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정부 소식통 인용해 수 억 달러의 北비자금 발견 보도서방 정보기관, 김정일 비자금 유럽과 미국 등에 투자됐을 것으로 추정
  • 김정일이 김정은에게 남긴 비자금의 실체가 드러날까?
    아니면 중국 공산당의 비호 아래 계속 비밀을 지키게 될까?

  • 김정일 장례식에서 질질 짜는 김정은. 비자금이 밝혀지면 또 한 번 짤 듯 하다.[사진: 연합뉴스]
    ▲ 김정일 장례식에서 질질 짜는 김정은. 비자금이 밝혀지면 또 한 번 짤 듯 하다.[사진: 연합뉴스]



    중국의 금융기관에 있는 수십 개의 가․차명 계좌에서 김정은의 비자금으로 보이는 수 억 달러가 발견됐다고 11일 <조선일보>가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미 양국은 수 년 동안의 추적 작업 끝에 2012년 말까지 중국 상하이 등지의 은행들에 김정은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수 억 달러 규모가 든 계좌 수십 개를 찾아냈다.
    양국은 계좌명과 계좌 번호까지 파악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김정일 시절에 만든 것도 있다.”


    <조선일보>는 문제의 비자금들이 유엔 안보리의 추가 대북제재 결의안 2094호에 포함되지 않아 제재 결의안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당초 한미 양국은 유엔 안보리 추가 대북제재 결의안 2094호를 만들면서 “김정은 비자금 계좌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중국 공산당 정부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3차 핵실험 이후 중국은 과거와 달리 대북 제재에 다소 적극적으로 변했지만 북한 정권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데는 소극적이다.”


    지난 7일 발유엔 안보리가 발표한 대북 제재 결의안 2094호는 유엔 회원국이 북한에게는 금융자산의 이동이나 금융 서비스 제공 금지를 의무화하고,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 은행의 신규 활동을 금지하고 북한과 금융거래를 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조선일보>는 이번에 발견된 ‘김정은 비자금’이 2005년 미국 정부가 시행한 ‘방코델타아시아 제재’ 때 묶인 돈보다 월등한 규모라고 전했다.

  • 김정일 비자금 계좌를 만들어 줘 2005년 9월 美재무부에 의해 제재를 받은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
    ▲ 김정일 비자금 계좌를 만들어 줘 2005년 9월 美재무부에 의해 제재를 받은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



    미국 재무부는 2005년 9.19 성명을 발표한 직후 마카오에 있던 소형 은행 ‘방코 델타 아시아(BDA)’와 거래하는 기관에 대해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발표, 이 은행의 50여 개 계좌에 있던 김정일 비자금 2,500만 달러를 묶어버린 적이 있다.  

    이 같은 선례로 볼 때 한미 양국이 찾아낸 ‘김정은 비자금’을 중국 공산당 정부가 묶어버릴 경우 ‘방코델타아시아 제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선일보>의 보도와는 별개로, 한국과 미국, 이스라엘 등 서방 정보기관들은, 북한이 핵개발을 하며 이란, 시리아 등과 거래를 시작할 때부터 김정일의 비자금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 제재’ 당시 비공식적으로 나온 이야기에 따르면, 김정일의 비자금은 마카오의 재벌 스탠리 호 소유의 카지노를 통해 세탁을 거치며, 그 창구가 ‘방코델타아시아’의 계좌일 뿐 실제 비자금은 40억 달러 이상 될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몇몇 해외 저널리스트들은 서방 정보기관의 말을 인용해 김정일의 비자금은 마카오에서 스위스, 룩셈부르크, 말레이시아, 버뮤다 등에서 돈세탁을 거친 뒤 중국과 미국에 투자된 정황이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형 은행 '홍콩상하이은행(HSBC). HSBC는 알 카에다 등 테러조직을 도운 건 물론 유엔 안보리 제재 중 북한과도 돈거래를 했다.
    ▲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형 은행 '홍콩상하이은행(HSBC). HSBC는 알 카에다 등 테러조직을 도운 건 물론 유엔 안보리 제재 중 북한과도 돈거래를 했다.

    실제 이와 유사한 사례도 있었다.
    모사드가 미국 CIA, DEA 등의 도움을 얻어 남아메리카 정글에서 추적한 알 카에다 기지에서 세계 테러조직들이 미국의 벤처기업 등에 투자한 자금이 무려 10억 달러였다는 증거를 찾았던 일이다.

    한편 <조선일보> 보도를 우리 정부가 공개적으로 확인할 경우 파장을 더욱 커진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일명 ‘차이나 머니’의 상당수가 중국 상하이 소재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국내 증시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중국 자금이 국내 증시에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건 2009년부터다.
    당시 국내 증시 투자자금은 약 2,300억 원.
    이것이 2013년 2월에는 무려 8조 830억 원에 달할 정도로 커졌다.
    이는 파생상품이나 채권 등에 투자된 금액은 제외한 규모다.

  • 김정일 정권의 '비자금 관리인'이었던 장남 김정남. BDA 제재 이후로 마카오를 떠났다. 지금은 중국 정부의 보호 아래 베이징 등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김정일 정권의 '비자금 관리인'이었던 장남 김정남. BDA 제재 이후로 마카오를 떠났다. 지금은 중국 정부의 보호 아래 베이징 등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요인'도 있다.
    원래 마카오에서 김정일의 비자금을 관리하던 장남 김정남이 현재 중국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김정은이 김정일의 뒤를 이은 뒤 '암살 위협설'도 있었지만, 김정남이 없으면 김정은은 통치자금 관리가 무척 어려워진다는 점도 중요한 대목이다.

    때문에 만약 중국 상하이 등지의 금융기관에 숨어 있던 '김정은 비자금'의 실체가 드러나고, 그 중 일부가 국내 증시 또는 종목에 투자된 정황이 드러나면 그 파장은 엄청나게 커질 수 있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