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분란으로 찢어진 '진보빅텐트 1.0'...'진보빅텐트 2.0'을 위해 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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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들은 “야권 연대” “2013 체제”를 부르짖으며 4.11 총선과 12.19 대선 압승을 위해 모였다. 커다란 텐트를 치고 그 안에서 함께 뒹굴었다. 진보빅텐트.

    그러나 4.11 총선에서, 종북성골(통진당 구당권파)이 배지에 과욕을 부리다가 민노총 같은 종북잡골(주변부)의 원한을 깊게 샀다.

    “돈과 조직은 우리가 대는데 배지는 니들이 독식해?
    우리가 호구냐?
    니들만 배지 차고 인생 본전 건지려고?
    평양이 붕괴하니까 먼저 도망가는 거여?”

    엎친 데 덮친다고, 김용민의 라이스 미국무장관 강간살인 발언이 알려지면서 쪽박 찼다. 애초 참패할 것으로 예측되었던 새누리가 과반으로 선방했기 때문.

    그러자 민노총과 유심노(유시민, 심장정, 노회찬)가 재빨리 칼을 뽑아 통진당 구당권파의 등짝에 꼽았다. 그런데 아뿔싸! 통진당 구당권파가 누구인가? 종북성골 아닌가! 진보빅텐트의 기둥 아닌가! 종북성골(통진당 구당권파)에 대한 공격은 ‘진보빅텐트’가 갈가리 찢겨나갔다는 점을 뜻한다.

  • 그러나 텐트에 대한 향수는 짙게 남아있다. 그래서 이 향수/집념 강한 사람들에 의한, ‘진보빅텐트 2.0’을 다시 세우려는 눈물겨운(?) 투쟁이 지속되고 있다. 이들의 이름은 텐트파(派). 아직 그 실체가 덜 드러났기 때문에 함부로 이야기하다가는 ‘명예훼손’이다. 알아서들 짐작하시도록.

    9월 6일, 금태섭의 황당 기자회견에서는 텐트파가 꾸민 음모의 냄새가 짙게 난다.

    일석이조!

    돌맹이 하나 던져서 안철수의 날개를 부러뜨리는 한편, 새누리에 똥물을 씌웠다.

    음모론이라고?

    그렇다. 이는 음모론이다.

    그러면 어때?

    음모론은 맨날 종친초(종북-친북-떼촛불)만 하란 법이 있나?
    우리—대한민국과 글로벌 시장체제를 소중히 여기는 우리도 좀 해보자.

    때론 음모론이 세상을 밝히기도 한다. 영화 택시드라이버에서 보면, 주인공 로버트 드니로가 음모론에 빠진 덕에 아리따운 십대 창녀 조디 포스터를 구할 수 있지 않았나?

    텐트파의 음모를 한번 들여다 보자.

     

    왜 음모라고 보는가?


    9월 6일 황당 기자회견은 안철수에게 백해무익하다. 민통당의 신계륜 의원마저 크게 실수한 일이다라고 말한다.

    포털 검색에서 ‘목동 그녀’‘주식 뇌물’이 검색어 톱 랭킹에 오른다. 안철수의 순결한 이미지는 없어지고 ‘목동 그녀’(모끄녀) 혹은 ‘주뇌’(주식 뇌물)로 불릴 판이다. 트위터와 게시판에서 교묘하게 빗대어 조롱하는 우스개거리가 될 판이다.

    게다가 금태섭은 “협박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친구 정준길을 배신한 치사한 놈”이라는 이야기가 널리 퍼지고 있다.

    기자회견 불과 9일전 새벽 한시에 금태섭과 정준길 사이에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가 알려지면서 금태섭은 ‘치사한 놈’에서 ‘죽일 놈’으로 생물학적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 금태섭: 다른 사정이 뭐니? 준길아. 할 말 있으면 전화주렴.^^

    정준길: 새누리 원외당협위원장 워크샵에 안철수 교수님 한 시간 정도 강의 가능할까?

    한마디로 정준길과 금태섭은 서로 친밀하게 이야기를 나누던 사이였다. 그러니 당연히 4일 아침 출근길에 정준길이 자가운전을 하며 금태섭에게 전화를 걸었을 법하다.

    운전하면서 안철수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을 법하다. 금태섭이 집요하게 안철수에 관한 정보를 묻자, 시중에 상당히 알려져 있는, 여자문제와 주식 뇌물 문제를 거론하면서 “잘 해명해야 할 거야”라고 말했을 법하다.

    이게 협박?

    금태섭은 안철수 캠프에서 아무런 공식적 직위가 없는 법률적 제3자에 지나지 않는다. 제3자에게 (본인의 요청에 의해) 안철수에 관한 루머를 이야기한 게 협박?

    지난해 12월 홍준표 전 한나라 대표가 <오마이뉴스>에 말한 내용에 비하면 정준길이 친구 금태섭에게 한 이야기는 아무것도 아니다.

    홍준표는 이런 취지로 말했다.

    “안철수, 대선에 나오면 죽는다.
    여자문제에 대한 구체적 정보가 있다.
    여자 본인이 들고 온 것으로 안다.
    허리 아래의 문제라 파렴치한 일이다”


    9월 7일 안철수의 유민영대변인의 짧은 발표는 자못 의미심장하다.

    “금태섭의 발언은 금태섭 개인의 입장이다.”

    금태섭은 죽마고우 정준길을 죽여서 억지로 “새누리가 협박하고 있다”라는 장면을 연출했다. 그것도 당사자인 안철수와 상의하지 않고 사고를 쳤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무엇일까? 무슨 노림수였을까?

    이 의문에서 음모론의 유혹이 시작된다.

     

    황당 기자회견장에 왜 ‘박원순의 남자들’이?

     

  • 금태섭의 기자회견장에는 박원순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두 명의 거물이 배석했다.

    송호창조광희.

    박원순이 이끈 단체 중에 색깔이 가장 진한 것은 ‘해외민주화인사 명예회복과 귀국보장을 위한 범국민 추진위원회’이다.

    이들이 말하는 ‘해외민주화인사’란 누구인가?

    통영의 딸 신숙자 모녀 및 그 남편 오길남을 북한으로 보내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한 윤이상, 송두율 같은 해외 종북거물들이다.

    송호창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송두율 재판 때에 ‘송두율 석방을 촉구하는 대책위원회’ 운영위원이었으며 송두율 변호를 위해 견마지로를 다한 사람이다. 그는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박원순 캠프의 대변인을 맡았다.

    한편 조광희는 2004년 3월 ‘송두율 교수의 무죄 석방을 촉구하는 사회 원로 인사’ 명의의 성명을 통해, 송두율의 무죄석방을 강력 주장했던 인물이다. 그는 2011년 10월 선거에서 박원순 캠프의 특보를 맡았다.

    한마디로 송호창과 조광희는 박원순이 거느리고 있는 핵심 인맥에 속한다. 송호창은 19대 총선에서 박원순 지분으로 경기 과천에서 국회의원이 되었다.

    9월 6일, 광주에서 민통당 대선후보 경선이 열리고 있는 와중에 송호창은 뜬금없이 금태섭 기자회견 장에 나와서 다음과 같은 취지의 열변을 토했다.

    “정준길이 언급한 것은 ‘국가 기관의 철저한 사찰에 의해서만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이 발언은 뭔가?

    “안철수가 협박 받고는 있지만 그 협박 내용 자체는 사실이다”

    이런 뜻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도대체 송호창은 지금 안철수를 옹호하려는 것인가, 아니면 날개를 부러뜨리려는 것인가?

    왜 ‘박원순의 남자들’이 금태섭의 황당 기자회견에 배석해서 이상야릇한 발언을 하는가?

    이 의문 때문에 우리는, “이건 아주 흉악한 음모!”라고 단정한다.

     

    텐트파의 작품이다

     

    9월 6일이 어떤 날인가?

    통진당 분당이 확정지워진 날이다.

    그 이튿날인 9월 7일, 분당파인 박원석, 서기호, 정진후, 김제남 등 통진당 분당파 비례대표 4 명이 셀프 제명했다. 한국 정치사에 전무후무한 꼼수가 벌어진 것이다. 탈당하면 배지를 잃으니까 스스로를 제명시킨 것이다. 제명에 찬성한 일곱명 중에 네 명이 본인들이니까, ‘셀프 제명’이라고 부를 수 밖에.

    9월 6일이 어떤 날인가?

    민통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8연승 한 날이다. 모빌심당원심이 달라도 너무 다른 경선이다. 경선장에 나온 당원들은 이해찬-문재인 라인에 대한 반감을 나타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을 연호하기도 했다.

    이 심각한 상황은, 금태섭의 황당 기자회견에 가려 언론의 조명을 제대로 받지 못 했다.

    민통당 후보가 결정되고 통진신당(=통진당 분당파가 만드는 신당)이 출범하면, ‘진보빅텐트 2.0’을 서둘러 지어야 한다.

    새로 만들어지는 진보빅텐트 2.0의 3대 축은?

    민통당(이해찬-문재인), 통진신당(유심노), 그리고 박원순계.


    아하!

    이제 음모의 밑그림이 좀 보이지 않는가?

    “안철수가 진보빅텐트를 위한 불쏘시개가 될 수 없다면 지금 날개를 도려내는 편이 낫다!”
     —이게 텐트파의 계산이었다.

    잠깐, 안철수가 진보빅텐트를 위한 불쏘시개가 될 수 없다고?

    왜?

    안철수가 너무 많이 개겼고 너무 크게 자랐다.

    그 동안 텐트파는 여러 차례에 걸쳐 안철수에게 민통당 입당을 강추했다. “7월까지는 입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철수를 위함이었는지 경선 룰에서도 모빌심의 비중을 엄청 높여 놨다.

    그런데도 안철수는 민통당에 입당하지 않고 밖에서 개겼다.

    왜?

    그는 코스닥 10단 아닌가!
    어떤 경우에도 절대 손해보지 않는 꽃놀이패 게임의 달인 아닌가!
    독자 블록을 형성해서 캐스팅 보트를 잡는 것!

    이것이 안철수다운, 안철수에 의한, 안철수를 위한, 안철수의 전략 아닌가!


  • 마침내 진보빅텐트의 최고 어른, 즉 원탁회의 좌장백낙청까지 나섰다.

    원탁회의는 백낙청이 배석한 가운데 8월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다음과 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안 원장이) 야권 단일 후보가 안 되더라도 ‘안철수 현상’의 역동성을 최대로 살려 민주 세력의 공동승리에 확실한 공헌을 할 책임이 있다”

     

  • 백낙청은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안 원장이 이제 와서 나는 도저히 자신 없으니 물러서겠다는 것은 민주당 후보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자기가 단일 후보가 되든, 민주당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되든, 일단 나와서 판을 키우고 돕는 것이 맞다”

    한마디로 텐트파의 최고 원로들까지 나와서 이렇게 말한 셈이다.

    “철수야! 개기지 말고 얼른 이 판에 들어와! 
    이제 뒷걸음칠 수 없어!
    [민주세력]의 집권에 헌신해야지! 응?”

    나는 노골적인 사람이니까 내가 원탁회의 멤버라면 뒤에 이런 말을 붙였을 게다..

    “너, 개기다 뒈진다!”

     

    아, 그러나 우리 순진한 철수씨! 그냥 마냥 하냥 개겼다.

    23일 유민영 대변인 왈.

    “안원장은 다양안 분야, 계층, 세대, 지역 분들을 폭넓게 만나고 있다.”

    한마디로 겁도 없지, 텐트파 최고원로들을 ‘다양한 접촉 중의 하나’로 취급한 것이다!

     9월 4일 민통당 고위 당직자는 안철수에게 싸늘한 최후 통첩을 던졌다.

    “입당 없인 단일화 없다!”

    안철수는 묵묵부답.
    한마디로 “어느 집 개가 짖는 거야?”란 식의 반응.

    우리 순진한 철수씨! 정말 너무 많이 컸고 너무 많이 개겼다.

     

    안철수는 민통당의 분열을 노렸던 것 아닐까?

    민통당은 안철수의 경선 참여 가능성을 위해서라도 모빌심의 비중을 엄청 높여 놨는데, 안철수 본인은 민통당의 주요 주자들이 당을 깨고 나와서 자신과 함께 제3세력을 형성할 것을 원했던 것 아닐까?

     

    그날 이후

     

    그리하여 마침내 9.6사태—금태섭의 황당 기자회견이 터졌다.

    친구 정준길을 죽여 “새누리는 협박범!”이라는 이미지를 연출하는 한편, 안철수를 향해서는 ‘친절한 금자씨’의 메시지를 보냈다.

    “너, 협박받고 있지?
    아직 별 협박 없다고?
    천만에. 모끄녀(목동그녀)주뇌(주식뇌물)로 협박받을 거야. 다 알잖아?
    그니깐 우리가 보호해 줄께.”

    살 떨리도록 친절한 메시지다. 마치 조폭 해결사가 자못 정답게 어깨를 두르고 바리톤 저음으로 “행복하게 사셔야죠? 그렇지 않아요?”라고 느끼하게 말하는 것 같은.

     

    9월 6일은 ‘그날’이다. 텐트파가 칼질한 날. 안철수의 날개를 도려낸 날. 그날 이후 안철수는 대통령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졌다. 모끄녀주뇌라는 두 개의 조롱거리가 따라 다닐텐데..

    또한 그날 이후, 텐트파의 실체와 작동 방식이 구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지금 엄청나게 당황하고 있을 것이다.

    본래 계산대로라면 새누리는 협박범으로 낙인찍혀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금태섭이 ‘치사한 놈’에서 ‘’죽일 놈’으로, 생물학적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게다가 “9.6 사태는 새누리와 안철수를 완샷에 보내려는 텐트파의 음모 아닐까?”라는 의혹이 스물스물 퍼지고 있다.

     

  • 음모가 왜 실패했을까?

    SNS 지형 때문이다.

    지난 4월 이후 SNS는 더 이상 텐트파가 이끄는 종친초의 전유물이 아니다.

    대한민국과 글로벌문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나는 이들을 ‘공화(共和)’라고 부른다—과 종친초가 5:5 정도로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진실의 소리가 결코 사그라들거나 짓밟히는 법이 없다.

    음모를 꾸민 사람들의 계산대로 세상이 움직였다면, 다음과 같은 소리가 인터넷과 SNS를 일방적으로 휩쓸고 있어야 한다.

    “새누리가 우리 안철수 박사를 협박하고 있어. (그런데 안박사에게는 모끄녀와 주뇌가 있데!)”

    천만에!

    SNS 여론조사를 해보면 65% 안팎이 9.6 사태 때 금태섭의 행태에 대해 혐오감을 드러내고 있다.

    음모가 실패한 것이다.

    오히려 음모의 실체가 까발겨지고 사람들은 텐트파를 향해 손가락질 하기 시작했다.

    “니들이 안철수박사의 날개 도려냈지?
    저 두 손에 묻은 시뻘건 피를 봐!
    주연 금태섭, 조연 송호창….
    바로 니들이 시나리오, 감독, 제작 모두 도맡아 저지른 짓이잖아!”


     9월 6일, 그날은 텐트파의 최종적 파산이 시작된 날이다.

    9월 6일, 그날 이후는 대한민국 정치가 푸릇푸릇한 생기를 회복하는 ‘위대한 회복기’(The Great Convalescence)가 될 것이다. 


     

  • 박성현 저술가/뉴데일리 논설위원. 서울대 정치학과를 중퇴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0년대 최초의 전국 지하 학생운동조직이자 PD계열의 시발이 된 '전국민주학생연맹(학림)'의 핵심 멤버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이 사건에 대해 재심을 청구하지도 민주화보상법에 따른 보상도 일체 청구하지 않았다.
    한국일보 기자, (주)나우콤 대표이사로 일했다.
    본지에 논설과 칼럼을 쓰며, 두두리 www.duduri.net 를 운영중이다.
    저서 : <개인이라 불리는 기적> <망치로 정치하기>
    역서 : 니체의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웹사이트 : www.bangm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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