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빠진 1박2일, '의리' 버라이어티 변신?
  • ▲ 세금 과소 납부로 국세청으로부터 수억 원대의 추징금을 부과받은 개그맨 강호동이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도화동 서울가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힌 후 회견장을 나가고 있다. 강호동은 이번 사건에 책임을 지고 연예계를 잠정 은퇴 한다고 밝혔다.
    ▲ 세금 과소 납부로 국세청으로부터 수억 원대의 추징금을 부과받은 개그맨 강호동이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도화동 서울가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힌 후 회견장을 나가고 있다. 강호동은 이번 사건에 책임을 지고 연예계를 잠정 은퇴 한다고 밝혔다.

    '의리의 향연'이 보고 싶다면 '1박2일'을‥

    프로야구나 축구에선 큰 공적을 남긴 선수의 등번호를 영구결번시켜 그 선수의 업적과 명예를 오랫동안 기리는 의식을 행하고 있다. 예들 들어 OOO 선수의 빈 자리는 어느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는 의미다.

    KBS '해피선데이-1박2일'의 연출을 맡고 있는 나영석 피디는 9일 강호동이 잠정 은퇴 선언을 한 것과 관련, "강호동의 존재감을 생각하면 그 어떤 누구도 대체할 수 없다고 본다"며 "강호동의 빈 자리를 그대로 남겨 두겠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상 영구결번의 의미로 보면 될 것"이라며 "강호동이 하차한 뒤에도 내년 2월까지 5인 체제(이수근·엄태웅·은지원·김종민·이승기)를 유지하겠다"고 덧붙였다.

    ◆의리의 1박2일 "강호동 대타 NO!‥5인 체제로 갈 것"

    이미 시한부 방영 선언을 한 1박2일에게 강호동은 전날 갑작스런 은퇴선언을 함으로써 치유 불가능한 상처를 남겼다.

    나 피디는 평정심을 유지하려는 듯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지만 그 역시 강호동의 폭탄발언으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듯 했다.

    측근 중에서 강호동의 은퇴 결심을 가장 먼저 인지한 것으로 전해진 나 피디는 사전에 강호동이 은퇴를 생각한다는 걸 눈치채고 '그러지 마시라'고 만류했었지만 강호동의 굳은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돌이켜보면 1박2일이 '6개월 시한부 방송' 결정을 내리게 된 것도 강호동 때문이요, 이번 은퇴선언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프로그램 역시 1박2일이다.

    1박2일의 연출자로서 원망 섞인 하소연을 할 법도 하지만 나 피디는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호동씨가 1박2일을 떠나더라도 한 번 정도는 녹화를 같이해 시청자들에게 인사는 드려야 하지 않겠느냐"며 MC 강호동을 끝까지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강호동이 1박2일에서 차지했던 비중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실감케 해주는 대목이다.

    '김C의 하차', 'MC몽 발치 사건', '방송 중 욕설 논란' 등 갖가지 추문과 풍파가 몰아칠 때에도 강호동은 언제나 태산처럼 우뚝 서서 팀원들을 격려하고 1박2일을 앞장서 이끄는 카리스마를 보여왔다.

    때문에 강호동에 대한 멤버들과 스태프들의 신뢰는 절대적이었다. 1박2일이 잠시 곤경에 빠져도 이들은 '강호동이 있기에' 버틸 수 있었다.  

    그랬던 그가, 은퇴 선언을 했다.

    그는 "시청자를 위해서 내려오겠다"고 밝혔지만 탈세 의혹으로 사면초가에 몰렸던 그에게 있어 이번 은퇴선언은 '도피' 성격이 짙다.

    사실상 정신적인 지주였던 강호동의 은퇴 소식은 팬들보다도 1박2일 출연·제작진에게 더욱더 쓰라린 고통으로 다가왔을 터.

    하지만 이들은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도 내색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것이 의리인가?

    시청률로 먹고사는 치열한 버라이어티 예능 세계에서 진정한 우정과 의리를 찾기란 쉽지 않다. 모든 것이 이해타산적이고 돈과 연결이 돼 있기 때문이다.

    팀보다는 나를 먼저 생각해야만 하는 환경에서 이같은 이타적인 플레이는 자못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 ▲ 세금 과소 납부로 국세청으로부터 수억 원대의 추징금을 부과받은 개그맨 강호동이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도화동 서울가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힌 후 회견장을 나가고 있다. 강호동은 이번 사건에 책임을 지고 연예계를 잠정 은퇴 한다고 밝혔다.

    ◆'팀이 있어야 내가 존재하는' 버라이어티 예능프로그램

    사실 1박2일 멤버들이 팀플레이를 중요시 해 온 것은 프로그램의 성격 탓도 있다.

    프로그램 초창기, 개인으로선 미약하지만 1박2일의 멤버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크나큰 인지도 상승을 가져올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나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비슷한 포맷의 MBC 무한도전도 마찬가지다.

    이들 두 버라이어티 예능프로그램은 멤버들에게 있어 단순한 방송 출연이 아닌,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일깨워주는 프로그램이다.

    이같은 제반 환경이 이들 프로그램을 장수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팬들의 사랑을 지속적으로 받는 원동력으로 작용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현재 1박2일 일부 멤버들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는 보도가 나올 만큼, 강호동의 '은퇴선언'은 1박2일이란 국민 예능프로그램을 한순간에 나락으로 몰고 갔다.

    벼랑 끝에 서 있는 1박2일이 과연 기사회생 할 수 있을까?

    반대로 유재석이 빠진 무한도전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정답은 간단하다. 강호동과 유재석이 빠진 1박2일과 무한도전은 '단팥 빠진 찐빵'과도 같은 존재다.

    웃음코드와 진행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야함은 물론, 고정팬들의 대이동 또한 감수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예전의 영광을 회복하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는 특정 멤버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칠 정도로 크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이를 개선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해 온 제작진에게 1차적인 책임이 있다.

    어느 한 멤버가 빠지더라고 톱니바퀴처럼 팀이 굴러가야 하는데, 특정 멤버가 톱니의 일종이 아닌, 구동축이 돼 버렸다면 문제는 심각해 진다.

    1박2일과 무한도전이 안고 있는 고민도 바로 이 부분이다.

    이제 남아 있는 멤버들에겐, 강호동의 빈 자리를 느끼지 못하도록 활기찬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무거운 과제가 떨어졌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지만 내년 2월까지 방송을 이어가겠다는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선 억지로라도 방송을 해야하는 곤경에 빠진 셈이다.

    남은 것은 단 하나.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강호동과의 의리, 시청자와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몸부림 치는 1박2일을 지켜볼 때 박수를 칠 것인가 아니면 채널을 돌릴 것인가?

    선택은 이제 우리들의 몫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