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대선 투표 앞두고 공약 남발 "지키자니 민망하고, 약속인데 안할 수도 없고"
  • '박빙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의 한판 승부는 박근혜 당선인의 '완승'으로 끝났다.

    지난 19일 치러진 '제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 당선인은 1,577만3,128표를 얻어 1,469만2,632표에 그친 문재인 후보를 108만496표차로 제치고 당선을 확정지었다.

    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최초로 과반 득표(51.55%) 대통령을 탄생시킨 이번 선거는 2002년 제16대 대선(70.8%) 이후 10년 만에 투표율 70%를 넘어섰다는 점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이날 투표에는 총 선거인수 4,050만7,842명 중 3,072만1,459명이 참여해 75.8%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는 제15대 대선 때의 80.7%보다는 적지만, 지난 대선과 비교하면 12%포인트 이상 껑충 뛰어오른 수치다.

    당초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에서 '투표율'이 승패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예상했다.
    선거일 직전, 양당 대통령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지면서 투표율이 당락을 좌우하는 바로미터로 떠오른 것.

    지난 4.11 총선 때도 투표율 70% 이상이면 민주통합당이, 70% 미만이면 새누리당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이같은 전망은 이번 대선에서도 고스란히 적용됐다.
    정치권에선 18대 대선의 투표율이 사상 유례 없이 높을 것으로 보고 70% 후반이면 야권이, 70% 초반이면 여권이 우세할 것으로 내다봤다.


  • "70% 넘으면 야권에 유리하다" 괴소문(?) 돌아
    4.11 총선 당시 이외수 "삭발하겠다" 황당 공약 남발


    역대 선거에서 50~60대 이상의 투표율은 꾸준한 반면, 20~30대 유권자들의 투표율은 기복이 심했다.
    따라서 투표율의 고저를 좌우하는 것은 '젊은 표심'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 왔다.
    바꿔서 말하면 투표율이 높아진다는 건, '야권 선호' 성향이 짙은 젊은층에서 투표를 많이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민주통합당은 선거운동 초반부터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전개해 왔다.
    야권을 지지하는 유명 인사들이 "투표율이 몇% 오르면 OO을 하겠다"는 공약을 남발하게 된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 비롯됐다.

    이른바 스타들의 '공약 퍼레이드'는 지난 4·11 총선에서 두드러졌다.
    당시 소설가 이외수가 "투표율이 70%가 넘으면 스포츠 머리로 삭발하겠다"고 밝히면서 불이 붙기 시작한 '투표율 공약'은 "미니스커트 입고 율동과 노래를 하겠다(안철수)" "빨간 가발에 힙합복장으로 개다리춤을 추겠다(명진 스님)" "보라색으로 머리를 염색하겠다(유시민 통합진보당 대표) "누드화보를 찍겠다(주진우 기자)" "주진우 기자와 딥키스를 하겠다(김어준)" "광화문에서 걸그룹 춤을 추겠다(한명숙 전 민주통합당 대표)" 같은 기상천외한 공약들로 이어졌다.

    하지만 투표율이 54.3%에 그쳐면서 셀럽들의 엽기적인 공약들은 전량 폐기처분됐다.


  • 박원순 시장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서 노래"
    진중권 동양대 교수 "더 잘생겨지겠다"??


    이번 대선에선 어떨까?

    18대 대선에서도 수많은 이색공약들이 쏟아졌다.
    '투표율이 77% 이상 나오면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설이 파다하게 퍼진 탓인지, 대부분 야권 성향의 지지자들이 저마다 특이한 공약을 내놓으며 유권자들의 투표를 독려했다.

    지난 15일 열린 문재인 후보의 서울 광화문 광장 유세에서 조국 서울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투표율 77% 이상 되면 "여의도 63빌딩을 걸어서 올라가겠다"고 공언했다.
    그러자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장은 "조 교수가 63빌딩에 올라갈 때 망사스타킹을 신기겠다"고 말해 시민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조 교수는 나중에 "투표율 77%가 넘으면 77배를 하겠다"고 공약을 '정정'하기도 했다.

    소설가 황석영과 작곡가 김형석은 투표율이 77%를 넘을시 각각 자신의 저작물을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문 후보 자신도 "투표율이 77%를 넘으면 명동에서 말춤을 추고 막걸리도 사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하지만 대선 투표율은 75.8%에 그쳤고 문 후보는 낙선의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이번 선거에서도 4·11 총선 때처럼 각종 공약들이 '휴지조각' 신세를 면치 못한 것.

    이외에도 불발에 그친 공약들은 많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투표율이 77%를 넘어서면 시청 앞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에서 노래를 부르겠다고 밝혔었고,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투표율 77%가 넘으면 대학로에서 수염을 깎겠다고 약속했다.
    또 문주출판사는 "투표율이 77%를 넘으면 지금까지 펴낸 책을 전부 무료화하겠다"는 무리수 공약을 내세웠고,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투표율 77% 넘으면 반드시 더 잘생겨지겠다"는 황당한 공약을 남기기도 했다.

    이 중 "투표율이 80% 넘으면 전국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프리허그를 하겠다"고 밝혔던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비록 투표율이 70% 중반에 그쳤지만 20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다수의 시민들과 프리허그를 나눠 눈길을 끌었다.
    "20~30대 투표율, 이번에는 반드시 80% 넘겨야 한다"며 투표 독려를 당부했던 가수 박기영도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약속대로 만삭의 몸을 이끌고 투표하는 인증샷을 올려 화제를 모았다.

     


  • 최문순 도지사, '알몸 마라톤대회' 참석 확정?
    라리사, 알몸 말춤 공연 꼼짝없이 이행해야..


    반면, 자신이 내건 목표치가 달성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황당한 공약을 이행해야 하는 셀럽들도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최근 투표 독려를 위한 공약을 부탁하는 한 트위터리안의 주문에 "투표율이 72%를 넘으면 내년 1월 20일 평창 눈꽃축제기간에 열리는 '알몸 마라톤'에 출전하겠다"고 약속했다.
    "단, 하의는 입고 출전하겠다"고 밝힌 최 지사는 이번 대선에서 투표율이 75.8%로 나옴에 따라, 추위가 극심한 1월에 '알몸 공약'을 실천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개그맨 김원효와 김대희는 19일 오후 트위터를 통해 "투표율이 71%를 넘으면 개그콘서트 '어르신' 코너의 할아버지 분장으로 클럽에 가겠다"고 밝혔다.
    막상 투표율이 높게 나오자 김원효는 "헉! 어르신 한복 곱게 펴놔야겠다"는 글을 남겨 약속을 지키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투표율 70%를 넘기면 '용감한 녀석들' 멤버들과 함께 70쌍에게 결혼식 축가를 무료로 불러 주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는 개그맨 박성광은 "첫 번째 축가 당선자님 경북 영주에 계신 신 모씨입니다. 일요일날 인증샷 올릴게요"라는 글로 이미 '공약 이행'에 들어갔음을 알렸다.

    "투표율이 75%를 넘으면 대학로 한복판에서 알몸으로 말춤을 추겠다"는 약속을 한 라리사는 동료들과 함께 공약을 이행했지만 '음란죄' 논란이 일고 있다.

    한편, 선거를 앞두고 각종 공약들이 남발되는 현상에 대해 쓴소리를 가하는 이들도 있었다.
    진정성이 결여된 '투표 독려용 공약'은 결국 자기 자신을 위한 '피알 차원'이나, 특정 정치세력의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지난 총선 당시, 일부 유명인들이 황당한 투표율 공약을 내세우고 있는 데 대해 "투표율 70% 넘으면 미니스커트 입겠다, 망사스타킹 신겠다, 이런 선동은 거의 나치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변 대표는 "개념없이 투표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가장 큰 위협"이라며 "히틀러를 찍은 독일 청년들도 아무도 선동당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는 뼈 있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김인석, "과한 투표 공약 이건 아니야" 일침

  • 개그맨 김인석이 연예인들의 과한 투표 공약에 대해 비판했다.

    김인석은 20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연예인들 투표 독려 공약들 처음에는 신선하고 멋있었다. 그런데 갈수록 옷 벗기에 나체 댄스까지. 이건 아닌 것 같은데, 누구를 위한 공약인지 약속 안지키셔도 될 것 같아요. 그럴 거면"이라는 글로 과도한 투표 공약을 내세운 일부 연예인들을 비판했다.

    앞서 많은 연예인들은 지난 19일 있었던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투표 독려 차원에서 다양한 공약을 걸었다.

    그 중에는 인증사진 공개, 싸인증정, 각종 할인 혜택 등의 제대로된 공약도 있었지만 알몸 공연, 옷 벗기 등 민망한 공약도 있어 본래의 순수한 의미를 퇴색시켰다는 의견이 제기됐었다.

    특히 '미녀들의 수다' 출신 라리사는 투표율이 75%가 넘으면 알몸으로 말춤을 추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일부 네티즌들의 빈축을 산 바 있다.

    김인석 투표 공약 일침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맞는 말이다", "정말 1절만 하자", "진짜 개념없는 연예인들 많다", "적당한 공약은 보기 좋은데 왜 저런짓까지 해야하는지", "개념발언이다", "정말 맞는말이다"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김인석은 현재 tvN '코미디 빅리그'에 개통령 팀(박휘순, 이재훈)의 코너 '명사특강'에서 새로운 캐릭터 '누이킴'으로 변신해 큰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 김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