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창중 칼럼세상>

    졸고 있는 대한민국 검찰

     

  • 정말 맥이 확 빠진다. 통합진보당의 제2차 진상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이석기 죽이기’라는 구(舊) 당권파의 생떼에 맥이 풀리는 게 아니다. 또 그럴 줄 몰랐다? 종북의 근성(根性)을 안이하게 보는 것.

    맥이 풀리게 하는 건 그게 아니다. 종북 파동이 온통 나라를 뒤덮어 온지 벌써 두 달이 넘어가는데도 어쩌면 그렇게 단 한건의 새로운 사실도 밝혀내지 못하는 대한민국 검찰을 쳐다보자면 어휴~이게 나라? 라는 장탄식이 나온다.

    그동안 검찰이 한 일이라곤? 지난달 21일 통합진보당에 대한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들고 갔는데도 공권력이 무장도 하지 않은 떼거지들의 실력 저지를 당하지 못해 포기하고 돌아간 것, 그리고 당원 명부 찾아낸 다음날 ‘진보당 사태에 대한 검찰 입장’이라는 제목의 발표문 한 장 달랑 내놓고 이석기의 회사에 대해 압수수색한 게 전부!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받고서도 집행을 못하는 공권력! 그야말로 웃어야할지 어떻게 해야할지 나라 걱정하며 살아가고 있는 국민들을 너무 심난하게 만들고 있는 게 대한민국 검찰! 왜, 국민이 이런 검찰의 존재 이유를 인정해야만 하는가!

    이런 수모를 당한지 한 달이 넘었는데도, 수사가 어떻게 진행돼가고 있는지 조차 깜깜 무소식! 그런 사이 이석기? “애국가는 국가(國歌)가 아니다. 아리랑이다”, 계속 억장 무너뜨리고, 김재연은 보라색 미니스커트 입고 국민 조롱하는 환한 웃음 지으며 뻔뻔하게 국회 입성하는 나라!

    진보당이 어제 발표한 제2차 진상조사? ‘구닥다리 흥신소’라도 돈 몇 푼만 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한 것!

    검사 배지, 수사관 배지 달고 있지 않더라도 컴퓨터에 대한 기본지식만 있는 사람이면 몇 시간만 매달리다가 줄줄이 고구마 줄기처럼 달려 나오게 할 수 있는 것들.

    중국요리집 한 곳에 61명의 당원이 집단거주하고, IP 한 개로 270번 투표한 몰표-이게 무슨 대단한 기술이나 지식이 있어야 밝혀낼 수 있는 것도 아니잖은가?

    당원 명부 압수해가서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종북세력들이 비례대표 경선을 조작해 자기네들 세력으로 하여금 국회를 해방구로 만들기 위한 것-그 연결고리들을 찾아내 비례대표 경선 사기극의 진실과 종북세력의 실체를 추적하는 대단히 기초적인 수사에 불과한데, 여적 미적거리고 있다.

    검찰이 이처럼 느려터질 줄 진즉 예견하고, 검찰총장 한상대의 애국심에까지 호소한다며 검찰의 기개를 외쳐대도 꿈쩍하지 않는 검찰!(윤창중 칼럼세상 5월31일자 http://blog.naver.com/cjyoon1305/130139409341)

    사법시험 붙어 검찰에 들어간 검사들이 그럴만한 능력이 없기 때문? 신중해야하는 수사라서?
    천만의 말씀! 대한민국을 구하겠다는 검찰의 ‘영혼’이 말라 비틀어졌거나, 죽어버렸기 때문!

    MB 정권 임기 말에 정치권의 눈치 보고 있는 것! 정권이 어디로 갈지 모르는데. 그게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한번 물어보고나 싶다. 이석기, 김재연의 비례대표 순번이 진보당 당원의 내부 폭로에 의해 ‘조작’ 된 것으로 밝혀질 때까지 검찰은 물론, 국가정보원·경찰·국군기무사령부? 대한민국 공권력이고 공안부서 따질 것 없이 어디 한 곳에서도 ‘필터링’을 왜 하지 않았나? 안했는가, 못했는가?

    정권이 야당으로 갈지 모르니까? 국민 세금으로 월급 받아가는 대한민국 공권력이 모조리, 그리고 일부러 졸고 있었던 것. 의도적이고, 의식적으로!

    그게 아니라 날밤 새우며 혼신의 힘을 기울여 열심히 파헤쳐 들어가고 있는데도 ‘구닥다리 흥신소’ 수준의 수사 결과조차 여태 내놓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 또한 정말로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그럴 리가 있겠나!

    정권이 임기 말에만 들어가면, 임기 초반 국가 공권력을 쥐어 틀어잡고 충성 경쟁 벌였던 권력기관부터 홱 돌아서서 다음 정권을 의식해 극도의 신중 모드로 일관하고, 복지안동(伏地眼動)-땅에 납죽 엎드려 눈만 움직이는 이 세태.

    대통령 김영삼이 퇴임 후 장탄식하며 고백한 말, “임기 말이 되니 공권력부터 돌아서기 시작하더라.” 그 다음 말은 더 충격적! “그렇게 체크해도 밤이슬 맞으며 다음 정권 실세들 찾아 돌아다니더라.”

    그래도 검찰을 또 믿고 싶다. 왜? 대한민국을 지켜내기 위해!

    채근담(菜根譚)에는 198번째로 이런 금언이 나오잖은가? 응립여수 호행사병(鷹立如睡 虎行似病)-매는 졸고 있듯이 서 있고, 호랑이는 병든 것처럼 걷는다.

    차라리 대한민국 검찰이 졸고 있듯이 서있는 매, 병든 것처럼 걷는 호랑이 같이 종북을 향해 매서운 칼날을 준비하고 있다고 기대하고 싶다. 대한민국 검찰이여, 졸지 말고 잠에서 깨어나라!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정치평론가/전 문화일보 논설실장
    윤창중 칼럼세상 바로가기 http://blog.naver.com/cjyoon1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