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등록금, 국공립대학 정원 확대가 핵심
     대학진학률 79%인데 국공립대 정원 비중 17%에 불과
     변희재, pyein2@hanmail.net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의 ‘반값 등록금’ 정책으로 대학가는 물론 대한민국 전체가 들썩거린다. 딱히 황대표의 발언보다도 그 만큼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었기 때문이다. OECD 통계자료 기준으로 대한민국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등록금이 비싼 나라라는 정확한 증거도 있다. 그러다보니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0% 이상이 등록금 인하에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여론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갑작스럽게 국민세금을 투입해 등록금을 지원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섬세한 논의도 필요하다. 이에 대해서는 ‘weekend 매경’의 인터넷판 6월 3일자 기사 ‘대학등록금이 무서워’가 가장 돋보이는 기사였다. 매경은 한국과 미국의 대학체계와 등록금을 비교분석했다.

    “미국은 사립대학이 전체 대학의 30% 안팎이다. 생활비까지 합해 수억 원씩 드는 아이비리그 사립대를 가기 어려운 학생들은 주립대학에 진학한다. 주립대 중에도 명문이 많다. 미국 주립대 등록금은 1인당 평균 5943달러다. 우리나라 국공립대 등록금 4717달러와 크게 차이가 없고 사립대 등록금 8519달러보다는 오히려 훨씬 싸다. 소득(1인당 GDP)이 두 배 차이가 나는데 등록금은 비슷하니 실제 부담은 더 적다.

    한국 대학생이 전체 고등교육기관(일반대, 산업대, 전문대 합계) 중 사립에 재학하는 비중이 무려 87%다. `대학생`이라고 불리면 거의 대부분 사립대를 다닌다고 보면 된다. 이 비중은 OECD국가 중 단연 가장 높다“

    한국 대학 등록금이 비싼 이유는 17%에 불과한 국공립대 비중 탓

    매경은 이런 자료를 근거로 “말하자면 `한국 대학의 등록금이 비싸다`는 명제는 `한국 대학 대부분이 사립대학이다`는 사실과 연관이 깊다”고 진단한다. 그러다보니 매경은 교과부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하여 "예를 들어 국민적 합의로 2조원을 마련했다고 칠 때, 이 돈을 연간 등록금 400만원인 국립대생에겐 200만원씩, 등록금 800만원인 사립대생에겐 400만원씩 나눠주는 것이 맞나 아니면 똑같이 주는 것이 맞냐"고 반문했다. 그는 "부실대학의 학생에겐 어떻게 해야 할지, 전문대생은 얼마나 지원해야 할지, 대학을 못 간 극빈층은 혜택을 못받는 것이 정당한지, 대학재정에 지원할지, 학생 개개인을 소득구간에 따라 지원할지 등등 복잡미묘한 문제가 첩첩산중으로 쌓여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오히려 매경 측의 이러한 진단에 동의한다면 해법은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다. 국공립대학의 비중을 현재의 13%에서 최소한 미국 수준인 70%대로만 올려주면 되는 것이다. 어차피 현재에도 국공립대학의 등록금이 사립대의 절반 수준이니, 국공립대학의 비중만 높이면 자연스럽게 반값 등록금이 실현되는 것이다.

    미국의 사립대학이 평균적으로 연간 2만달러의 고액의 등록금을 받고 있어도 사회적으로 문제가 안 되는 이유는 바로 정원의 70%를 받쳐주고 있는 주립대학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대학경쟁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누구나 저렴한 등록금을 내고 주립대학에 갈 수 있음에도, 2만달러 수준의 사립대학이 학생을 유치하려면 교육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2만달러를 내고도 교육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에 고액 등록금이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한국의 경우 대학진학율이 79%로 전 세계 1위이다. 누구나 대학을 반드시 가야한다는 가치관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국립대학의 정원 비율이 17%밖에 안 되기 때문에 교육의 질과 관계없이 고액의 등록금을 내고 사립대학에 진학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또한 이런 과도한 대학진학률 탓에 사립대학의 경쟁력도 확보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학생수 자체가 줄어들면서 사립대학도 학생 유치에 빨간 불이 켜졌지만, 일단 교육의 질을 따지지 않고 너도 나도 대학을 가는 분위기에서, 사립대학이 경쟁력을 키워야할 이유가 없었다.

    만약 국공립대학의 비중을 70%까지 늘이게 되면, 경쟁력없이 고액의 등록금을 받는 사립대학은 자연스럽게 퇴출된다. 교과부가 알고서도 손을 데지 못하는 불량사학 문제가 저절로 풀리는 것이다.
    문제는 역시 재원이다. 그러나 재원 문제도 지금의 ‘반값 등록금’보다는 보다 탄력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 가장 원론적인 방법은 전국에 국공립대학을 신설하던지, 기존의 대학을 확장하는 것이다. 초기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나, 국공립대학의 경영구조를 개선해낸다면, 중장기적으로 투입되는 세금은 줄여나갈 수 있다.

    국공립대학의 정원 3배수로 늘여보자

    국가 재정구조 상 이런 방법이 무리가 있다면, 기존의 국공립대학의 정원을 2-3배 이상 늘이는 방법도 고민해볼 수 있다. 당연히 시설 부족 등으로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인터넷을 활용하여 사이버 강좌를 대폭 늘인다면 이를 최소하는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또한 등록금이 무상에 가까운 프랑스식으로 한 학년 올라갈 때마다 성적 미달자를 하차시키면 정원 과다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공부하지 않는 학생에게 국민세금으로 대학에 다니게 할 명분은 없다.

    미국에서 주립대학과 사립대학의 가장 큰 차이는 학생에 대한 책임과 관리에 있다. 고액의 등록금을 요구하는 사립대학은 학생들을 철저히 관리하며 책임을 진다. 반면 주립대학의 경우 상대적으로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학업을 수행해야 한다. 이 때문에 객관적으로는 사립대학의 교육의 질이 높은 편이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자기 스스로 공부를 하고 싶은 학생은 사립대 보다도 주립대를 선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에는 아이비리그 대학의 변화를 분석하는 기사에서 하버드대학의 합격생이 저렴한 등록금과 의과대학 진학률을 고려하여 미주리주의 트루먼주립대를 선택한 사례를 소개한 바도 있다.

    안 그대로 한국은 각 대학들의 획일성이 문제가 된다. 특히 국공립대학과 사립대의 교육방식조차 전혀 차이가 없다. 이럴 바에야 반대로 대체 왜 사립대에 비해 반값 등록금의 국공립대학이 존재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차라리 국공립대학의 정원을 대폭 늘여 누구가 저렴한 등록금으로 입학할 수 있으나, 관리보다는 스스로 알아서 학업을 수행하고, 자신의 학점을 책임지는 지금과는 다른 차원의 국공립대학으로 발전시켜보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에서 사립대학을 통제해야할 이유도 사라진다. 최고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사립대학은 등록금을 미국 아이비리그 수준인 연간 5천만원씩 받아도 상관없는 일이다. 어차피 선택은 학생들이 할 테니 말이다.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기여입학제도도 정부에서 막아야할 이유가 없다. 국공립대학의 정원 확대로 경쟁력없는 사립대학은 퇴출될 것이므로, 각자 알아서 생존을 도모해야할 것이고, 기여입학제도 그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졸속 정책에 대해서 언론은 철저히 따지며 새로운 대안 제시해야

    매경은 다음과 같이 기사를 결론지었다.
    “한마디로 우리 사회가 등록금이 비싸다는 명제에 컨센서스를 갖게 되더라도 `반값 등록금`은 단시일에 성사될 사안은 아니라는 말이다. 국회의원 몇 명의 `정치적 구호`로 받아들이기엔 너무 복잡하고 중대한 이슈다”

    5년 뒤, 10년 뒤까지 내다보며 대학교육 전체를 고려하지 않고, 졸속적으로 등록금을 인하하는 정책에 대해 언론은 철저하게 따지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여 여론을 선도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