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 놓고 교과부-서울교육청 연일 충돌 이번엔 교권조례 ‘말썽’...서울시의회 여야 서로 다른 조례안 발의이번 회기 통과 불투명, 학교 현장 혼란만 가중
  • ▲ 서울시의회 본회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
    ▲ 서울시의회 본회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

    교육계가 '조례'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로 교육계가 극한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그 대안으로 나온 교권조례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교육계와 정치권이 진보와 보수로 갈라져 전혀 다른 내용을 담은 교권조례안을 앞 다퉈 발의하면서 충돌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

    15일 정문진 서울시의원 등 새누리당 소속 서울시의회 의원 26명은 교권 보호를 크게 강화한 ‘서울특별시 교권보호 조례안’을 발의했다. 앞서 지난 5일에는 김형태 교육의원 등 민주당 소속 시의원 10명이 교권조례안을 발의했다.

    문제는 두 안이 교권조례라는 이름만 같을 뿐 상반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두 안 중 어느 것이 채택되느냐에 따라 교권조례의 성격은 확연히 달라진다. 학생인권조례와의 관계 역시 정반대로 바뀔 수 있다.

    특히 15일 한나라당이 발의한 조례안은 사실상 학생인권조례를 무력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민주당 등 야당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교권조례가 아니라 ‘학생인권조례 폐기 조례’라는 말도 들린다.

    모두 12개 항으로 이뤄진 한나라당 조례안은 “교원의 교육활동이 조례, 규정, 규칙 등에 의해 부당하게 제한되거나 침해될 수 없다”는 내용을 두고 있다.

    이 조례안이 통과되면 학생인권조례는 사실상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 체벌 전면금지와 두발 및 휴대폰 규제 등을 금지하는 학생인권조례가 교원의 교육활동을 부당하게 침해한다고 해석될 경우 교권조례에 따라 학생인권조례를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개별 학교의 자율성 보장을 명문화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교육감의 우선 책무’를 학교 경영의 자율성 보장이라고 못 박아 학교장 등 학교관리자의 권한을 넓혔다.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정 의원은 “기존(민주당) 조례안은 학생인권조례 시행에 따른 교권추락  우려에 대응해 급조된 성격이 강하다”며 “상위법과의 충돌가능성 등 졸속추진을 방관할 수 없어 별도 조례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민주당 조례안은 학생인권조례와의 조화에 방점을 찍었다. 교권과 학생인권이 서로 상충하는 것이 아니라는 진보교육진영의 인식을 그대로 담고 있다.

    따라서 체벌 전면금지 등 학생인권조례의 핵심 내용과 충돌하지 않으면서도, 일선 교사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이 조례안은 교사를 모욕하거나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에게 ‘교육적 지도’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을 뒀다. 여기서 교육적 지도란 교실 뒤 서 있기, 성찰교실 이용 등으로 이른바 대체벌을 뜻한다.

    특이한 것은 ‘학교장으로부터의 교권 보호’를 강조해 교장이 교원의 휴가, 휴직, 출강 등을 임의로 제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이 조례안은 발의되자마자 한국교총으로부터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현행법이 학교장에게 부여하고 있는 권한을 하위법인 조례가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교육적 지도’에 대한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독립된 의미의 교권조례라기 보단 ‘학생인권조례 시행에 따른 역기능 방지용’이란 평가도 있다.

    이에 대해 발의를 주도한 김 교육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교총이 반대하고 나서  굉장히 유감스럽다. 당혹스러운 면이 있는데, 지금은 발의한 상태다. 교총이 문제 있는 부분은 수정해 달라고 하면 얼마든지 수렴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양 당의 조례안은 21일 시의회 교육위에 상정된다. 김상현 교육위원장은 “같은 주제로 복수 안건이 발의되면 하나를 부결시키거나 모두를 폐기하고 대안을 만드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양 당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이번 회기를 넘길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교권조례의 3월 새학기 적용은 불가능하다.

    한편 서울교육청은 교과부의 학생인권조례에 따른 학칙개정 지시 정지명령과 관련 대법원에 제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강행 의지를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