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봉주 전 의원의 구명을 요구하는 '비키니 1인시위 인증샷' 사건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면서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가 성담론과 '마초 프레임'(틀)에 갇혀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렸다.

    2일 정 전 의원 구명 사이트에는 몇몇 남성이 '비키니 정도로 여성성을 논하는 시대의 유치함을 조롱한다' '비키니 인증샷과 관련한 모든 논란을 온몸으로 거부한다' 등의 글과 함께 남성 누드사진을 올려 '성 논쟁'에 또 다른 불을 지피고 있다.

    정 전 의원의 전담 사진작가 최영민(37)씨는 자신의 몸에 '내 모델 내놔' '형 진지하다'라고 쓴 누드 사진을 올렸다. 정 전 의원의 석방을 촉구한다는 의미로 보이지만 '비키니 논란'에 이어 나온 남성 누드라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비키니 논란'에 남성 누드로 맞불을 놓은듯한 모습이기도 하다.

    문화평론가 진중권씨는 남성 누드 게재와 관련해 "'사과' 대신에 공격적 '변명'으로 입장을 정하신 모양이죠?"라며 '비키니 논란'에 대한 나꼼수의 변명으로 해석했다.

    지난해 4월28일 첫 방송을 시작한 나꼼수는'점잖음'을 추구하는 기성 언론과는 거리가 멀었다.

    특정 현안을 놓고 의혹과 견해를 제시하는 주된 방식은 유머와 풍자였고, 기성 방송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비속어와 욕설도 등장했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팟캐스트 청취가 일상화한 점도 있지만, 기성 언론의 엄숙함을 과감히 벗어던진 자유분방함은 분명 나꼼수 인기의 주 요인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을 가리키는 '가카'(각하)라는 단어를 대중화한 것도 나꼼수였다.

    정 전 의원 구명 사이트에 올라온 '비키니 1인시위' 사진을 두고 일부 패널이 한 발언이 논란이 되기 전부터 나꼼수 방송에서는 이미 수위가 만만치 않은 성적 농담이 등장했다.

    '수감 중인 정치인의 성욕 해결'이라는 파격적 소재도 다뤘지만 그때까지는 별다른 논란이 없었고, 여전히 관심과 초점은 '정봉주 석방'에 있었다.

    그러나 일부 패널의 발언이 여성의 신체를 직접 대상화한 순간 나꼼수를 둘러싼 관심은 정 전 의원 구명운동이나 '디도스 공격' 등 정치 담론에서 '마초' 논란으로 급격히 이동했다.

    나꼼수를 지지했던 공지영 작가를 비롯해 정 전 의원의 일부 팬들까지 비판에 가세했고, 보수 진영의 공세가 이어지면서 어느새 나꼼수에 대해 '마초 진보주의자' 프레임이 형성됐다.

    물론 공 작가 등 나꼼수의 기존 지지세력이 '비키니 사건' 이전에 갖고 있던 기대를 완전히 접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공 작가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수구와 마초들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여성의 성징을 드러내는 석방운동을 개인적으로 반대하며 이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나꼼수팀과는 의견을 달리한다"면서도 "나꼼수에 대한 지지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와 주진우 시사인(IN) 기자, 김용민 시사평론가 등 논란의 당사자들은 아직 이번 일에 대한 견해를 어디에서도 내놓지 않고 있다.

    지극히 신중한 패널들의 태도나 나꼼수 공연기획자인 탁현민 성공회대 겸임교수가 트위터에 남긴 "그들은 사과든 변명이든 해명이든 할 것"이라는 글 등에서 이들이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내놓으리라는 짐작만 가능할 뿐이다.

    진중권씨는 트위터에 "대한민국 남성 중 마초 기질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많지 않다"며 "나를 포함한 남성들은 나꼼수에 대한 비난보다는 자기 내면에 들어와 있는 우익 마초 근성을 반성하고 나꼼수 멤버들과 더불어 여성들에게 함께 사과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는 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