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이 월드컵 원정 첫 16강 진출을 위한 교두보 마련에 성공했다.

    12일(한국시간) 오후 8시 30분 남아프리카 공화국 포트 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그리스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 나선 한국은 전반 7분과 후반 7분 이정수와 박지성이 그림같은 골을 작렬시키며 2:0 완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는 공수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룬 한국팀의 일방적인 경기였다. 마치 연습 경기라도 하듯 전혀 흔들림 없는 수비와 미드필더의 압박 플레이는 탁월한 체격과 신장을 자랑하는 그리스의 공격진을 무력화 시켰다.

    전반 7분, 후반 7분 그림같은 슈팅 성공

    경기 내내 그리스의 숨통을 죄는 강한 압박플레이로 한 수 위의 기량을 선보인 한국은 전반 7분만에 한 골을 기록하는 등 내용과 결과면에서 만점에 가까운 활약을 펼쳤다.

  • ▲ 12일 밤(한국시간) 포트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B조 첫경기 한국-그리스 경기에서 첫골을 넣은 이정수가 기성용과 기뻐하고 있다.
    ▲ 12일 밤(한국시간) 포트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B조 첫경기 한국-그리스 경기에서 첫골을 넣은 이정수가 기성용과 기뻐하고 있다.

    전반 7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기성용이 날카로운 프리킥을 올리자 이정수가 골문으로 쇄도, 오른발로 가볍게 선제골을 성공시킨 한국은 전반 16분과 17분, 25분 날카로운 공격을 재차 시도하며 그리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특히 차두리가 오른쪽 사이드에서 폭풍같은 드리블을 선보이며 질주, 상대팀 깊숙히 침투해 건네 준 공을 이청용이 이어받아 그리스 문전으로 향하는 순간 수비수 2~3명이 이청용을 둘러싸며 넘어뜨리는 모습을 보였다. 카메라에는 상대팀 수비수가 이청용의 엉덩이를 밀치는 장면이 보였으나 심판은 이를 파울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에도 전반 18분 김정우가 상대팀에서 흘러나온 공을 아크 중앙에서 받아 수비수를 제치려는 순간, 커트 당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상대적으로 수비수의 숫자가 적어 당시 돌파가 성공했다면 또 한번의 좋은 찬스를 맞을 수도 있었다.

    그리스는 한국팀의 강한 압박에 기가 눌린 듯 자기 팀 진영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간헐적으로 롱패스를 이용한 침투 공격을 시도하긴 했지만 유효 슈팅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전반 21분엔 박주영이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침투, 오른발 슈팅을 날렸지만 각도가 다소 빗나가며 골대 옆쪽으로 공이 흐르고 말았다. 박지성은 전반 25분 공을 몰고 가다 상대팀 페널티라인 오른쪽에서 수비수 몸과 부딪히며 그라운드에 넘어졌으나 이 역시 휘슬이 울리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전반 27분엔 한국이 전반전 중에서 가장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으나 안타깝게도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 

    역습 기회에서 미드필더로부터 공을 건네 받은 박주영이 빠른 드리블로 골대 정면까지 움직여 오른발 슈팅을 날렸지만 그리스 골대 상단 그물에 걸리는 장면이 연출된 것.

  • ▲ 12일 밤(한국시간) 포트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B조 첫경기 한국-그리스 경기에서 차두리가 상대 선수와 볼을 다투고 있다.
    ▲ 12일 밤(한국시간) 포트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B조 첫경기 한국-그리스 경기에서 차두리가 상대 선수와 볼을 다투고 있다.

    이외에도 전반 39분 차두리가 폭풍질주로 상대팀 미드필드 진영을 휘저으며 과거 공격수 시절의 포스를 느끼게 해줬고 투톱으로 나선 염기훈은 좌우를 가리지 않는 활기찬 플레이를 선보이며 그리스 수비진을 철저히 농락했다.

    전반 내내 한국팀은 미드필더에서부터 강한 압박을 가하며 박주영을 이용한 영리한 플레이를 전개, 여러차례 결정적인 슈팅 찬스를 만들어 냈다. 반면 그리스는 철저히 수비 위주의 전략을 고수, 롱패스에 의한 역습에만 의존하는 모습을 보여 대조를 이뤘다.

    후반 그리스 '교체 멤버' 분전, 코너킥 허용 잦아져

    전·후반 내내 4-4-2 포메이션을 유지한 한국은 기성용 김정우 박지성 이청용이 쉴새 없이 그리스의 미드필드 진영을 휘저으며 그리스의 전투(?) 의지를 상실케 하는 압도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후반 7분 박지성의 그림같은 슈팅이 상대팀 골문을 가른 이후 경기장 분위기는 완전히 한국 쪽으로 돌아섰다.

    후반 경기에서도 전반 못지 않은 활발한 움직임으로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던 한국은 박지성이 상대팀 왼쪽을 가로지르는 대담한 드리블을 선보이며 반박자 빠른 슈팅을 날려, 점수를 두 골 차이로 벌린 것.

    특히 윙백인 차두리와 이영표는 공격수를 능가하는 저돌적인 모습을 선보이며 또 하나의 공격 옵션으로서 그리스 수비진의 허를 찌르는 지능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후반 19분에는 오른쪽에서 올려준 볼이 박주영의 머리에 맞았으나 골문 위를 훌쩍 넘겨 아쉬움을 남기기도.

    반대로 그리스는 선수 교체까지 단행하며 공격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노력했으나 후반 초반까지 한국의 파상공세에 밀려 좀처럼 공격다운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그러나 후반 26분에 접어들면서 그리스 교체 선수들의 움직임이 살아나며 한국팀의 문전을 위협하는 모습이 연출, 한 두차례 아찔한 순간을 맞기도 했다.

    특히 그리스의 코너킥 숫자가 눈에 띄게 증가하며 장신을 이용한 고공플레이가 슈팅으로 연결되는 장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 ▲ 12일 밤(한국시간) 포트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B조 첫경기 한국-그리스 경기에서 박지성이 추가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 12일 밤(한국시간) 포트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B조 첫경기 한국-그리스 경기에서 박지성이 추가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후반 막판, 그리스 '기진맥진'…사실상 자멸?

    이에 따라 한국은 후반 30분 김남일을 기성용과 교체 투입해 수비의 안정화를 꾀했다. 또한 후반 41분에는 박주영이 나가고 이승렬이 투입돼 신예 선수에게 월드컵 경험을 쌓게 하는 감독의 배려도 돋보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간헐적으로 이어지던 그리스의 공격 횟수는 눈에 띄게 숫자가 줄어들었고 선수들 대부분이 체력적으로 급격히 저하된 모습을 보이며 후반 중·후반 이후부턴 다시금 한국팀의 일방적인 경기가 이어졌다.

    특히 그리스는 공수 전환에서 대단히 느린 모습을 보이며 한국에게 여러차례 안방을 내주는 플레이를 펼쳐 스스로 경기 주도권을 빼앗기는 우를 범했다.

    박주영과 짝을 이룬 염기훈의 움직임도 돋보였는데 이날 경기에서 좌우 진영을 폭넓게 활용하며 공격의 활로를 뚫는 역할을 100% 수행했다. 후반 막판 상대팀 왼쪽을 단독 돌파에 오른쪽 대각선으로 달려든 이청용에게 볼을 찔러주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결국 한국팀의 미드필더와 포백 수비라인 공략에 실패한 그리스는 한국에 0:2로 무릎을 꿇으며 16강 진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반대로 한국은 목표한 대로 그리스에 승리를 거둠에 따라 한층 여유를 갖고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를 상대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