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송반대 40일째] "탈북자 문제엔 보수-진보 따로 없다"

"저는 진보적인 성향이다. 조선일보도 싫어한다. 지난번에 제주도에 다녀오기도 했다. 청년들이 탈북자 문제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 위험할 수도 있다. 보수적으로 보일 수 있어 그런 느낌을 받기 싫기 때문이다. 하지만 탈북자 문제는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다."

23일 오후 7시에 열린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 촛불문화제의 사회를 본 강민혁 씨에게 말 걸기가 어려웠다. <조선일보>를 싫어할 정도라면 당연히 <뉴데일리>는 증오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심스레 "<뉴데일리>도 싫어 하겠다"고 그에게 말을 건넸는데 그는 다행히도 "한 분 한 분의 기자는 싫어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래도 이날은 특히 더 조심스레 취재할 수 밖에 없었다.

이날 문화제는 난민인권단체 <피난처>가 주관하고 <북한인권학생연대 캠페인>’, <월드와이드교회>, 대학생신문 <스쿱 기자단> 등이 참석했다.

문화제가 열린 서울 중국대사관 맞은편에 옥인교회 앞은 100여명의 시민들로 발디딜틈이 없었다. 청년들과 외국인들의 참여도 눈에 띄었다. 가족 단위로 찾은 사람들도 보였다.

옥인교회 앞은 '촛불문화제'를 하기엔 장소가 협소하다. 그런데도 경찰 폴리스 라인을 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경찰 관계자는 "이곳에서 문화제가 시작된 지 한달이 지났지만 불법적인 시위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고 했다. 경찰의 '물대포, 엄정 대처, 연행' 등을 소재로 한 기사를 쓸 수가 없는 이유다.

정치적으로 '탈북자 문제'를 다루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일부에서 보도되고 있는 것처럼 그들은 비판의 대상이어야 마땅하다. 다만 그런 사람들은 이곳을 자주 찾지 않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정치적 발언을 하는 사람들은 별다른 반응을 얻지도 못한다. 오히려 '이상한 사람'으로 낙인찍힌다. 게다가 이곳을 찾았다고 정치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지도 못한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말고 이곳을 찾아 유명해진 정치인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와서 이곳이 조금 더 유명해졌을 뿐이다.

그래서 기자들도 기사거리가 없어 자주 찾지 않는 곳이다. 그런데도 '조용한 외교'를 해야한다며 '중국을 자극한다'고 비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과민반응이다.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 정도의 집회가 중국을 자극하는 것이라면, '반미 시위'는 선전포고고, '청와대로 가자'고 시위하는 것은 쿠데타다.

러시아에서 유학을 다녀왔다는 이승렬 씨는 "오늘 처음 참가했다. '친구들을 구해달라'는 피켓을 러시아어로 제작했다"며 피켓을 들었다. 그는 러시아어로 "친구들을 구해달라"고 큰 소리로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한 40대 남성은 마이크를 잡고 “아이가 가고 싶다고 해서 왔다. 날씨도 추운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셔서 놀랐다. 여기 온 사람들의 진심이 꼭 전달돼 하루빨리 탈북자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남성의 손을 잡고 무대에 올라온 임성민 양은 사회자가 “어떻게 아버지를 모시고 왔냐”고 묻자 “어머니를 포섭하면 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임 양은 “탈북자들이 따뜻한 곳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피난처> 김진하 간사는 “우리가 북한 정부에 직접적으로 간섭할 수 없지만 북한 주민들이 자유를 찾아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탈북자들을 위한 노래 '문을 열어두세요'를 작사하기도 했다.

이어 “중국은 난민협약에 가입했다. 먹고 살기 위해 나온 탈북자들을 보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중국은 문을 닫아놓고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 친구들을 위해 인권과 사랑을 이야기하는데 자꾸 왜곡된 인식을 갖고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다. 마음의 문을 열어두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학원생인 한정림 양은 “난민 문제에 관심이 많아 관련 강의도 듣고 활동도 해왔다. 그러다가 북한 난민들을 위한 집회가 열린다고 해서 이곳을 찾았다. 프랑스, 스위스, 네덜란드 등 교환학생 친구들도 모두 북한 난민 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그는 “젊은 친구들이 인권에 관심이 없고 내 동포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참여해 우리 세대 때 이런 흉악한 인권침해가 많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우리가 그 나라의 주권을 침해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중국과 북한이 기본적인 인권을 지키고 보호해줘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월드와이드교회’ 김현준 목사는 “당장 불거진 문제가 아닌데 그동안 너무 무관심하고 이기적으로 살아왔다. 그래서 3주째 토요일마다 문화제에 참석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인권문제는 종교를 떠나 생존의 문제다. 어느 누구나 참여해야 한다. 우리가 꾸준히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앞으로 더 열심히 참가하고자 한다”고 했다.

탈북자동지회 최주활 회장은 “이 추운 날씨에 대한민국과 세계 여러 사람들이 촛불을 들어준데 대해 깊은 감명을 받고 대단히 감사하다”고 했다. 단식 4일째인 그는 이날 많은 사람들의 참여로 기분이 좋아보였다.

'탈북여성 박사1호'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소 원장은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고 하자 "더 많은 사람들이 참가해야 한다"고 아직 부족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미소를 지었다.

대학생신문 <스쿱>의 언론국장인 윤상구 씨는 “신문을 전국에 배포하는데 대학생들은 등록금에 관심 많지만 탈북자 인권과 북한 문제에는 관심이 없다. 관련 기사를 많이 쓰고 취재해 대학생들이 관심을 갖도록 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많이 도와달라"고 했다.

이날 문화제에서는 <월드와이드교회>에서 나온 청년들이 준비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또 <피난처> 이호택 대표와 이원지 간사도 노래를 불렀다.

한편 4기 단식팀은 탈북자동지회 최주활 회장은 3일째, <국경없는인권> 강기종 의장은 2일째다. 또 <이북5도민회>에서 1일 릴레이 단식을 진행하고 있으며 김민정 전도사가 3일간 단식에 동참해 현재 2일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