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장 대한민국 (22)

    집무실로 들어선 노영호 소련이 경례를 했으므로 나는 머리를 끄덕였다. 경무대의 집무실 안이다.
    지난 2월 수도사단을 찾아가 노영호를 만나 후에 이번에는 경무대로 부른 것이다. 노영호가 앞쪽 자리에 앉았을 때 데려온 황규면 비서가 조심스럽게 옆쪽에 앉는다.

    오후 6시쯤 되었는데도 6월초의 창밖은 밝다. 열려진 창을 통해 서늘한 바람과 함께 땅 냄새가 맡아졌다. 흙과 풀 냄새가 섞인 대기는 향기롭다. 심호흡을 한 내가 노영호를 보았다. 긴장한 노영호는 무릎위에 놓인 손이 주먹으로 변해졌다. 그 때 내가 말했다.

    「대한민국은 네 아버지가 세운 나라와 같고 또한 너는 대한민국을 지키는 국군 소령이다. 그래서 나는 너한테 몇 가지 물어보려고 불렀다.」
    노영호의 몸이 더 굳어진 것 같았고 조용한 방에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말을 이었다.
    「네가 군부대에 있을 테니 잘 알 것이다. 요즘 군의 사기는 어떠냐?」
    「사기는 높은 편입니다.」
    노영호가 똑바로 나를 응시한 채 말했다.
    그 눈동자를 보면서 나는 노영호가 정직하게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바라던 바다. 내 시선을 받은 노은 노영호가 말을 잇는다.

    「하지만 아직 체제가 잡혀있지 않고 부대 훈련이 부족합니다. 공비 소탕으로 실전 경험은 갖췄지만 중화기가 부족하고 각 부대 간의 연대도 원활하지가 못합니다.」
    「지휘관의 자질은?」
    「예, 그것은.」
    다시 침을 삼킨 노영호가 나를 똑바로 보았다.
    「제 사단장님은 훌륭하십니다.」
    이종찬 대령을 말한다.

    노영호가 말을 이었다.
    「저도 장교가 되면서 최고지휘관의 명령에 절대 복종하는 것을 교육 받았습니다. 대부분의 일본군 출신 고급장교는 나중에 친일로 심판을 받을지언정 대한민국에 충성을 할 것입니다. 다만.」
    「아직도 군에 좌익의 뿌리가 있단 말이냐?」
    「많이 소탕 되었습니다만 아직도 하급 장교와 하사관을 중심으로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군의 활동에 위협이 될 정도인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만일 북한군이 남침을 한다면 네 생각에는 물리칠 수 있을 것 같으냐?」

    내가 묻고 싶었던 말이다. 남북한의 전력, 국내외 상황은 내가 노영호보다 몇 십 배 더 안다.
    나는 현역 국군 장교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 노영호는 전쟁이 일어나면 직접 싸우게 될 군인이다.
    그때 노영호가 말했다.

    「기습 공격을 당하면 초반에는 밀리게 될 것입니다.」
    나는 시선만 주었고 노영호의 말이 이어졌다.
    「공산당은 대한민국이 금방 넘어간다고 선동하지만 그렇게 안 됩니다. 곧 반격을 하고 오히려 북한을 수복하게 될 것입니다.」
    「그 이유는?」

    또 다른 신성모를 보는가 싶어서 내가 정색하고 물었더니 노영호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첫째 체제의 우월성입니다. 해방 후 5년 동안 북한 체제는 국민들을 탄압하는 강압 정치를 해왔습니다. 토지개혁도 경작권만 주었을 뿐이지 땅은 공산당 몫입니다. 농민들도 속았다고 합니다.」

    노영호의 말이 이어졌다.
    「둘째 전쟁으로 남한 국민이 뭉치면 인구도 두 배나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