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담기 부끄러운 말' 풍문 도는 靑 행태 비판과 대통령 불륜 의혹은 전혀 다른 문제
  • 4월 16일 세월호 침몰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동선'을 두고 일본 산케이 신문이 보도한 내용이 논란이다.

    청와대는 "차마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일"이라며 해당 매체에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을 예고했지만, 정작 더 큰 고민은 내부에 있다.

    <산케이>가 보도의 기초자료로 썼던 <조선일보>의 한 칼럼을 국내 좌파 매체들이 물고 늘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산케이>는 고소하면서 먼저 이를 보도한 <조선일보>는 왜 가만 두느냐는 것이 이들 매체가 제기하는 불평이다.

    국가원수의 사생활에 터무니 없는 소문을 의혹으로 제기한 문제에 대해 외교적 갈등까지도 각오한 청와대였지만, 국내 언론의 비딱한 시선까지 쏟아지자 상당히 부담스러운 눈치다.

    청와대는 아직 <산케이>에 대한 공식적인 고소를 지행하지 않은 상태다.

    청와대 관계자는 "외교적 문제에 대한 걱정도 있지만, 대통령의 사생활에 대한 국내 여론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대신 자유청년연합 등 시민단체가 같은 내용으로 <산케이>를 고발한 사건의 진행 추이를 살피는 것으로 알려졌다.

  •  
  • ▲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시 행적에 의혹을 제기한 산케이 보도 ⓒ 캡쳐화면
    ▲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시 행적에 의혹을 제기한 산케이 보도 ⓒ 캡쳐화면


    하지만 <산케이>는 물론, <한겨레> 등 국내 좌파 매체들이 제기하는 <조선일보> 보도와 다를 게 무엇이냐는 논리는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는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사건 조사를 시작한 검찰 역시 <조선일보>와 <산케이> 기사 내용은 전혀 다르다고 판단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일정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세간에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는 만큼 청와대가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내용이 글의 주제였다.

    반대로 <산케이>는 '대통령의 남자 관계'라는 황색저널리즘적 시각으로 접근, 국가원수의 사생활을 파헤친 것이라는 얘기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두 기사를 한번만 읽어봐도 알 수 있다. 조선은 국정운영의 행태를 비판하는 반면, 산케이는 대통령의 사생활에 터무니 없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국가원수를 도륙한 수준"이라고 분개했다.

  • ▲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시 행적에 의혹을 제기한 산케이 보도 ⓒ 캡쳐화면


    실제로 두 기사의 제목이나 글의 형식만 살펴봐도 청와대의 과격한 반응의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조선>은 지난달 18일 '대통령을 둘러싼 풍문'이란 제목의 칼럼으로 김기춘 비서실장이 국회 운영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한 발언을 비판했다.

    글을 쓴 최보식 기자는 "사람들 입에 올리는 것 자체를 스스로 격을 떨어뜨리는 걸로 여길만한 이야기가 최근에는 제도권 언론에서도 다뤄지기 시작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이 문제의 원인을 "대통령 개인에 대한 신뢰가 허물어지면서 온갖 루머들이 창궐하는 것"이라고 진단하고 "대통령이 스스로 혁신적인 인물을 주변에 두지 못해 면역력을 서서히 떨어뜨려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조선>이 박 대통령이 김기춘 비서실장 등 문고리 권력에 대해 '주의'를 주는 대국민 메시지의 필요성을 제안하는 논거로 이용됐다.


    하지만 <산케이>의 보도는 제목부터 의도가 전혀 달랐다.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누구와 만났을까]

    이 매체는 박 대통령의 당일 행적이 불투명하다는 의혹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제시하며 자신의 비서실장이었던 정윤회 씨를 만났다는 소문을 다룬 조선일보 칼럼을 인용했다.

    또 증권가 관계자 말을 인용, 박 대통령과 관련된 남성에 대해 "대통령의 모체 새누리당의 측극으로 당시는 유부남이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대통령을 무작정 비호하려는 측근들의 행태를 비판한 <조선>과는 달리 대통령의 사생활, 더 나아가 '불륜'을 의심케 하는 대목을 '증권가 관계자'의 말 하나로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