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수,목 드라마(밤10시) <왕관을 쓰려는 자 그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 17일 방송에서는 가난하지만 둘이 힘을 합치면 재벌상속자들을 전혀 부러워 할 것 없는 환상의 커플인 엄마와 딸이 볼록 판화처럼 도드라져 보인다.

    가난상속을 떨구려고 유학간 언니(윤진서)를 따라 미국으로 도망갔던 은상(박신혜)은 냉혹한 현실만 다시 한번 확인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다.

    비록 지하방이지만 더 없이 좋은 엄마(김미경)와 둘이 살던 보금자리는 텅 비어있다. 엄마가 미국의 언니 말만 믿고 전세보증금을 빼서 언니한테 보냈기 때문이다. 



    텅 빈 집에서 하루 밤을 자는 은상은 혼자 마음껏 눈물을 흘리며 아득하고 슬픈 상황에 대해 애도를 보낸다. 혼자 있을 때 실컷 울어둬야 남들 앞에서 꿋꿋하게 버틸 수 있다. 약한 자에게 세상은 동정하지 않는다.
    가난해도 꿋꿋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그나마 멸시의 눈길을 덜어낼 수가 있다. 


    박희남이는 비록 청각장애인이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다.
    배울만큼 다 배우고 조금도 꿀리지 않는 좋은 직장에 다니고 큰 아파트에 살아도 이 사람들 앞에만 서면 모두 기가 죽고 작아지는 어마어마한 재벌집에서도 조금도 위축된 모습을 볼 수 없다. 

    은상이와는 수화로 대화가 가능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수화를 할 수 없다. 은상이 엄마는 자그마한 수첩을 가지고 모든 것을 해결한다. 하긴 눈치 백단에다가 집안 일을 하니 크게 대화를 할 필요도 없다. 주로 속이 없고 어린애 같이 철딱서니 없는 탄(이민호)의 엄마 한기애(김성령)와 상대한다.

    은상이를 대문 앞에다 세워놓고 이 당차고 당당하고 세상 사는 법을 아는 엄마는,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작은 사모님과 큰 사모님(박준금) 사이를 비집고 들어 가 협상을 시도한다. 

    "어머! 어머! 나 지금 협박 당하고 있는거야?"
    '네! 저도 마음이 아프네요!'
    "원하는게 뭔데?"

    은상이 엄마 감히 재벌집 회장(정동환)의 총애를 받고 있는 사모님한테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조금도  흔들림없이 동키호테처럼 진격 해 나간다. 로봇처럼 딱 하니 중심 잡고 서 있는 은상이 엄마는 인생의 무게쯤 헤라클레스처럼 번쩍 들어 올릴 기세다. 

    은상이 엄마는 이 드라마에서 종종 웃긴다.

    요즘 드라마에서 한 가지 진취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가진 것 없고 못 배웠다고 가진 자 들 앞에서 마냥 기 죽고 비굴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도 연약한 인간에 지나지 않음을 알고 당당히 한 인간으로 선다.

    내면에서 당당하면 영물인 인간은 외형적으로 보잘것 없다고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하지만 속에서부터 그들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며 기가 죽어 있으면 재빨리 알아채고 그 때부터 무인지경으로 쳐 들어 와 주인행세를 한다. 

    모든 인간관계가 마찬가지다.   



    엄마는 은상이를 집으로 데리고 들어온다. 


     엄마가 입주 가정부로 들어 간 집에 가서 산다는 것이 죽어도 싫겠지만 엄마를 먼저 생각하는 은상이는 자존심을 한 편으로 밀쳐 놓는다.

    어둡고 코딱지만한 지하방에서 살다가 넓고 화려한 집에 발을 들여 놓으며 은상이는 휘둥그레 놀란다.
    그것도 잠시, 기애와 지숙의 한바탕 벌이는 원초적인 싸움을 목격한다.

    그런 모습을 어린아이한테 보여 주고도 아무렇지 않게 은상을 대하는 기애이다.

    "봐서 알겠지만 이 집안이 썩 우아한 집안은 아니다.
    여기서 보고 들은 것 울타리 넘지 않게 하거라! 엄마는 말을 못 하니까 믿는거야!"
    "될 수 있는 한 빨리 나갈게요! 있는 동안은 없는 척 지낼게요!"

    총명한 은상이 또한 재빠르게 상황파악 종료다. 

    피자 가게, 치킨집, 카페, 식당 설겆이 등등 닥치는 대로 알바하는 은상이는 서비스가 몸에 배어 있다.
    더군다나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이 지극하다. 엄마가 입주 가정부로 들어 온 집으로 들어 오자마자 엄마 대신 회장님 약도 갖다 드리고 부엌 일도 거든다.

    엄마와 은상이 기거하는 작은 창고같은 방은 가구 하나 없다. 가구 대신 종이 과일상자를 쓴다.
    하루 아침에 다른 세상으로 건너 온 은상은 엄마와 마주 앉는다.

    "잘못했어! 엄마! 엄마 버리고 간 거 용서해 주세요!"
    "정말 미안 해! 정말 미안 해!"

    두 사람은 서로 껴 안고 운다.

    상속자들의 무게가 더 무거울까? 은상이가 겪어야 할 인생의 무게가 더 무거울까?

    은상이는 정말 가난만 상속받았을까? 총명하고 긍정적인 은상과 재벌 집에서 당당히 일하며 두려움을 모르는 생존력이 강한 엄마와 총명하고 긍정적인 자신을 상속 받지 않았던가? 외부의 것은 언제든지 빼앗기고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지만 자신속에 가지고 있는 것은 아무도 빼앗을 수 없다.

    [사진출처=SBS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