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의혹에 진땀‥결국 연예계 짐 싸고 은퇴강호동 '은퇴선언'에 3사 예능방송 '풍비박산'
  • ▲ 세금 과소 납부로 국세청으로부터 수억 원대의 추징금을 부과받은 개그맨 강호동이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도화동 서울가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강호동은 이번 사건에 책임을 지고 연예계를 잠정 은퇴 한다고 밝혔다.
    ▲ 세금 과소 납부로 국세청으로부터 수억 원대의 추징금을 부과받은 개그맨 강호동이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도화동 서울가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강호동은 이번 사건에 책임을 지고 연예계를 잠정 은퇴 한다고 밝혔다.

    유재석과 국내 예능 MC계를 양분하며 수년간 국민들에게 '웃음폭탄'을 안겼던 개그맨 강호동이 '탈세 암초'에 부딪힌 뒤 충격적인 '은퇴폭탄'을 남기고 사라졌다.

    강호동은 9일 오후 6시 서울가든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세금 문제를 일으킨 일말의 책임을 지고 연예계를 잠정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사전에 기자회견을 예고할 당시 '세금 과소 납부 문제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는 뜻만 전했을 뿐 '은퇴 선언'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던 탓에 현장에 모인 기자들도 강호동의 말이 떨어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한 방송사 피디는 "그냥 사과 표명만 하고 끝낼 줄 알았는데 은퇴 선언이라니‥, 충격적이다"라고 말하며 말문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은퇴선언에 동정론 일어‥충격요법 성공? = 검은색 정장 차림에 잔뜩 굳어진 얼굴로 회견장에 나타난 강호동은 허리를 90도로 굽혀 전 취재진에게 인사를 한 뒤 미리 준비해 온 기자회견문을 읽어내려갔다.

    "팬 여러분께 실망감을 안겨 드렸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 어떻게 뻔뻔스럽게 TV에 나와 웃고 떠들 수 있겠느냐"고 말할때엔 감정이 북받혀 오른 탓인지 두 눈을 질끈 감고 눈물을 참는 모습도 보였다.

    강호동은 "잠정적으로 연예계를 은퇴하고자 한다"고 밝혀 자신의 은퇴선언이 한시적임을 강조했지만 이번 세금 탈루 의혹이 강호동의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힌 사건이었던 만큼, 이를 회복하고 다시 브라운관으로 복귀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게 다수 연예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단순한 여론무마용 기자회견이 될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기라도하듯 강호동은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폭탄선언으로 또 한번의 승부수를 던졌다.

    강호동과 다수의 프로그램을 함께 하며 친분을 쌓아왔다는 한 방송 관계자는 "강호동 다운 기자회견이었다"며 "강호동은 어려움에 처할때 머리를 굴리지 않고 정면돌파하는 모습을 여러번 보여왔는데 이번 사건 역시 돌아가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히겠다는 평소 모습이 그대로 나온 셈"이라고 풀이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강호동 다운 '충격요법'이 벌써부터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 탈세의혹이 불거졌을 때만해도 강호동에게 날카로운 칼날을 겨누던 네티즌들은 강호동의 은퇴선언 직후 동정론으로 변모하는 분위기다.

    네티즌들은 "강호동은 희생양이다", "고의적인 미납도 아닌데 은퇴까지 하는건 너무하다", "잔말 말고 다시 돌아와라", "강호동 없는 '1박2일'은 앙꼬없는 진빵이다"란 다양한 댓글을 달며 강호동의 은퇴 선언이 성급했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지상파 3사 예능프로그램 "황당" "허탈" "절망‥" = 하지만 얻는 게 있으면 반드시 잃는 게 있는 법.

    여론을 다시 우호적으로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강호동의 '은퇴폭탄'은 지상파 3사에 치유 불가능한 상처를 입히고 말았다.

    당장 MBC '무릎팍도사'는 막을 내려야 한다. 강호동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무릎팍도사 흉내를 낸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다.

    SBS '스타킹'과 '강심장' 역시 MC 후임자를 물색해야 하지만 강호동의 빈 자리를 과연 누가 메울 수 있을지, 또 그 자리에 대타로 출연할 만한 '강심장'의 소유자가 과연 있을지도 의문이다.

    집단 MC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1박2일도 심각한 타격을 입기는 마찬가지다. 이미 6개월 후 종영을 예고한 1박2일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종영일이 앞당겨 질 수도 있다.

    각각의 프로그램마다 강호동이 차지했던 비중이 막대했던 만큼 순차적으로 폐지 혹은 포맷변경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는 게 방송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강호동의 기자회견 직후 각 방송사 제작 수뇌진은 비상 대책회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강호동의 결심이 워낙 확고한 탓에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

    강호동에게 러브콜을 보냈던 종편 관계자들도 허탈해 하기는 마찬기지다.

    한 관계자는 "이미 프로그램 포맷도 다 짜놨고 강호동의 합류 여부만 남은 상태였는데 일이 이렇게 꼬여 당혹스럽다"면서 "강호동이 아닌 다른 MC를 염두에 두고 기획을 다시 해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