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에게 '무엇을 해줄까' 말고 '무엇을 맡길까'로
  • 한나라당은 지난 지자체 선거에서 30대에서 35%의 격차, 20대에서 20%의 격차로 야당에 패배했다.
    청년층에 참담한 패배를 당한 이후 정부와 여당에서는 두 가지의 기류가 나타났다.
    하나는 청년층에 대한 무조건적 야합이다. 매체의 성격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너도 나도 트위터를 개설한다. 또한 친노좌파 정치세력의 정권 탈환을 위한 정치적 선동 도구로 이용되고 있는 김제동과 김미화에 대해 맹목적으로 옹호하기도 한다. 이들을 옹호해주면 청년층의 지지를 되살릴 수 있다는 판단을 하는 어리석은 자들의 행태이다.

    다른 하나는 청년층을 위한 정책을 적극 내세우는 기류이다.
    대통령이 직접 서울시강북창업센터를 방문해 청년창업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두 번째 기류는 첫 번째 기류보다는 훨씬 더 긍정적이고 생산적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또 한 가지의 기류가 보강되어야 실질적 정책 효과와 청년층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

    바로 청년층 스스로에게 정책 참여의 장을 열어주는 것이다.

    최근 한나라당의 김용태 의원과 진성호 의원은 ‘청년의 청년에 의한 청년을 위한’ 매우 이상적인 정책 모델을 제시했다. 바로 프리보드 시장 활성화와 웹하드 합법화 정책들이다 김용태 의원과 진성호 의원은 평소부터 청년세대와 격의없이 지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이 내세운 정책들 역시 바로 끊임없이 청년들과 소통하면서 청년들의 바람을 정책으로 구현한 것으로 보인다.

    불법 웹하드 시장의 주역 30대

    불법 웹하드 시장의 주역들은 30대들이다. 30대들이 불법 웹하드 시장을 주도하는 이유를 따지면 대한민국 인터넷 경제사의 비극이 보인다. 김대중 정권 시절 벤처시장 육성을 통해 이른바 386세대들이 인터넷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재 인터넷경제의 최대 권력인 네이버와 다음의 창업주인 이해진, 이재웅 등이 모두 386세대이다.

    지금의 30대, 즉 10년 전의 20대들은 386세대와 동시에 혹은 조금 늦게 인터넷 사업을 시작했다. 멈출 줄 모르고 성장하던 인터넷경제는 벤처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초기에 시장을 선점한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에 의해 독점화되었다. 이때부터 386세대를 따라가던 70년대생들의 앞길은 포털이라는 거대한 벽에 막혀버렸다. 그로 인해 제휴 마케팅 등 인터넷 니치 마켓에서 전전긍긍하던 30대들 중 최소한의 자본을 확보한 기업가들이 노무현 정권 말기부터 하나 둘 웹하드 시장에 뛰어들었다.

    물론 이 시장 역시 불법 웹하드를 지원해온 노무현 정권과 유착된 386세대들이 선점을 시작했다. 그러나 불법 시장이라는 특성 상 조금 더 불법을 저지르면 쉽게 따라잡을 수 있는 특성이 있었기 때문에 30대들도 웹하드 상위업체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현재 약 430개로 파악되는 웹하드 소유주들의 상당수는 30대들이 되었다. 즉 30대에서 그래도 가장 사업을 잘하는 인물들 대다수가 불법 웹하드 시장으로 모여든 것이다.

    진성호 의원의 정책 제안 이유에 ‘청년’ 관련 단어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단지 불법 시장을 바로잡아 콘텐츠 제작 시장과 유통 시장을 동시에 성장시킨다는 취지 뿐이다. 그러나 한국 인터넷 경제의 왜곡된 역사 탓에 웹하드 합법화 정책은 그 어떤 청년 지원 정책보다도 청년을 위한 정책적 효과를 내게 된다.

    세대 자본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다면 30대들이 만들어내 자본은 대기업 3세와 4세 등을 제외하면 모두 약 1조원대 웹하드 시장에 묶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개별시장에서 386세대의 독점 권력에 20대와 30대들이 밀리고 있는 반면, 웹하드 소유주들만이 유일하게 386세대와 불법 시장에서 경쟁하여 따라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축적한 자본을 풀며, 30대와 20대 청년기업가들에게 투자하는 것은 물론 마케팅 능력을 전수하며 청년세대 전체의 경제력을 키워내야 한다. 꼭 386세대와 경제 전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경제는 성장하는데 청년층 일자리는 오히려 줄고 있는 역설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방책이라는 것이다.

    30대 웹하드 소유주들의 사회적 의무는 투자를 통한 청년 일자리 창출

    그러나 시장 전체가 불법으로 점철되면서 언제 어느 상황에서 문광부나 검찰의 단속에 걸릴지 모르는 불안감 탓에, 이들은 바지사장을 앉히며 음성적으로 확장하여 연간 수백억원대를 벌 수 있는 웹하드 사업 이외의 다른 사업에는 좀처럼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물론 인터넷판이 포털 독점으로 퇴락하면서 웹하드 이외에 도무지 수익모델을 찾을 수 없는 문제도 있다.

    필자는 합법화 의지가 있는 동료 30대 웹하드 소유자들에게 콘텐츠유통기업협회 회장직을 수락하면서 다음과 같은 단순한 사항 하나만을 요청했다.

    “합법화 모델이 성공하면 마음놓고 사업할 수 있고, 콘텐츠 제작 시장과 유통시장이 동시에 성장하면서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를 반드시 해낼 테니 당신들은 기부 같은 것은 생각도 하지 말고 동료 30대와 20대 청년기업가들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여 동반 성장하며, 실업난에 허덕이는 동료 청년층 일자리 창출에만 전념해달라”

    웹하드 합법화 정책에는 국민세금이 거의 들지 않는다. 오히려 노무현 정권이 잘못 만들어놓으면서 임기응변식으로 저작권 단속에 투입되고 있는 연간 300억원대의 국민세금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좌파적 관점에서 청년지원 정책을 주장하고 있는 우석훈 박사는 청년들에게 정부에 더 많은 지원예산을 투입해달라 요청할 것을 주문한다. 우박사는 필자와 함께 한 소통포럼의 청년 토론회에서도 4대강에 투입되는 예산을 모두 청년 일자리 창출에 투입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신재민, “20대와 30대를 정책의 객체가 아닌 주체로 봐야”

    필자는 우석훈 박사의 진정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나, 이런 방식의 청년 지원정책은 그때나 지금이나 적극 찬성할 수 없다. 시장 활성화 정책이 뒤따르지 않으면 청년지원 자금은 청년부채가 되든지 국가 부채가 되고 만다. 이는 장기적으로 청년들의 미래에 결정적인 장애물이 될 것이다.
    그 점에서 세금 하나 들어가지 않는 웹하드 합법화 정책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청년 정책이다.
    이렇게 시장의 틀을 바로잡으면서 청년 지원책이 나와야 실질적 효과를 볼 수 있다.

    진성호 의원이 웹하드 합법화 정책이 청년정책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정책을 발표했는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필자가 아는 한에서 진성호 의원이 꾸준히 기업가들을 포함한 청년들과 대화를 해왔다는 점이다. 74년생 프리보드기업협회 송승한 회장과 대화하면서 프리보드 활성화를 위한 청년창업 정책을 추진하는 김용태 의원의 사례와 함께, ‘청년을 위한 정책’이 되려면 ‘청년에 의한 정책’이어야 한다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신재민 장관 내정자도 평소에 “청년들을 정책의 객체로 보지 말고 정책의 주체로 봐야한다”고 주장해왔다. 실제로 신재민 장관 내정자 역시 유인촌 장관과 함께 틈나는 대로 청년들과 대화하면서 웹하드 합법화 정책을 구상해왔다. 청년들이 닥친 어려움은 청년들 스스로 가장 잘 알고, 깊은 고민 속에서 정확한 정책 포인트를 잡아낼 수 있다는 믿음이다. 만약 현재 대한민국의 20대와 30대에게 이런 정도의 정책 능력조차 없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포기하는 게 맞다.

    미국의 오바마 정권의 경제 3역이 모두 30대이고, 영국의 캐머런 내각의 주요 장관 3인이 30대이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을 부지런히 따라잡아야할 대한민국에는 장관은커녕 30대 국회의원 한 명도 없다. 이렇게 해서 어떻게 10년 뒤에 세계 7강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인가?

    이제는 20대와 30대 스스로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일을 맡겨야 한다. 설사 경험이 부족해 실수를 저지르더라도 10년 뒤의 국가의 미래를 위한 시행착오라 받아들일 자세를 갖춰야 한다.

    역대 어느 정권보다 청년지원정책에 대해 관심을 쏟고 있는 이명박 정부, 그러면서도 역대 어느 정권보다 청년들에게 미움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정부, 이 딜레마를 푸는 방법은 ‘청년들에게 무엇을 해줄까’라고 고민을 해온 시간의 절반을 ‘청년들에게 무엇을 맡길까’라는 고민으로 바꾸는 일이다.

    아예 국민세금을 모두 쏟아부어 대학등록금과 취업준비자금 등으로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20대 좌파들까지 포함하여 뭐 하나라라도 정책을 고민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모든 청년들을 정책의 장으로 끌어들여, 그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기회를 주는 일, 이것 역시 별다른 세금투입 없이 당장이라도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다. 
    <변희재 /객원논설위원/미디어워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