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상원 여사, 남편 김창룡장군 일대기 출판 기념회"민족문제연구소 사람들 데모에 시달려 딸도 잃어"
  • "민족문제연구소 사람들, 이해할 수 없어요. 그 많은 간첩사건들이 조작이란 말입니까?"
    '간첩 잡는 호랑이' 김창룡 장군의 미망인 도상원(都相媛,85) 여사는 말을 아끼면서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해마다 대전 현충원에 몰려와서 데모하고 남편 묘를 파내라는 겁니다. 실제로 그들이 묘를 파헤치기도 했지요. 억울하고 부끄럽고 분통 터지고 나라 꼴이 한심해서..." 올해는 가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민족문제연구소 측의 데모는 10년 넘게 계속되었다고 한다.

    용산 국방회관에서 1일 오전 11시 개최된 '대한민국 특무부대장 김창룡'(이대인 저, 기파랑 펴냄) 출판 기념회에서 도여사는 현충원에 남편을 모시게 해준 국방부와 기무사령부에 감사하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안양 야산에 버려지듯 40여년간 묻혀있던 김창룡 장군은 1998년에서야 현충원으로 이장되었다. 당시 임재문(林載文) 기무사령관이 큰일을 해주셨다며 손을 잡았다.

  • ▲ 6월1일 국방회관서 열린 김창룡장군 일대기 출판 기념회에서 미망인 도상원 여사.ⓒ뉴데일리
    ▲ 6월1일 국방회관서 열린 김창룡장군 일대기 출판 기념회에서 미망인 도상원 여사.ⓒ뉴데일리

    건국전후 폭동과 학살을 일삼던 남로당 거물들을 속전속결로 잡아내 '간첩 낚시꾼' 별명도 얻었던 김창룡 소장은 1956년 1월 30일 아침 출근길에 원효로 집을 나서자마자 총격을 당해 적십자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하늘이 무너졌지요. 저도 그랬고 이승만 대통령께서도 그렇고...범인을 잡고 보니 공산당이 아니라서 또 한번 충격을 받았습니다."

    김장군은 집에 와서 바깥 일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입밖에 낸 적이 없었다. 그래도 부부인지라 사건 얼마전 부터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어느 날 밤늦게 들어온 남편이 생전처음 바깥 이야기를 꺼냈다. 식당에서 모인 장군들이 자기 양옆자리를 자꾸 피하는게 이상하다면서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때 도여사는 지난 주 밤중에 누군가 집 주위를 살피고 문을 두드리고 다닌다는 말을 들은게 생각났다.
    "아무래도 위험해요. 노리는 자들이..." 공산당으로부터 오랜 세월 계속 위협받고 있었던 터라 겁먹지는 않았지만 이번엔 남편 주변에 가까웠던 분들이 조여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사건 수사에 의하면 그날 식당에서 장군들이 김창룡을 불러내 저격하려다가 실패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너무 강직해서, 부정부패를 혼자 힘으로 뿌리뽑으려다가 그만...그분은 나라를 위해 태어났습니다. 결혼생활 10여년동안 동거한 기간이 몇년 안됩니다. 군부대서 살고 사무실서 먹고자고...어쩌다 집에 오면 아이들 얘기 하는게 고작이었죠." 집 없이 떠돌아다니다가 정부에서 처음 '좋은 집'을 원효로에 마련해주었지만 그 집이 마지막이 될 줄이야...1년도 못 살고 남편을 잃은 채 거리로 나서야 했다.

    혼자 힘으로 1남3녀를 키우며 온갖 중상모략을 견디고 견디다가 결국 70년대초 남미로 이민을 떠나고 말았다. 지금도 장남 김경진(61)씨는 브라질에서 살고 있다. 험난한 타국 생활 20년만에 다시 귀국하여 우연히 대전에 정착했는데 "남편이 대전으로 따라왔으니 뒤늦게나마 함께 사는 셈인가요?" 처음 미소를 보인다.
    "큰 딸이 애만 쓰다가 허망하게 갔답니다. 불쌍한 것..."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하겠다며 동분서주하던 김미원씨는 민족문제연구소 측과 재판하고 싸우다가 화병을 얻어 60세에 숨지고 말았다.
    "법원이 화해하라더군요. 근거도 없는 걸 가지고 싸우지 말라고요. 근거가 없다니요? 엄연한 국가 기록들은 근거가 못된답니까?"

    도여사의 남은 희망은 어머니를 독립유공자로 모시는 일이라고 했다.
    항일투쟁을 벌였던 도정호(1903~1930)씨의 외동딸인 도여사는 아버지를 도와 3년 옥살이까지 했던 어머니 이고명(1906~1996)씨에게도 훈장을 선물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갈수록 거꾸로 가는 세상입니다. 공산당 잡은 게 왜 죄가 되는지, 조작이라고 우기는 그들이 역사를 조작해서 나라와 국민을 조작의 구렁텅이로 몰아갑니다. 진실은 살아있다는데 호소할 데도 없고 알아주는 사람도 없어지니..." 남편 김창룡의 진실을 담아낸 책을 품에 안고 쓰다듬었다.

    이덕기 연구소장(충호안보연합)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출판기념회에서 축사에 나선 임재문 전 기무사령관(충호안보연합 이사장)은 "공산세력의 총공세를 막아낸 김창룡 정신을 이어 받아 자유민주주의를 반드시 지켜내자"고 강조했다. 류기남 회장(철도 참전유공자회)은 "김창룡 특무부대장이 없었으면 대한민국도 이승만도 박정희도 없었을 것"이라며 "역사의 진실을 이 책으로 전국민에게 알려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