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영남 비해, 호남은 썰렁..대선때 그렇게 목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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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4 지방선거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청와대의 표정 관리가 미묘하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맞는 전국적 선거다.

    예산을 집행하는 행정부 최고 기구 청와대로서는
    예산을 현장에 고스란히 전달하는 지자체장을 뽑는 지방선거를 가장 중요한 선거로 꼽는다.

    서울-경기 최대 광역단체장을 배출하고도
    기초자치단체에서 한나라당이 전멸하다시피 한 2010년 지방선거 이후
    MB정부가 사실상 레임덕 수순을 밟게 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첫 전국 선거를 맞는 만큼
    당장 청와대의 관심은 모두 선거에 쏠려있지만,
    선거개입 논란을 극도로 조심하는 분위기다.

    김황식 전 총리의 [박심 논란]에도 입을 꾹 닫았고,
    정몽준 후보의 [눈웃음]에도 일단은 고개를 돌렸다.

    국무회의에 출석 가능한 서울시장 선거다.
    지난 정부 국무총리가 국무회의장에 다시 입장할 수도 있고,
    차기 대권 주자 1순위가 미리 청와대를 탐방하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
    현직 시장이 연임하는 상상하기 싫은 구도도 가능성 높은 경우의 수 다.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고 군사시설이 집중된 경기도지사 선거 결과도
    청와대에게는 서울 이상으로 중요한 곳이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누가 될지, 또 누가 됐으면 좋을지
    입이 간질간질할만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입을 다물고 있다.


  • ▲ 청와대 본관 전경 ⓒ 자료사진
    ▲ 청와대 본관 전경 ⓒ 자료사진



    수도권만 선거 아냐. 전국 구도가 중요


    "쉽지 않은 선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의도(국회)에서는 어느정도 낙관하는 분위기도 감지되지만, 수도권 등 특정지역만 볼 수 없는 청와대 입장에서는 전체적인 그림이 어떻게 그려질지에 초점을 맞출 밖에 없는 입장이다."

    - 청와대 관계자


    격전지에 대한 관심도 높지만,
    이 관계자의 말처럼 전국적인 선거 향방도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중요한 척도다.

    박 대통령은 당선시절부터 [대통합]을 내세웠고, 대선 기간에도 호남에 특히 공을 들였다.

    더욱이 [통일]이란 통합의 궁극 목표를 당면과제로 내세운 박 대통령에게는
    좌우, 그리고 동서(영호남)간의 통합은 이번 선거에서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는 의무감을 지운다.

    하지만 시작부터 분위기는 좋지 않다.
    텃밭 영남 경선과정은 치열하다 못해 파열음이 들리고, 호남은 무관심과 썰렁함이 감돈다.


  • ▲ 지난 8일 기초공천 폐지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위해 김한길-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자리에 앉고 있다. ⓒ 이종현 기자
    ▲ 지난 8일 기초공천 폐지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위해 김한길-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자리에 앉고 있다. ⓒ 이종현 기자




    박심(朴心) 그리고 잡음과 반목, 영남(領南)


    텃밭 경북 지역에선 도지사 후보들 간에 잡음이 들끓고 있다.

    경북도지사 선거에 나선 권오을.박승호 후보는
    현직 경북도지사인 김관용 후보의
    과거 측근비리, 병역비리, 논문표절 의혹 등을 문제삼고
    당 공천관리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당 공천관리위는 김관용 후보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부적격자로 볼만큼 중대한 흠결은 아니다"고 결론 지은 상태.

    권오을.박승호 후보는 당이 [김관용 밀어주기]를 한다며 반발,
    경선 불참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산은
    사실상 야권 후보로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무소속)으로 모아진 상태에서
    여권 후보들의 치열한 각축전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서도 박심(朴心)이 문제다.
    박심 논란의 당사자인 서병수 후보와 박민식-권철현 후보 간의 감정적 대립이 깊어지고 있다.

    부산은 박근혜 대통령이
    [북항 개발] 등 상당한 SOC 예산 투자를 계획한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 동력을 묻어둔 곳이다.

    이런 가운데 무소속 오거돈 후보의 돌풍 앞에서 여당 후보간의 분열은
    부산 수성을 어렵게 하는 동시에 청와대의 속을 태우는 원인이 되고 있다.



    관심 뚝! 호남(湖南), MB때는 안 그랬는데..



    호남은 사실상 포기한 것 아니냐는 말이 돌정도로 한산하다 못해 썰렁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선거에 나서겠다는 후보들의 중량감도 떨어져 있고, 중앙당의 관심도 시들하다.

    전북지사 경선에는 1차 후보 접수에서 신청자가 한명도 없었고,
    추가 공모에서야 박철곤 전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이 신청서를 냈다.

    광주도 이정재 시당위원장만 단독 입후보했고,
    전남도 이중효.배종덕 2명의 후보가 단촐하게 경합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3선의 김부겸 전 의원이 대구시장에 출사표를 냈고
    오거돈 전 장관의 부산에서 지지율 상승을 이어가는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인 모습이다.


    "대선 당시 호남 두자릿 수 득표는 당선 조건을 넘어 당선 이후에도 국정 운영을 가능케 하는 최소한의 목표였다. 그런데도 집권 이후 호남의 낮은 지지율은 큰 고민거리였는데 이번 지방선거에서 호남 전패가 벌어진다면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 청와대 관계자


  • ▲ 김황식 전 총리가 서울시장 출마 출정식에서 정몽준 후보와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이종현 기자
    ▲ 김황식 전 총리가 서울시장 출마 출정식에서 정몽준 후보와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이종현 기자


    MB정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정운천 전 농림식품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정 전 장관은 스스로 선거에 뛰어들어 김완주 전북지사와 맞붙었고,
    18.2%를 얻어 [체면치레]는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광주시장 선거에 나선 정용화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이나
    전남지사에 나선 김대식 민주평통 사무처장도 모두 두자리 득표율에 성공했다.

    당시 지방선거 참패가 예상된 와중에도 사지(死地)라 불리는 호남에 나간 것을 두고
    이명박 대통령은 이들은 높게 평가했다고 전해진다.


  • ▲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 뉴데일리
    ▲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 뉴데일리


    한 때 친이계로 분류됐던 한 중진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찾아보면 정부 주요 인사들 중에 호남 출신은 많다. 그런데 출마하겠다는 사람은 없다. 이런 분위기에서 청와대가 선거를 당에게만 맡긴다는 불만도 있다. 집권 2년차 지방선거에서 이렇게 출마자가 적은 청와대는 아마 처음일거다. 이는 [선거 무개입]이 아닌 [선거 무책임]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