 새누리당 이종훈 의원 ⓒ연합뉴스 사진DB

    외국인 카지노에 대한 당국의 무관심 속에서 고객을 상대로 사기 도박을 벌이는 블랙딜러가 판을 치는 블랙 카지노가 양산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종훈 의원(새누리당·경기 분당갑)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아 7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들어 외국인 카지노에서 경영진까지 공모해 고객을 상대로 사기 도박을 벌이는 경우가 적발되고 있으나, 이를 단속해야 할 공무원은 단 2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16개소가 있으며, 연 인원 270만 명이 이를 방문해 지난해 총 매출은 1조3,000억 원에 달했다.

    최근 2년간 연 평균 성장률이 13%대에 달할 정도이지만, 감독 당국인 문체부의 무관심과 방치 속에 음지에서 독버섯이 자라듯 블랙카지노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올해 6월에는 대구의 특1급 호텔 카지노에서 사기 도박 사건이 적발됐다. 이 호텔 카지노에서는 2년여에 걸쳐 사기 도박이 진행됐으며 호텔 경영진까지 연루돼 충격을 줬다. 이 사건을 수사한 울산지방검찰청에서는 호텔 경영진 등 6명을 구속하고, 블랙딜러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최근 블랙카지노에서 벌어지는 사기 도박 행태는 과거 '타짜'라 불리던 사기 도박꾼이 은밀한 곳에서 몇몇 사람을 모아 자행하던 사기 도박과는 목적과 형태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버젓한 특1급 호텔 카지노에서 경영진까지 가담해 진행되는가 하면, 그 목적도 비자금 조성, 불법 자금 세탁 등으로 활용돼 그 위험성이 더욱 큰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전국 16개 외국인 카지노를 관리·감독하는 문체부 공무원은 사무관 1명, 주무관 1명으로 총 2명에 불과한 형편이다.

    더욱이 16개 외국인 카지노 중 절반에 해당하는 8개가 몰려 있는 제주도가 특별자치도로 승격된 뒤에는 이를 핑계삼아 제주 지역 외국인 카지노에 대해서는 아예 실태 점검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제주도청에서는 공무원 1명을 배정해 8개 외국인 카지노를 담당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 공무원은 해당 업무 외에도 관광기념품 개발 육성·우수관광사업체 지정 등의 업무도 맡고 있어 카지노 감독을 전담한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종훈 의원은 "카지노의 운영 및 장비 등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블랙카지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전자 슈 및 자동 카드셔플기 도입을 의무화해 사기 도박을 방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