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가다, 송소연, 김동리 선수 단독인터뷰"대한민국 女럭비 힘들고 어렵다...그래도 사랑한다"
  • ▲ 왼쪽부터 김동리, 김아가다, 송소연 선수. ⓒ정상윤 기자.
    ▲ 왼쪽부터 김동리, 김아가다, 송소연 선수. ⓒ정상윤 기자.

    10일 인천 송도 라마다호텔에서 대한민국 여자 럭비대표팀 선수들을 만났다.

    파스냄새 가득한 방안에서 트레이너는 연신 테이핑을 하고 있었고 선수들은 테이핑을 받으면서 기자의 질문에 답했다.

    '씨엘? 박세리?' 전 김아가다, "남친 구해요"

  • ▲ 김아가다 선수. ⓒ정상윤 기자.
    ▲ 김아가다 선수. ⓒ정상윤 기자.

    23살, 김아가다 선수. 2010년도 럭비를 시작했다. 초등학교때 육상을 시작해 중학교 1학년때 창던지기 선수로 활약. 대학교를 특기자로 입학했다. 대학에 입학해 교수님의 추천으로 럭비선수로 전향했다.

    "그간 투척종목을 했던 저에게 순간스피드가 중요했는데 럭비는 지구력의 싸움이다. 정말 힘들다."

    기자는 왜 하냐고 물었다. 아가다 선수는 기자에게 면박을 줬다. 그렇게 식상한 질문밖에 없냐며...

    "1년에 6개월씩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합숙을 한다. 온몸에는 상처 투성이다. 운동할때는 힘들어 죽을 지경이다. 얼굴은 이미 까맣게 타서 화장을 해도 가려지지 않는다. 근데  그라운드에 선다. 공이 오면 그냥 달린다. 럭비를 왜 하는지는 말로 못해도 몸이 말하는 것 같다."

    기자는 럭비만큼 거친(?) 아가다 선수의 반응에 재미있는 질문을 한다고 했다. 하지만 역시나 식상한 질문이었다. 남자친구는 있나요? 이상형은 뭔가요? 질문하고 아차 싶었다.

    "남자친구 없어요. 럭비하는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는 극히 드물어요. 맨날 만나는 사람도 럭비선수들 뿐이죠. 그래서 이상형을 남자럭비선수로 바꿨어요. 같은 운동을 하니까 이해도 잘 해주고 수준이 높은 남자 럭비도 배울 수 있으니까요."

    아가다 선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냐고 물었다. 또 질문이 식상하다고 말할까봐...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 시작한지 3년밖에 안됐고 그만큼 훈련량이나 선수가 많지도 않은 여자 럭비의 수준을 고려할 때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 누구도 성적을 강요하지는 않지만 선수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분명히 있다."

    "클럽팀이 있다면 국가대표팀으로 소집돼서 훈련하는 것 말고도 평소에 럭비를 할 수 있을 텐데...그리고 럭비에 기초를 아는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팀의 수준이 높아질 것인데...아쉬운 점이 많다. 이런 현실에서 럭비와 사랑에 빠진 내가 답답할 때가 많다. 어려운 줄 알면서 시작했지만 이정도로 막막하고 허무할 줄은 몰랐다."

    대한민국 여자럭비 초창기 멤버의 고단함이 느껴졌다. 역사를 만들어가는 장본인이지만 그만큼 보장된 미래는 없다.  

    럭비 신입생 김동리 "끝을 보고 하는게 아니야"

  • ▲ 김동리 선수.ⓒ정상윤 기자.
    ▲ 김동리 선수.ⓒ정상윤 기자.

    대표팀 내에 3년 경력의 아가다 선수와 대조적인 신입생도 있었다. 21살. 1주일 경력의 김동리 선수.

    김 선수는 "저는 럭비가 뭔지 아직 잘 모른다. 한국 여자럭비의 현실도 잘 모른다. 하지만 그냥 무언가에 도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합기도를 5년, 체대입시 준비 1년. 김 선수에게 럭비는 생소한 운동이다. 게다가 럭비에 도전을 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끝을 보고 하는 게 아니다. 과정이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아직 어리기에 언니들에 비하면 미래에 대한 부담감이 적은게 사실이다. 실제로 나이가 많은 언니들은 고민도 많이하고 럭비로 생활하는게 힘들어 팀을 떠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저는 아직 끝까지 가지 않았다. 한번 가보고 싶다."

    아직은 상비군인 김동리 선수는 신입부원답게 당찬 포부를 밝혔다.  

    럭비가족 둔 송소연 "럭비는 내 운명"

  • ▲ 송소연 선수.ⓒ정상윤 기자.
    ▲ 송소연 선수.ⓒ정상윤 기자.

    밝은 성격, 팀 분위기 메이커. 20살 송소연 선수다. 발목 인대가 파열됐다고 연신 테이핑을 하는 송 선수는 럭비 가족을 뒀다. 하지만 럭비에 가슴아픈 기억이 있었다.

    "제가 럭비를 시작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친 오빠 때문이에요. 오빠가 럭비를 시작한지 3년정도 된 해에 백혈병으로 5년간 병상에서 지냈죠. 제가 18살때에 오빠가 20살때 오빠를 잃었는데 오빠 병간호를 하면서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눴죠."

    "다이어리에 럭비구장을 그리는 모습도 보고 럭비하고 싶단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까지 아프면서 무슨 럭비가 하고싶다고.. 진짜 미련하다 그게뭔지.내가 꼭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오빠를 잃고 그 다음해인 2011년 여자럭비에 도전했다는 송 선수. 그에게는 또 다른 계기가 있었다.

    "오빠가 아프면서 럭비선수였던 아버지도 럭비 관심을 끄셨어요. 근데 최근에 '딸래미'가 럭비한다고 해서 그런지 조금 힘을 얻으시고 아버지도 점점 자신의 청춘을 바쳤던 럭비에 다시 관심을 갖고 저를 응원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정말 좋았어요. 럭비 그만두고 싶지도 않아요."

    리라아트고등학교에서 사회체육을 전공하면서 태권도를 비롯해 다양한 운동을 경험한 송소연은 럭비를 시작한 것이 운명이라고 말했다. 그리도 또 하나 럭비를 시작하고 운명같은 만남도 있었다.

    "제 남자친구도 럭비를 하는 선수입니다. 운동을 하면서 알게됐어요. 아버지, 오빠 그리고 남자친구까지 제 주변의 남자들은 모두 럭비를 해요. 제가 럭비를 하는 것은 어쩌면 운명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