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중 방문 학교폭력 근절 간담회..현장 목소리 청취도 넘은 학교폭력 의법 조치해야, 학생·학부모도 원해
  • 이명박 대통령이 16일 총선 이후 첫 외부 공식일정으로 일선 학교를 찾았다. 그동안 강조했던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첫 현장 방문이다.

    앞서 올해 초부터 학생·교사·학부모 등 교육 3주체를 각각 면담한 이 대통령은 학교 폭력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임기 말 핵심 목표로 밝히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지난해 학교 폭력 사건으로 얼룩졌던 경기 여주 중학교를 방문해 학생, 학부모, 교사 등 30여명과 함께 간담회를 열고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

    여주중학교는 올해 초 학교폭력 피해에 대해 학교장이 직접 설문조사를 벌여 피해내용을 확인해 수사를 의뢰해 논란이 일었던 곳이다. 당시 사건으로 경찰은 학생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총 22명을 입건했다.

    청와대 측은 “오늘 방문한 여주중학교는 학생들의 용기 있는 고백과 학교 측의 적극적인 대처로 학교폭력을 방지한 우수 학교”라며 “특히 학교 구성원들이 폭력발생을 은폐하지 않고 공개적으로 처리함으로써 학교폭력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왔다”고 이 대통령의 방문 이유를 밝혔다.

  • ▲ 이명박 대통령 16일 여주중학교를 찾아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 청와대
    ▲ 이명박 대통령 16일 여주중학교를 찾아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 청와대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 선생님들과 교장 선생님들에게 믿고 신고하면 해결해 준다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 같이 말하고 “어느 정도의 폭력을 넘은 것은 법으로 조치할 수밖에 없다”며 학교장의 당시 결단을 격려했다.

    이어 “(학교폭력) 피해자 부모님들이 아이를 다른 데  옮기고 싶은 데도 잘 안된다고 한다. 다른 데로 옮기는 것보다 (학교) 분위기를 바꾸는 게 좋다”고 했다.

    이를 위해 입시 위주의 교육보다는 체육, 음악 등 특별활동을 강화해 학생간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으로 학교 폭력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나는 될 수 있으면 학교가 체육, 예술 이런 쪽 활동을 할 기회를 많이 줬으면 좋겠다. 교실에서 수업하는 것보다는 특별활동을 많이 해 서로 어울리고 공도 차고 음악도 함께 하고 여러가지를 통해 많은 변화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교 성적만 최고가 돼 고교에서 일등하고 좋은 대학 들어가 성공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공부에만 찌들어 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선생님, 친구와의 관계도 좋고 남을 존경할 줄도 알고 사회적 활동을 통해 학교생활에서 잘 해 나가는 사람이 우리 사회의 인재”라는 생각도 강조했다.

  • ▲ 이명박 대통령 16일 여주중학교를 찾아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 청와대
    ▲ 이명박 대통령 16일 여주중학교를 찾아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 청와대

    학생들의 경험담도 이어졌다.

    이날 간담회에서 중학교 2학년인 A군은 이 대통령에게 “학교폭력을 행사했던 형들에게 고통을 돌려주고 싶었다. 고학년이 되면 저도 학교폭력을 하지 않을까 저 자신이 두려웠다”고 고백했다.

    B군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듯이 가해자 학생이 부모님으로부터 나쁜 교육을 받고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라며 “가해자의 학부모들을 더욱 교육을 시켜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이번 현장 방문을 시작으로 이 대통령은 사회·경제 현안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민생 행보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총선도 끝나 주요 정치적 쟁점이 약해진 것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통령은 17일에는 불법 고리대금으로 서민 생활에 피해를 주는 사금융 단속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김황식 국무총리를 포함한 관계 국무위원과 청와대에서 회의를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