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 가르친다는 학교서 민노총 불러 간담회열어92년 설립 후 15년 동안 교장한 사람은 오 박사 월북시킨 이교사 뽑는 기준은 '남북관계에 대한 객관적 시각' 뿐
  • 오길남 박사로부터 '통영의 딸' 신숙자 씨 모녀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독일 베를린에 있는 한 한글학교에 주목하게 된다. 이름은 ‘베를린 한글 세종학교(이하 세종학교)’. 오 박사 일가족을 월북시켰다는 김종한 씨가 이 학교 교장을 15년 동안 지냈다고 한다.

    '세종학교'는 1992년 말 재독 동포 2세들에게 우리말과 문화를 알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설립됐다. 수업은 매주 금요일에 있다. 한글뿐 아니라 역사와 문화, 사물놀이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교육대상은 만 5세부터 어른까지 다양하다. 학부모 등 후원자들이 내는 돈으로 운영돼 학비는 없다.

    이런 세종학교에는 몇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 2008년 10월 1일자 <오마이뉴스>는 '이 학교는 남북문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사람만을 가려 교사로 뽑는다'고 보도한 바 있다. 때문인지 세종학교에서 교사를 지낸 이들 중에는 소위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소장파 학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과의 교류도 특정 시각에 치우쳐 있다고 한다. 2010년 9월 24일 세종학교 최초로 ‘특별 간담회’가 열렸다. 발표자는 최용찬 씨였다. 최 씨는 수년간 민노총 공공운수연맹 등에서 정책ㆍ연대 사업 담당자로 일했다.

    세종학교 홈페이지를 보면 당시 최 씨는 '특별간담회'에서 ‘이명박 정부는 친제국주의적이며 반민주적’ ‘반노동자적인 정책을 펼쳤다’ ‘사회운동 세력들과의 연계 부재가 촛불시위와 용산참사로 이어졌다’ ‘언론악법 날치기 통과’ ‘쌍용차 노조를 살인적인 진압’ 등의 주장을 펴며 현 정부에 독설을 퍼부었다고 한다.

    공안 당국 등에서는 세종학교가 이런 '성향'을 드러내는 이유를 초대 교장이었던 김종한 씨(71)에게서 찾는다. 김 씨는 오길남 박사 가족을 북한으로 보내는 책임자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그를 '북한 공작원'으로 지목하고 있다.

    독일에 유학 중이던 오길남 박사는1985년 12월 부인 신숙자 씨와 두 딸 혜원·규원 씨를 데리고 월북했다. 이후 오 박사만 혼자 탈북했고, 부인 신 씨와 두 딸은 지금도 북한에 있다.

    최근 신 씨와 두 딸들이 '통영의 딸'로 알려지고 각계각층의 구명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오 박사 가족의 월북과정도 서서히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오 박사는 지난 6월 출간한 자신의 책 '잃어버린 딸들, 오! 혜원, 규원'에서도 김 씨가 '북한 공작원'이며, 자기 가족들을 입북시킨 뒤 연락을 끊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 박사의 월북 당시 공안당국도 김 씨를 '북측 인물'로 보고 있었다. 실제 1992년 12월 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의 전신)는 김 씨가 오 박사와 그 가족들의 입북을 주도한 것으로 추정했다. 김 씨는 특이하게도 수십 년 동안 독일에 살면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귀국한 적이 없다고 한다. 2006년 송두율 씨와 함께 입국하려다 송 씨가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는 것을 보고 귀국을 포기하기도 했다고 한다.

    한편 세종학교는 현재도 재독교민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정상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15일에는 만5세~15세 학생을 대상으로 한글 기초ㆍ중급반 수강생을 모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