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총장간 힘겨루기 시각도 있어 재단은 총장서리, 대학은 총장대행 각 임명...법정싸움 비화교수, 학생 "이사회 퇴진"...사태 장기화 우려
  • ▲ 숙명여대 학위수여식이 열린 지난달 17일, 이 대학 학생들이 대학 본관앞에서 재단 이사진을 규탄하는 500배를 올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숙명여대 학위수여식이 열린 지난달 17일, 이 대학 학생들이 대학 본관앞에서 재단 이사진을 규탄하는 500배를 올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른바 ‘기부금 세탁’으로 촉발된 숙명여대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교과부가 기부금 편법운용의 책임을 물어 이용태 재단 이사장의 임원 승인을 취소했으나 학교와 재단 양측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급기야 양측이 서로 총장서리와 총장대행을 임명하는 촌극까지 빚어졌다.

    22일 숙명여대 재단인 숙명학원은 긴급 이사회를 열고 한영실 총장에 대한 해임을 전격 결의하고 구명숙 한국어문학부 교수를 총장서리로 임명했다.

    그러나 다음날인 23일 학교는 최고 의결기구인 교무위원회를 열고 이사회의 한 총장 해임 결의를 무효로 규정하고 조무석 대학원장을 총장 직무대행으로 지명했다.

    한 대학에 두 명의 총장이 나타난 셈이다.

    서로 상대방의 결의를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재단, 학교간 대립은 더욱 격화되고 있다. 23일 오후 한영실 총장은 재단의 해임결의에 맞서 법원에 이사회 결의 무효 및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학교의 이같은 움직임에 재단은 “기부금을 재단 계좌로 받아 이를 다시 학교로 보낸 것은 교과부의 대학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얻기 위한 고육책”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단은 “기부금을 횡령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대학이 이런 사실을 외부에 알려 마치 재단이 부도덕한 사람들인양 몰아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총장을 중심으로 한 현 대학본부측이 이같은 내막을 잘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외부에 말을 흘려 재단을 파렴치범으로 몰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한영실 총장측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한 총장측은 재단이 의심하는 것처럼 전입금에 관한 내용을 외부에 유출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전입금을 한 푼도 내지 못하는 재단의 무능함 때문에 학생과 교수 모두가 피해를 보고 있다”며 재단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이사회의 해임 결의에 대해서는 사립학교법이 정한 절차를 무시한 의결로 무효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립학교법은 재단이 이사회를 소집할 때는 적어도 7일전에 회의목적을 명시해 각 이사에게 통지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숙명학원은 22일 이사회 소집에 앞서 이같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에서는 이사회 결의의 절차적 적법성 여부를 떠나 임기가 하루 밖에 남지 않은 이사들이 현 총장에 대한 해임을 결의한 것 자체가 상식 밖이라는 반응도 있다.

    실제 22일 이사회에 참석해 한 총장 해임결의에 찬성표를 던진 이상 가운데 문모 이사 등 3명은 다음날인 23일로 임기가 끝났다.

    이번 사태를 전현직 총장의 힘겨루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14년간이나 총장을 맡아왔던 이경숙 전 총장의 뒤를 이어 취임한 한 총장이 전임 총장의 핵심정책들을 대부분 백지화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는 주장이다.

    재단은 오는 8월로 임기가 끝나는 한 총장이 재임을 노리고 관계가 불편한 이사들을 솎아내기 위해 전입금 관련 자료를 외부에 흘렸을 것이란 의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반면 한 총장측은 재단이사회의 한 총장 해임 결의에 이 전 총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재단과 한 총장측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사태 장기화를 우려하는 학내 구성원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3일 교수와 교직원, 동문대표 등으로 구성된 숙명발전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재단 이사진의 전원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교수회의가 적선으로 선출한 총장을 교과부로부터 승인이 취소된 이사장이 해임하는 것은 전대미문의 폭거”라며 총장 해임 결의는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한편 총학생회는 30일 학생총회를 소집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