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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수,목 드라마(밤 10시) <너의 목소리가 들려> 10일 방송에서는 혜성(이보영)이 수하(이종석)가 한 약속을 전적으로 믿고 신뢰하므로, 살인자로 몰릴 뻔한 위험에서 무죄로 판결나는 대활약을 펼치는 장면이 감동과 아픔을 준다.

    수하가 범인임을 증명하는 증거들은 차고도 넘친다.
    검사 쪽에서는 그 증거들을 들이밀며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수하가 범인임을 확신한다.
    사실 변호인측들도 넘치는 증거들을 보며 검사들의 반론을 들으며 흔들리지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배심원들도 검사쪽으로 마음이 움직직인다. 싸움터에서 강한 적이 밀고 들어와 밀려나는 것처럼 수하가 살인자가 되는쪽으로 공기의 흐름이 밀려나고 있다.

    수하의 뇌리에서 번갯빛처럼 가끔 번쩍하고 떠 오르는 기억들도 끔직한 기억뿐이어서 수하도 내심 불안하기 그지없다.  불안함으로 어린 아이처럼 작아 진 몸과 두려움으로 흔들리고 있는 수하의 동공!
    애처롭기 그지없다.

    혼란스럽고 갈피를 잡을 수없는 어둠속에서 한 줄기 빛이 되어 혜성(이보영)의 마음을 붙들어주는 것이 있었다.

    "어떻게  나 보다 날 더 믿을 수 있어요? 약속때문에 날 믿어요, 겨우 그것 때문에?"
    "그까짓 약속 때문에 십 년동안 넌 날 찾아다녔어!" 

    검사 쪽의 최후진술은 한 치의 여지도  없이 확고하다. 변론인 최후진술을 하는 혜성은 담담하면서도 결연한 심정으로 변론을 시작한다.

    "변론 전에 한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사건의 희생자는 바로 저희 어머니입니다.
    작년에 무죄추정에 의하여 민준국(정웅인)은 무죄로 풀려났고 어머니는 민준국한테 살해당했습니다.

    그 때는 무죄추정인지 뭔지 하는 법은 개나 주라고 그 원칙 만든 누군가에게 욕을 마구 하고 싶었습니다. 그 원칙이 누구에게 필요한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 가능성은  두 가지 입니다.

    하나는 모든 상황 꾸미고 잠적한 민준국이고, 하나는 피고인이 가해자이라는 것입니다.
    확실하게 사망했다는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피해자 이익 우선의 법칙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확실한 증거도 없이 정황적 증거만으로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한다면
    저 젊은이는 한창 빛나게 보내야 할 시간을 감옥에서 보내야합니다.

    제 어머니를 죽인 그 망 할 놈의 원칙이 필요한 겁니다.
    개 떡같은 원칙이지만 또 그 원칙이 저 피고인을 살릴수도 있다는 지푸라기 같은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무죄추정의 원칙을 가지고 앞날이 창창한 한 젊은이를 살리는 법으로 삼겠다고 하는 혜성의 열변과 변호사로서의 신념에 찬 변론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재판이 끝나고 법정을 나서자 도연(이다희)이가 기가 막히다는 듯 다가 와 말한다.

    "그 논리로 네 어머니 죽인 사람을 풀어줬는데 어머니 한테 미안하지도 않냐?"
    "차(윤상현)변이 변호사로서 잘 한 것이라고 생각해!"
    "네가 옳다고 잘했다고 하실까?"
    "내 어머니야 !내가 잘 알아!"
    "엄마 내가 맞지? 내가 잘 한거지?"

    화장실에서 통곡하는 혜성! 어머니를 죽인 망할 놈의 개 뼈따귀 같은 법! 
    그 법이 이제야 이해가 되어 인정할 수  밖에 없고 그 법으로 이번에는 한 생명을  살려야 하는 갈등이 얼마나 컸을까?




    드디어 판사의 선고가 내려진다.

    "형사소송법 325호 후단 피고인의 이익을 우선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사람과의 약속은 얼마나 허망한가? 쉽게 약속하고 쉽게 파기 된 약속은 서류더미처럼 우리 앞에 쌓아 놓을 수 있을 것이다. 바람 앞에 낙엽같이 폭풍우에 날려가는 우산 같이 쉽게 날려 가 버리는 것을 멍하니 바라볼 때가 있지 않은가?

    지키지 못 할 약속은 사소한 것이라도 아예 하지 말아야한다. 본래 사람은 믿는 것을 잘 하지 못한다. 하다 못 해 신앙의 세계속의 절대적인 신도 인간이 약속을 못 믿으니까 반드시 지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인간들에게 맹세하며 약속한다.

    그런데 수하는 어린아이 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10년 간 혜성이를 향해 달려왔다. 
    달려오는 것 까지 어쩌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세상에 아무도 없고 그녀를 좋아하니까!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목숨 걸었다. 약속을 이루어냈다. 약속의 완성이다.
    또 한 번 수하는 혜성이한테 약속했다. 

    "당신이 걱정하는 일 절대로 안 할거야. 약속 해! 날 믿어 줘!"  

    약속을 목숨 걸고 지킬 정도로 약속의 무게는 잴 수가 없었다. 지금은 약속의 무게가 희미하고 가볍다. 

    혜성이는 수하가 한 약속을 믿어줬다.
    수하는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킴으로 살아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