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나마에서 억류된 북한 선박에 실린 미사일 무기와 관련해 쿠바 정부가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쿠바 외교부는 16일(현지시간) 외교부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한 성명에서 쿠바를 출발해 북한으로 가던 북한 선박 청천강호에 240t의 '낡은 방어 무기' 실려 있었다고 인정했다.

    외교부는 구체적으로 "이 무기들은 볼가와 페초라 등 방공 미사일 2기, 미사일 9기의 부품, 미그21Bis 전투기 2대와 전투기 엔진 15개 등으로 모두 20세기 중반에 만들어졌다"면서 "수리 후 쿠바로 되돌아올 것들이었다"고 해명했다.

    또 1만t의 설탕도 선박에 실려 있었으며 파나마 정부로부터 선박 억류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쿠바는 주권 수호를 위해 국방력을 유지할 수 있으며 국제법을 존중하고 비핵화를 포함한 군축과 평화를 유보없이 준수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MSNBC방송 등에 따르면 군사전문지 'IHS 제인스 위클리'는 북한 선박에 실려있던 부품에 `RSN-75 Fan Song'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는 것으로 미뤄 SA-2 계열 지대공 미사일에 이용되는 사격통제 레이더 시스템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만약 북한 선박에 실린 것이 미사일 등의 무기로 확인된다면 이는 유엔 결의를 위반하는 것이어서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따르면 모든 유엔 회원국은 소형화기를 제외하고는 북한으로 무기를 이송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북한의 첫 핵실험이 이뤄진 2006년 10월 이후 4차례에 걸친 대북 제재 결의안에 따른 것이다. 유엔은 특히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인 지난 3월 모든 국가가 자국 영토를 통해 북한으로 향하는 선박을 조사하도록 결의했다.

    이에 따라 선박을 압류한 파나마 당국은 유엔을 비롯해 미국, 영국, 콜럼비아 등에 조사 지원을 요청했다고 AP통신, CNN방송 등이 보도했다.

    아직까지 북한 선박의 전체 5개 화물칸 가운데 1곳에 대한 조사만 이루어졌으며, 조사가 마무리되기 까지는 최소 1주일이 걸릴 전망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인 모라나 송은 아직 정식 보고는 받지 못했다면서도 공식 지원 요청이 들어오면 유엔 소속 전문가들이 이번 사안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CNN은 전했다.

    송 대변인은 "만약 북한 선박에 무기나 관련 부품이 실려 있었고, 이것이 북한과의 무기 거래로 확인된다면 이는 명백한 유엔 결의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위원장인 실비 루카스 룩셈부르크 대사도 이번 사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파나마 정부의 공식 통보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도 파나마의 요청이 있을 경우 이번 사안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패트릭 벤트렐 국무부 부대변인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은 파나마 정부가 북한 국적 선박을 검색한 것을 강력하게 지지한다"면서 "파나마 정부의 조치에 찬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벤트렐 부대변인은 특히 북한에 대한 제재를 규정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 1718호, 1874호, 2094호 등을 언급하면서 "이 선박에 무기가 실려 있다면 이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파나마 정부는 15일 미사일 부품을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국적 선박을 적발해 운항을 중단시켰다.

    리카르도 마르티넬리(61) 파나마 대통령은 이날 '라디오 파나마'와 'RPC 라디오'를 통해 "쿠바에서 출발한 북한 국적 선박이 미사일 부품으로 의심되는 미신고 물품을 파나마 운하를 통해 밀반입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마르티넬리 대통령은 마약단속 당국이 며칠 전 이 선박이 마약을 운반할 것이란 제보를 받고 선박을 항구로 인도, 조사한 결과 탄도미사일 부품과 비(非)재래식 무기로 여겨지는 물체들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청천강호'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선박에는 선원 35명이 타고 있었으며 선원들은 현재 구금된 상태다.

    마르티넬리 대통령은 경찰이 조사에 들어가자 문제의 북한 선박 선장이 자살을 시도했고 선원들도 폭동을 일으키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북한은 현재까지 이번 사건에 관해 어떠한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