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깨달음은? "때와 장소에 맞는 올바른 [형식]만이, [생명]을 번영시킨다"

  •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


    남북당국회담이,
    회담 수석대표에 관한, 남북 사이의 격과 균형 문제로 무산되자,
    과거  박근혜가 한 말이 다시 회자된다.

    이 말은 [형식주의](formalism) 철학의 핵심이다.

    나는 박근혜가 철학을 깊게 공부해서 이 말을 한 것이 아니라,
    삶에 관한 고민을 깊게 하다,
    이 이치를 깨달았다고 짐작한다.

    좋다.
    아주 좋다. 마음에 든다.

    형식주의자는,
    "사물의 본질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소리를 들으면 극도로 경계한다.
    헛소리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형식주의자는,
    대신에
    [인터페이스](접면, 결합부, interface)와
    [프로토콜](규약, 절차, protocol)을
    중시한다.

     

    [접면],
    [결합부],
    [규약],
    [절차]는,
    모두  [형태/형식](form)에 속한다.
    엔지니어링에서 이는 [규격 표준]으로 나타난다.
    <KS 표준집>을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모두 [형태/형식](form)에 관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심지어 강도 혹은 재질도 [형태/형식]을 통해 정해져 있다.
    순도 99% 구리라 하면,
    그 순도를 측정하기 위한 [형태/형식/절차]가 정의되어 있어야 한다.

     

    현대 과학 역시,
    [관찰]-[측정]-[실험]에 관한 [형태/형식]이며,
    수학 역시,
    [수학적 언어]라 불리는 [형태/형식]의 체계이다.
    컴퓨터 공학 역시,
    [형식 논리학](formal logic)에 바탕하고 있다.

    법률체계란 결국,
    [법 절차](형식)에 관한 체계이다.
    학문의 핵심은,
    [학문 탐구 과정에 관한 절차]이다.
    이를 [방법론](Methodolgy)이라 부른다.

     

    고상한 듯 보이는 영역에서만 [형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콘크리트를 부어 넣으려면,
    먼저 속이 빈 구조물(거푸집), 즉 [형태]를 만들어야 한다.
    밥을 지으려면, 밥솥(그릇, form)이 있어야 하고,
    국을 끓이려면, 냄비가 있어야 한다.
    절편 떡을 만들려면, 절편 문양판이 있어야 한다.
    똥을 싸려면, 조였다 풀었다 해줄 수 있는 괄약근이 있어야 하고,
    오줌을 싸려면, 늘었다 줄었다 하는 방광이 있어야 한다.

     

    입만 벙긋하면 [사물의 본질]-[사물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게으른 이상주의자이거나 혹은 사악한 거짓말장이이다. 

    정직하고 땀냄새나는 인간은,
    [접면]-[결합부]-[규약]-[절차]-[방법론]에 대해 이야기 한다.

    남녀 사이의 사랑은 연애편지가 아니라,
    섹스--접면 형성--로 완성되는 법이다.
    그래서 영어에서,
    사랑하는 연인의 성적 결합을 [완성](consummation)이라 부른다.


    소통과 미디어를 볼 때에도 형식주의 철학은 매우 소중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미디어가 메시지다"

    Medium is message.

    맥루한(M. McLuhan)이 1960년대에 했던 이 명언 역시,
    형식주의 철학을 담고 있다.

    "TV라는 매체 형식 자체가,
    TV로 방영되는 컨텐츠의 성격,
    TV 시대의 인간관계를 규정한다."


    라는 뜻이다.

    이 말을 요즘 시대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은 명제가 성립한다.

    "미디어가 심리다."

    Medium is psychology.

    뱀발:
    이건, 내가 만든 명제다.
    이 명제를 인용할 때에는 <뱅모>라는 출처를  밝혀주시면 감사^^


    [게시판]은 [떼 심리]를 만들고,
    [SNS]는 [개인/실존 심리]를 만든다.

    편집자주:
    [게시판]의 대명사는 포털 <다음>이 운영하는 <아고라>다.
    [광우뻥] 혼란을 야기한 거짓-선동의 핵심이 <아고라>였다.


  • ▲ 다음 아고라 캡쳐화면. 익명 뒤에 숨은 떼거리가 소통이란 미명 아래 온갖 거짓을 양산한다. ⓒ
    ▲ 다음 아고라 캡쳐화면. 익명 뒤에 숨은 떼거리가 소통이란 미명 아래 온갖 거짓을 양산한다. ⓒ



    [SNS]는 다음 두 가지를 통해서 사람을 끊임없이 [개인/실존]으로 만든다. 


    1) 각자 자신의 관점을 가지도록 유도한다.

    [매스 미디어]나 [게시판]은,
    [각자가 자신의 관점이라고 착가하는 떼 근성--가짜관점]을 만드는 경향이 강하다.
    [게시판의 다수의견],
    혹은 [매스미디어가 주입하는 의견]을 [나 자신의 관점]이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그 결과,
    "나는 상식이 있고, 개념이 있고, 진보적인 사람이다"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살게 만든다.


     
    맥루한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경고한 바 있다.

    "통찰과 이해 대신에,
    가짜관점을 가지는 것은,
    매우 위험한 사치품을 즐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반면에 [SNS]는,
    사용자 개개인에게 자신의 관점을 가지도록 유도하는 경향이 강하다.
    [SNS]에는,
    [게시판]이나 [매스미디어]에 존재하는 [지배적 관점]이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무 금기 없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습관을 익히게 된다.

    페이스북 창업자 저커버그는 이 경향을 이렇게 표현했다.

    "대여섯명의 적을 만들지 않으면 5억명의 친구를 만들 수 없습니다."....


    저커버그는 장사꾼이니까 이렇게 점잖게 표현했다.
    나는 좀더 노골적으로 말하고 싶다.

    "80 명의 적을 만들지 않으면 20 명의 친구를 만들 수 없습니다."

     

    2) 사용자들 사이에 실시간으로 서로를 식별할 수 있는
    [강력한 사실상의 실명제]를 결과한다
    .

    [SNS]에서는 사용자들이,
    실시간으로 서로를 식별한다.

    반면 [게시판]의,
    "주민번호 실명제 혹은 IP 주소 추적 실명제"에서는,
    서로를 식별하지 못  한다.  
    사건이 벌어지고,
    고소가 이루어지고,
    수사와 기소와 재판이 진행된 다음에야
    언론에 잠시 거론될 뿐이다.


     

    [자기 자신의 관점을 가진 실명 존재]가 곧 [개인/실존]이다.

    [자기 자신의 관점이 없는 익명 존재의 집합]이 곧 [떼]이다.

     
    그래서 [SNS]는 [개인/실존 심리]를 만들고,
    [게시판]은 [떼/익명 심리]를 만든다.


    (키에르케고르가 밝혔듯)
    [개인]은 진실친화적이고,
    [떼]는 거짓-선동친화적이다.
    오직 개인만이 진실될 수 있다.
    모든 진실은 개인적 차원에서 [성립하기/깨달아지기/선택되기] 때문이다.


    인터넷 환경이,
    [게시판]에서 [SNS]로 바뀌었기 때문에,
    [종친떼](종북+친북+떼촛불 혼합체)는 끝났다.


  • ▲ 다음 아고라와 같은 게시판인 일베는 흥미로운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일베 역시 익명을 기반으로 운영되는데 거짓보다는 사실을 폭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화면은 낸시랭이 영국 BBC로부터 초청을 받았다는 것이 거짓임을 폭로한 증거메일. 일베에 게재되었다.
    ▲ 다음 아고라와 같은 게시판인 일베는 흥미로운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일베 역시 익명을 기반으로 운영되는데 거짓보다는 사실을 폭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화면은 낸시랭이 영국 BBC로부터 초청을 받았다는 것이 거짓임을 폭로한 증거메일. 일베에 게재되었다.




    일베 현상은, 
    [게시판, 즉 익명에 바탕한 진실(팩트) 존중] 문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매우 매우 흥미로운 실험이다. 

    원래는,
    [익명]은 [떼-거짓]에 가깝다.

    그런데 일베문화는,
    이를 뒤집어, [진실친화적 익명 존재]를 시도하고 있다.
    상식적으로는 실패할 수 밖에 없는 문화실험이다.

    그런데 만약 일베의 문화실험이 성공한다면,
    이는 [일베문화라는 배]가 [SNS의 바다]에 떠 있기 때문이다.

    일베 실험의 성패는,
    일베문화가,
    SNS 환경과 어떤 관계를 설정하는가에 의해 결정지워질 것이다.

    뱀발:
    그 구체적 내용에 대해선,
    나는 알지 못 한다.


    [형식/형태]를 중시해야 하는 이유는 매우 깊은 데에 있다.
    세상은 [생명과 형식],
    이 둘로 이루어진 이중나선이기 때문이다.


    [생명]은 [형식](물질 조합)을 통해 나타난다.
    [생명]은 [형식]을 빌어 자신을 확장한다.

    [형식]은 [생명]을 담아내는 매체이다. 
    [형식]은 [생명]이 전개되는 흐름이다.

    [형식]을 떠난,
    [순수] 생명은 하나 밖에 없다.
    [거대한 영혼의 바다].....이것만이 [순수] 생명이다.


    [순수]-[원초]-[시초]-[시발점]이다.

    [형식]이 때와 장소에 맞으면, [생명]을 담아내고..
    [형식]이 때와 장소에 맞지 않으면, [생명]을 시들게 만들어 죽인다.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


    ==> 박근혜는 이 깨달음으로 권력을 잡을 수 있었다. 


    "때와 장소에 맞는 올바른 [형식]만이,
    [생명]을 번영시킨다."


    ==> 박근혜가 이 엄청난 깨달음에 도달한다면,
          어마어마한 치적을 쌓을 수 있다.  



  • ▲ 다음 아고라와 같은 게시판인 일베는 흥미로운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일베 역시 익명을 기반으로 운영되는데 거짓보다는 사실을 폭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화면은 낸시랭이 영국 BBC로부터 초청을 받았다는 것이 거짓임을 폭로한 증거메일. 일베에 게재되었다.

    박성현 저술가/뉴데일리 주필.
    서울대 정치학과를 중퇴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0년대 최초의 전국 지하 학생운동조직이자 PD계열의 시발이 된 '전국민주학생연맹(학림)'의 핵심 멤버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이 사건에 대해 재심을 청구하지도 민주화보상법에 따른 보상도 일체 청구하지 않았다. 

    한국일보 기자, (주)나우콤 대표이사로 일했다.
    본지에 논설과 칼럼을 쓰며, 두두리 www.duduri.net 를 운영중이다.
    저서 : <개인이라 불리는 기적> <망치로 정치하기>
    역서 : 니체의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웹사이트 : www.bangm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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