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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수,목드리마(밤10시) <너의 목소리가 들려>  11일에서는 언제나 밝고 씩씩해 별로 흠잡을 데 없는 수하가 연약함이 드러내며 외로운 모습을 차츰 보여준다.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을 것 같은 당당한 혜성이의 외로운 영혼도 보인다. 

    수하(이종석)는 생명의 위험속에서 혜성(이보영)이와 눈이 마주 친 순간 혜성이를 클릭했다.
    누구한테라도 얘기하면 그 모두를 죽이겠다고 한 민준국(정웅인)의 죽음의 선고장을 무시하고 증언하러 와서 무서움에 덜덜 떠는 혜성이 손을 수하는 가만히 잡아준다. 

    자신의 안위 따위 돌아보지 않고 씩씩하게 혜성이를 지켜주겠다고 수호천사처럼 굳걷히 혜성이를 지켜주는 수하는 평온하고 해 맑고 의젓했다. 어떻게 혼자 외롭게 자란 아이가 저렇게 의젓하고 밝고 씩씩할 수 있을까? 누구의 도움이 필요없어 보이는 빈 팀이 없는 아이였다.

    그러던 수하는 기억을 잃은 후부터 살인자로 몰리면서 불안에 흔들리며 약해지기 시작한다. 천애고아가 혼자서 세상을 두리번거리는 어린아이 같다. 어린아이의 연약함과 두려움에 매달리는 모습은 어린아이 같다. 목소리조차 힘이 빠져 부드러운 어린아이의 목소리로 바꿨다.

    기억을 찾을 때까지 혜성의 집에 있게 된 수하는 불면증으로 잠을 못 잤었는데, 혜성이네 집에 오자마자 아무걱정 없이 편안히 잠이 들었다. 마치 엄마가 옆에서 지켜준는 것에 안심되듯이.

    혼자서 모든 것을 처리하던 수하는 아니 오히려 혜성이를 챙겨주던 어른스런 수하는 착한 아이처럼 혜성이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히 잘 듣는다. 기억나는 대로 적어 보라는 혜성이 말대로 기억해서 포스트잇에 하나씩 적는 모습도 꼭 숙제를 하는 아이같다.   
    차관우(윤상현)를 만나서 재판을 위해 의논할 때도 아이처럼 공손하다.

    그런 모든 모습에서 처음으로 수하의 외로움이 묻어나온다. 기억을 잃기 전의 어른스러움이 사라지고 나니, 자신의 나이대로 돌아 와 혼자서 어쩔 줄 몰라 하며 나이 많은 사람한테 기댄다. 수하는 외로운 영혼이었다. 어릴 때 어머니는 계시지 않은 듯 싶다. 자상하고 좋은 아버지가 계셨지만 그래도 외로웠을거다.

    혜성이는 씩씩하다. 그녀는 흔히 갑이라고 하는 사람들이나 을이라고 하는 사람들이나 개념이 없는 것 같다.
    모든 사람에 대해 똑 같이 대하는 독특한 여자다. 아부도 과잉친절도 없다. 누구한테나 데면데면하게 대하고 툭툭 말을 던진다.

    상냥하게 대하는 법이 없다. 변호사라고 특히 힘 주는 법도 없고 예의를 거슬리지 않지만 특별히 매여있지도 않다. 그녀가 쓰는 언어는 비루하다고 말 할 순 없지만, 굳이 품위를 지키려는 사람처럼 애써 말을 골라쓰지 않는다.

    "그 재수없는 계집애(이다희)와~ 그 놈의 핸드폰.. "

    법조계의 사람들과 술자리에서 친구에 대해 하는 말이다. 신성하다는 법정에서도 스스럼 없이말한다.

    "망할 개나 주라지 . 개떡 같은 !"



    친구집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엄마(김해숙) 밑에서 자랐으니 친구하나 제대로 사귈 수 있었을까?
    자기 딸을 전적으로 믿어 주는  드문 어머니이지만  보통 어머니처럼 오사바사 딸을 정겹게 대하시는 분은 아니었다.

    같은 반 친구집에서 지내면서도 늘 당당하고 친구 아버지(정동환)가 검사인데도 조금도 기가 죽는 법이 없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울타리가 없는 가운데 두 모녀가 헤쳐나가야 할 세상은 외롭고 쓸쓸하지 않았을까? 
    쉽게 다가가지 못하게 씩씩하고 무심한 척 하는 것이 아닌가?     

    두 사람은 나이차를 뛰어넘어 서로에게 마음이 끌린다.

    수하가 처음 위험에 처했을 때 본 혜성이는 슬프고 외로워 보였다. 자기와 같이 외로운 영혼을 본  순간 클릭했다. 혜성이는 자기 맘을 숨기고 산다. 아무것도 가진 것도 없는데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 

    말도 안 되게 수하에게 끌리는 마음이 당혹스러워 한사코 부정하며 도망치는 혜성이! 같이 마주앉아 밥 먹는것도 두려워 피한다.

    어느 날 수하가 정성스럽게 차려 놓은 밥도 먹었다고 거짓말을 하는 바람에 몹시 배가 고프다.
    견디다 못해 소세지를 먹는다. 소리가 나서 수하가 내다보는 데 소세지 껍데기가 바닥에 널려 있다.

    혜성이는 빨간 잠옷을 입고 쭈그려 앉아서 소세지를 먹다가 민망쩍어 뒤돌아 보는데 입가에는 케찹이 묻어있고 마치 아이가 앉아 있는 것 같다. 

    그녀도 외로운 영혼이다.
    영혼에는 나이가 없다.
    외로운 두 영혼이 서로를 향해 클릭한 것이다.

    기억이 되돌아 온 수하는 혜성이가 자기를 보호하려고 다친 것도 알게 된다.

    "당신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민준국이 살아있음이 모두에게 알려지고 혜성이는 수하가 살인범이 아니라는 것이 너무나 기쁘다.

    "수하가 아니었어! 역시 그 자식이 내 약속을 지킨 거였어"

    길거리에서 만나는 두 사람.

    "당신이 위험하다는 소리잖아!"

    무죄가 된 것을 기뻐하기보다 혜성이 걱정이 앞서는 수하는 부르짖는다.
    뒤에서 안으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수하. 

    "당신이 위험해졌는데 어떻게 무죄가 먼저야!"

    서로를 지켜주려는 듯 외로운 영혼이 외로운 서로의 영혼을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