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김영환, '지옥의 심장부' 평양서 '종북선배들' 학살한 김일성 만났다
  • 평양것들이 통진당 비당권파를 향해 한 소리 꽥 질렀다.

    “이 종파주의 간나xx들! 니들은 미국 CIA의 앞잡이야!”

    빙고!

    조준호, 심상정, 노회찬, 유시민…비당권파의 투쟁을 이끌고 있는 사람들에게 정말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당신들은 이제 평양이 공인한 “미 CIA 첩자질을 하는 종파주의 간나xx”들이 되셨다.
    이 칭호는 평양것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이다.

    평양것들은 자신들이 가장 지독하게 증오하는 적을 부를 때, 그 적들을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잡아죽일 때, 이 용어를 쓴다. 이제 마침내 귀하들은 평양것들이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그들의 철천지 원수가 되는 데 성공한 것이다!

  • 평양것들은 1955년에 박헌영을 “미 제국주의 간첩 종파주의자”로 낙인찍어 잡아 죽였다. 1956년에는 수많은 남노당 출신들을 “종파주의자”로 낙인 찍어 처형장으로 보내 총알로 죽이거나 집단수용소로 보내 굶겨 죽였다.

    아, 얼마나 오랜만인가! 급진 민족주의 혹은 사회주의 성향의 사람들이 이토록 한꺼번에, 이토록 노골적으로 “미 CIA 첩자질을 하는 종파주의 간나xx”라고 불려 본 지! 무려 56년만의 일이다!

    축하드린다! 비꼬는 소리가 아니다! 정말 감격적인 일이다.

    이제야 비로소 평양것들과 철천지 원수로 싸울 수 있는 ‘운동권’ 출신들의 거대한 진영이 만들어져 가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급진 좌파 운동사는 치욕의 역사였다. 6.25를 전후해서 월북했던 수 천, 수 만의 남노당 출신들이 1956년에 비참하게 잡혀 죽었음에도 이곳의 급진좌파는 1985년까지 이 문제를 언급하지도 않았다.

     [편집자 주: 박성현의 다른 글에서]
    우리 사회의 종북 인맥은 인혁당-통혁당-남민전으로 이어지는 60~70년대의 종북—나는 이를 ‘구세대 종북’이라고 부른다—이 있고, 1980년대 중반 이후에 만들어진 '386 종북'이 있다.

    구세대 종북의 핵심은 통혁당이다. 그 보스(boss)인 김종태는 직접 북한으로 넘어가서 김일성을 만나고 온 ‘간 큰 사나이’였다. 구세대 종북 3대 사건 중에, 북한으로부터 ‘지하당’ 자격을 인정받은 유일한 조직이 통혁당이다. 통혁당에 대해 주목할 점은, 1955년에서 1956년에 걸쳐 김일성이 남노당 계열을 대대적으로 숙청한 다음에, 최초로 김일성체제에 충성을 맹세한 남측 조직이었다는 점이다.

    북으로 넘어간 선배들을 개죽음시킨 체제를 상전으로 모시는, 정신적 마조키스트 전통을 세운 것이 바로 통혁당이다. 소주 ‘처음처럼’의 글씨를 쓴 신영복과, 한명숙 민통당 대표의 남편인 박성준이 대표적인 통혁당 관련자들이다.

    386 종북은 1985년에 김영환이 물고를 텄다. 김영환은 이 해에 ‘강철서신’이라는 팜플렛을 썼다. 이 팜플렛은 “1955년에 김일성에 의해 미 제국주의의 간첩으로 몰려서 죽은 박헌영은 정말 미국의 간첩이었을까?”라는 문제를 제기한 후 “간첩이었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김일성체제를 상전으로 받들어 모실 ‘마음의 자세’를 준비시키는 문건이었다.

    김영환은 1991년에 강화도에서 잠수정을 타고 월북해서 김일성을 만나고 북한 노동당에 입당한 후 미화 40만 달러의 공작금을 받아서 민혁당을 조직한다. 그러나 그는 줄곧 ‘수령의 무오류성(infallibility)’—수령의 행동과 말은 절대적 진리이다라는 믿음—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 오다가 1997년에 스스로 민혁당을 해체하고 전향한다.

    이때 해체에 반대한 인물들이 독자적으로 간첩과 접선해서 북한과의 연결선을 확보하고 지하당을 재건한다. 이것이 재건민혁당이다. 이 인물들이 바로 하영옥, 이석기 같은 사람들이다. 요즘 신문 지상에 떠들썩한 ‘경기동부연합’은, 재건민혁당의 경기남부위원회가 활용한 대중 공개조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인혁당, 통혁당, 남민전의 핵심들은 북으로 넘어간 선배, 후배, 동료의 개죽음에 대해 아무런 이의도 달지 않고, 그들을 버러지처럼 잡아 죽인 김일성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특히 북한으로부터 최초로 지하당으로 인정받은 통혁당이 그렇다.

    소주 ‘처음처럼’의 글씨를 쓴 신영복, 한명숙 전 민주통합당 대표의 남편인 박성준이 깊게 관여한 통혁당은, 자신들의 선배, 후배, 동료를 잡아죽인 평양것들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비열하고 비굴한 전통을 세웠다. 정치적 마조키스트-음란성 피학증환자들—이다. 학대받고 죽임당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런 황당한 짓을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

    1985년 김영환이 쓴 ‘강철서신’은 종북 지하당 선배들이 굳혀 놓은 이 음란성 피학증을 탈출하려는 결사적인 (그러나 실패한) 시도였다. 강철서신은 급진 지하세력의 문건으로서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김일성 일파가 박헌영과 남노당을 잡아 죽인 것이 과연 합리화될 수 있는 일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김영환은 스스로 제기한 이 문제에 대해 “숙청은 타당한 일이었다”고 결론 내리고 김일성에 투항했다.

    그러나 이 문제를 제기한 것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다. 지옥으로 이끄는 어두 컴컴한 계단으로 내려서기 시작하는 인간이, 그 계단 입구에 “여기서부터 지옥으로 가는 입구가 시작됨”이라고 표시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자. 김영환은, “종파주의자(남노당) 대숙청이 과연 타당한 일이었나?”라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라고 답하는 것이 바로 [종북의 첫걸음]이라는 것을 단단히 표시해 둔 것이다. 이렇게 표시해 두면, 나중에라도 “타당하지 않다. 비열한 도살행위였다”고 판단하면 김일성이 만든 지옥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게 된다.

    1991년. 김영환은 지옥의 심장부—평양에 가서 김일성을 만났다. 그곳에서 그는 고위급 인사들에게 물었다. “수령이 오류를 범하면 누가 바로잡아 주나요?” 고위급 인사들은 하나같이 낯빛이 새파랗게 질렸다.

    수령은 오류를 범하지 않는 존재이다. 수령이 갈긴 오줌방울마저도 만병통치의 신통력을 가진 진실 덩어리이다”라는 무오류성(infallibility)에 대한 믿음이 바로 수령전체주의의 알파요 오메가이기 때문이다. 김영환은 지옥의 심장부에 가서, 지옥의 근본 뿌리에 관한 질문을 던진 셈이다.

    이로써 그는 “여기가 지옥의 심장부야. 수령 무오류성을 믿지 않는다면 이제라도 마음 고쳐먹고 평양것들과 인연을 끊어야 돼!”라고 쓰인 대말뚝을 박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한 명의 관념적 지식인의 작은 몸짓이었을 뿐이다.

    수령전체주의를 추종하는 종북 흐름은 거대한 쓰나미가 되어 1990년대 말 이후 우리 사회 전체를 덮쳤다. 그리고 깜깜한 밤이 왔다.

    진실은 감춰지고 평양것들을 “교류와 협력의 파트너”로 생각하는 풍조가 유행했다. 지구 최악의 전체주의 학살집단을 “한국인”으로 착각하는 해괴망측한 사고방식이 우리 사회를 깊게 장악해 왔다. 이 사고방식을 퍼뜨리고 이를 강화했던 중추기관이 바로 종북성골이다.

    이제 이 모든 것이 끝나기 시작했다. 바로 그대들(조준호, 심상정, 노회찬, 유시민…비당권파의 투쟁을 이끌고 있는 사람들), 잡종성골에 대해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그대들은 이제 돌아갈 길이 없다. 그대들은 이제 과감히 나아가야 한다. 뒤로 돌아가는 길은 없다. 그대들은 지금까지 종북성골에 굴종하여 그들의 충실한 파트너로 지내왔다.

    이제 성골들의 주문을 떨쳐버려야 한다. 도대체 누가 성골이고 누가 잡골이란 말인가?

    평양것들의 관점에서 보면 저들(하영옥, 이정희-심재환 부부, 이석기, 김재연 등등)이 성골이고 그대들이 잡골이지만, 대한민국 관점에서 본다면 저들은 쓰레기일 뿐이다. 저들의 사악한 주술(呪術)에서 벗어나, 자유, 생명, 진실을 위해 나설 때 그대들이야말로 ‘대한민국표’ 성골이 될 수 있다.

    모든 반란은 이해관계, 입장, 밥그릇 싸움에서 시작된다. 그대들, 잡골이 일으킨 이번 반란 역시 국회의원 배지에 관한 설움에서 시작됐다. 마땅히 커튼 뒤, 음지에서 숨어지내야 할 종북성골들이 배지를 독식한 것에 대한 배신감에서 시작됐다.

    밥그릇에서 시작된 반란은 사상, 이념, 가치에 관한 싸움으로 승화될 때 완성된다.

    평양것들은 이미 그대들의 이마에 죽음의 낙인을 찍었다. 이렇게 외쳤을 것이다.

    “미 CIA 첩자질을 하는 종파주의 간나xx들!”

    이제 그대들이 평양것들에 대해 죽음을 선고할 일만 남았다. 그것이 그대들이 일으킨 이번 반란의 참된 의미이다.

    그대들의 반란이 완성되기를, 또한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 박성현 저술가/뉴데일리 논설위원. 서울대 정치학과를 중퇴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0년대 최초의 전국 지하 학생운동조직이자 PD계열의 시발이 된 '전국민주학생연맹(학림)'의 핵심 멤버 중 한 명이었다.
    한국일보 기자, (주)나우콤 대표이사로 일했다.
    본지에 논설과 칼럼을 쓰며, 두두리 www.duduri.net 를 운영중이다.
    저서 : <개인이라 불리는 기적> <망치로 정치하기>
    역서 : 니체의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웹사이트 : www.bangmo.net
    이메일 : bangmo@gmail.com
    페이스북 : www.facebook.com/bangmo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