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춘 신부 "교황은 균형잡힌 평화주의자, 통진당 주장은 억지"
  • ▲ ⓒ 한겨레 홈페이지 화면캡쳐
    ▲ ⓒ 한겨레 홈페이지 화면캡쳐


    "교황은 누구나 어려움을 호소하면 기도와 축복을 준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앞두고, 천주교 원로사제인 김계춘 신부(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 지도신부)가, "교황은 이석기 의원을 지지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통합진보당과 내란음모 구속자 가족이, "교황이 이석기 의원과 공동피고인들에 대해 지지의사를 나타냈다"고 주장한 데에 대해,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은 것.

    앞서 '내란음모조작사건구속자 가족대책위'는 지난 4일 <한겨레신문> 11면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내란음모 사건 골동피고인 중 한 명의 가족을 만난 사진을 전면 광고로 실었다.

    이들은 "구속자 가족들의 간절한 호소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기도해 주셨습니다"라며 "국민 여러분, 도와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마치 교황이 이석기 의원 등의 '무죄석방'을 촉구한 것처럼 광고한 것이다.

    교황을 만난 당사자인 엄 모씨는 <미디어오늘>(2014-08-08)과의 인터뷰에서 "교황은 한국 상황을 알고 계셨다"며, '교황의 기도'는 '이석기 의원 등에 대한 무죄석방의 표현'이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김계춘 신부는 11일 기자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교황청 정보보고는 다양한 경로로 이뤄진다"며 "정보력이 세계 제일"이라고 말했다.

    통진당측의 주장처럼 한쪽의 일방적인 말만을 받아들이는 일은 없다는 설명이다.

    김 신부는 "교황은 개별 국가의 사법절차나 판단에 간섭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신부는 "교황은 자비롭지만, 마피아와 같은 범죄집단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신부는 카톨릭이 말하는 '용서'가 무조건적이거나 맹목적인 의미를 갖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즉 '용서'란 개인사에 한하며, 간절한 뉘우침과 다시는 안하겠다는 서약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국가 사범은 다른 차원의 규범에 의해 처리된다"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김 신부는 4대 종단 종교지도자들의 '선처' 탄원서와 관련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그는 "염수정 추기경이 동정심으로 탄원서를 냈겠지만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균형을 잃은 자비심의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교황 방한준비위원장인 강우일 주교가 "세월호 특별법 제정 때까지 함께 하겠다"며 유족들의 단식 농성 현장을 방문해 지지의사를 나타낸 일에 대해서도, "주교가 나설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균형 잡힌 평화주의자"라고 소개하면서, "우리나라의 평화와 인간의 행복, 가난한 사람들의 처지를 생각하는 사회공동체를 주문하실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교황의 방한이 전세계에 대한민국을 홍보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국가의 위상을 드높이고, 부수적으로 경제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