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곳엔 전혀 다른 소리와 색깔이 있다

    뉴 카이로의 동부에 자리한 이슬람 카이로Islamic Cairo . 이곳은 이집트 이슬람화의 거점이었으며
    3백 개가 넘는 중세 이슬람시대의 역사적 건축물이 남아있다.
    유네스코는 이 지역 전체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세계 3대 종교의 하나인 이슬람교는 유일신 알라Allah를 신앙하는 종교이다.
    이슬람이란 아랍어로「신에게 절대귀의·복종한다」는 뜻이다.
    7세기 초, 예언자 무함마드가 아라비아반도의 메카Mecca 교외에 있는
    히라 산Hira Mt.의 동굴에서 대천사 가브리엘Gabriel이 전하는 신의 계시를 받고 창시한 종교이다.
    지금은 모스크가 카이로의 상징이다.
    카이로에만 3백 개가 넘는 모스크와 1천 개 가까운 첨탑minaret이
    있다. 매일 하루 다섯 번 모스크의 첨탑에서 「알라는 위대하다. 알라 외에는 신이 없다.
    이제 예배시간이 되었다.」 이렇게 기도 시간을 알리는 소리 아잔Azan이 울려 퍼진다.
    낮에는 이슬람교의 성지 메카를 향해 거리에서 기도하는 이집트인들을 볼 수 있다.

    중세의 냄새 이슬람 냄새 이집트 냄새

    이슬람 카이로의 거리를 거닐어보면 마치 중세의 이슬람 세계에 와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중세의 향수가 깃들어 있는 좁다란 거리에 흰 이집트 전통복장 갈라베야galabeya를 입은 남자들이나 검은 베일로 얼굴을 가린 여자들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띈다. 양고기나 채소를 실은 짐수레를 끄는 당나귀, 아랍문자로 된 상점의 간판들, 사람이 득실거리고 쓰레기가 넘쳐나는 거리들, 이렇게 이슬람 카이로에는 뉴 카이로와는 전혀 다른 소리와 색깔이 있다. 하지만 가장 아랍적인 것은 그곳의 냄새이다. 이집트의 독특한 향신료 냄새, 마늘을 먹는 이집트인들의 몸내, 그리고 말과 당나귀에서 나는 독특한 냄새, 길가 상점에서 양고기를 굽는 냄새, 이런 것들이 뒤범벅이 된 이슬람 냄새 아니 이집트 냄새로 가득 차 있다.
    이곳 뒷골목에 자리한 전통가옥에서 마슈라비야mashrabeya를 볼 수 있다. 이것은 아랍어로 「마시는 장소」라는 뜻으로 나무로 만든 격자 모양의 창문이다. 창안이 통풍이 잘되고 시원하기 때문에 물 단지를 둔 데서 유래되었다.

    여자 눈 화장은 '벌레 쫓기'...머리카락 빼고 모든 털을 깎는다

    이곳은 주부들의 유일한 자유공간이다. 격자창문 안에서는 밖을 내다 볼 수 있으나 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는다. 중세에 여자는 다른 남자에게 얼굴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이슬람의 전통 때문에 여성들의 외출이 거의 허용되지 않았다. 심했을 때는 여자들이 아예 밖에 나가지 못하도록 여자용 신발을 만들지 못하게 한 적도 있었다. 따라서 주부들이 밖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장소였다.
    이슬람 여성들은 외출할 때는 차도르chaddor로 몸을 가리지만 집안에서는 화려하게 옷을 입는다.
    유난히 눈언저리의 화장을 검은색이나 검푸른 색으로 짙게 한다. 이것은 화장이라기보다는 벌레가 눈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예로부터 전해오는 전통이다.
    그리고 무더위에 몸을 깨끗이 가꾸어야 한다는 이유로 이슬람 여자들은 머리털만 제외하고 온몸의 털은 모두 제거한다. 마슈라비야의 내부를 실제로 보려면 올드 카이로의 콥트 박물관에 가면 2층 전시실의 창문이 모두 마슈라비야로 되어 있어 볼 수 있다.

  • ▲ 시타델 성채. 모카담 언덕에 있는 800년간 통치자의 거성. 
    ▲ 시타델 성채. 모카담 언덕에 있는 800년간 통치자의 거성. 


    십자군 침공 막은 카이로 수호요새 '시타델'

    이슬람 카이로는 남부의 시타델Citadel 성채 일대와 북부의 아즈하르 모스크Azhar Mosque 일대로 나뉜다. 아즈하르 일대는 뉴 카이로가 생기기 전까지 카이로의 중심지였다. 파티마 왕조시대에 건설된 동서 1㎞, 남북 1.5㎞의 성곽도시로 성벽으로 둘러 싸여 있다.
    성벽에는 푸트흐 문Bab Futuh:정복의 문, 나스르 문Bab Nasr:개선문, 주와이라 문Bab Zuwayla 등 8개의 성문이 있고. 중앙에 무이즈 거리가 남북으로 성안을 관통하고 있다.
    이슬람 카이로의 대표적 볼거리로는 시타델, 무함마드 알리 모스크, 술탄 하산 모스크, 리파이 모스크, 아즈하르 모스크, 이슬람 예술 박물관, 죽은 자의 마을 그리고 재래시장 칸 엘-칼릴리 등을 들 수 있다.
    카이로의 남동부에 높이 110m의 민둥산에 가까운 석회암 언덕이 남북으로 길게 뻗어있다.
    모카탐 언덕Moqattam Hills이다. 이 언덕 위에 성채 시타델이 있다. 시타델이란 영불 공통어로 「성채」라는 뜻이다. 1176년에 착공하여 1183년에 완공한 이 성채는 반 십자군의 영웅이며 아이유브 왕조의 창시자인 살라딘Salah al-Din이 십자군의 침공으로부터 카이로를 수호하기 위해 세웠다. 성벽의 길이가 2,100m나 되는 큰 성채로 주로 모카탐에서 채석된 돌을 쌓아 만들었으나 일부는 기자의 피라미드에서 가져와 이용했다. 원래 피라미드를 만들기 위해 모카탐에서 가져간 돌이 3천 5백년 만에 돌아왔다.

    터키에 도전한 2개의 모스크...군사박물관은 북한이 지어줘

    12세기부터 19세기까지 약 8백 년 동안 시타델은 이집트 통치의 거점 겸 통치자의 거성으로 사용되었다. 성벽 안에 무함마드 알리 모스크를 비롯하여 군사 박물관, 경찰 박물관, 나세르 무함마드의 궁전 터 그밖에 많은 기념비가 있다. 박물관 앞에 십자군과 맞서서 이집트를 지킨 전쟁 영웅 살라딘의 동상이 서 있다. 군사 박물관은 북한이 지어준 것이다.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시타델에 들어서면 첫 눈에 띄는 것이 왼쪽에 자리한 무함마드 알리 모스크Mohammed Ali Mosque이다. 이집트 근대화의 아버지 무함마드 알리가 1824년에 착공하여 그가 죽고 8년이 지난 1857년에 그의 아들 사이드 파샤 때 완공했다. 당시 오스만 터키로부터 독립하려고 마음먹고 있던 알리는 술탄군주만이 두 개의 첨탑을 가진 모스크를 세울 수 있다는 불문율을 의도적으로 깨버렸다. 그는 이스탄불의 대 모스크 성 소피아와 맞먹는 모스크를 세워 오스만 터키의 술탄에게 도전장을 보냈다.

    프랑스에 오벨리스크 선물...파리 콩코드 광장에

    높이 84m의 2개의 높은 터키 식 첨탑과 큰 돔을 가진 이 모스크는 본당과 사흔sahn: 안마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로 52m, 세로 54m의 안마당은 하얀 대리석 기둥과 아치 위에 작은 돔 지붕으로 된 회랑으로 둘러싸여 있다. 안마당의 서쪽 끝에 1846년에 프랑스 왕 루이 필립이 선물한 구리로 만든 시계탑이 서 있다. 이것은 알리가 룩소르 신전의 입구에 서 있던 두 개의 오벨리스크 중 하나를 프랑스에 선물한 것에 대한 답례로 보내온 것이다. 오벨리스크는 현재 파리의 콩코드 광장에 서 있다. 모스크의 내부는 한 변이 41m의 본당이 있고 그 중앙에 높이 52m, 직경 21m의 큰 돔이 있다. 4개의 기둥과 작은 반 돔이 그 주위를 둘러싸면서 중앙 돔을 떠받치고 있다.
    그 밖에 메카의 방향 키블라qiblah를 가리키는 미흐랍mihrāb과 높은 설교대 민바르minbar가 있다. 「앨러배스터 모스크」라는 별명에 걸맞게 본당의 벽과 기둥이 아름다운 색상의 앨러배스터Alabaster: 설화석고로 장식되어 있다. 이집트의 모스크로는 드물게 오스만 터키 양식으로 건축되어 이스탄불의 블루 모스크를 연상케 한다.

  • ▲ 무하마드 알리 모스크의 내부. 교회처럼 많은 등과 샹들리에, 스테인드 글라스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 무하마드 알리 모스크의 내부. 교회처럼 많은 등과 샹들리에, 스테인드 글라스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타부를 깬 아라베스크의 화려한 장식...무함마드 알리 棺 안치

    이슬람교에서는 우상숭배를 철저하게 금지한다. 그 때문에 모스크는 내부를 교회처럼 화려하게 꾸미지 않고 기하학적 아라비아 무늬인 아라베스크arabesque로 장식하고 그 위에 코란에서 따온 아랍어 구절을 여러 가지 서체로 만들어 장식한다. 그런데 이 모스크만은 마치 교회나 성당처럼 많은 등과 샹들리에, 스테인드글라스, 모로코 풍의 반구형으로 된 지붕 돔으로 화려하게 꾸며 놓았다. 천정에서 내려온 수십 개의 램프가 몇 개의 원을 그리면서 모스크 안을 밝히고 있다. 입구의 바로 오른 쪽 모퉁이에 3단의 흰 대리석으로 된 무함마드 알리의 관이 안치되어 있다.
    모스크 서쪽 테라스에서 카이로 시가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해질 무렵에 저녁노을 배경으로 서 있는 아름다운 첨탑을 바라보면서 예배시간을 알리는 아잔을 들으면 이슬람도시 카이로에 와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첨탑들 너머로 멀리 기자의 피라미드도 보인다.

    '죽은 자의 도시' 귀족묘지 위에 20만명이 집짓고 살아

    시타델의 언덕 바로 아래 술탄 하산 모스크Sultan Hassan Mosque가 있다. 이 모스크는 이름 그대로 술탄 나세르 하산이 1356년에 착공하여 7년 걸려서 세운 것이다. 맘루크 왕조시대의 대표적 모스
    크로 이슬람 건축의 걸작으로 꼽힌다. 면적이 7,900㎡에 입구의 높이 38m, 첨탑 높이 82m의 큰 모스크로 이슬람 4대 종파의 학교와 무덤이 함께 있다.
    그 바로 옆에 1869년에 착공하여 1912년에 완공된 리파이 모스크Rifai Mosque가 있다. 이 모스크에 나세르 혁명으로 물러난 파루크 1세의 무덤과 이란 혁명으로 이집트로 망명 왔다가 병사한 팔레비 왕의 무덤이 있다. 녹색의 앨러배스터로 된 홀에 그의 흰 석관이 놓여 있다. 시타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죽은 자의 도시」라고 불리는 중세의 공동묘지가 있다. 아랍어 아라파Al-Qarafa라고 불리는 이곳에 몇 천개의 중·근세 이슬람 왕조시대의 술탄들과 귀족들의 무덤이 있다. 이곳에서는 죽은 자의 무덤 위에 산 사람들이 집을 짓고 살고 있는데 그 수가 20만 명이 넘는다.

  • ▲ 술탄 모스크(왼쪽)와 리파이 모스크(오른쪽). 시타델 아래 나란히 서 있는 카이로의 대표적 모스크.
    ▲ 술탄 모스크(왼쪽)와 리파이 모스크(오른쪽). 시타델 아래 나란히 서 있는 카이로의 대표적 모스크.


    카이로에서 가장 큰 이븐 툴룬Ibn Tulun모스크는 초기 이슬람의 대표적 건축물이다. 툴룬 왕조의 아흐마드 이븐 툴룬이 879년에 착공하여 4년 걸려서 세운 모스크이다. 기하학적 무늬와 꽃무늬로 장식된 129개의 창이 유명하다. 네모로 된 기초위에 솟아 있는 높이 40m의 첨탑에는 바깥으로 나선형의 계단이 꼭대기까지 올라가 있다. 이 모스크에 코란에서 발췌한 문구를 새겨놓은 목판이 걸려 있다. 이븐 툴룬이 비잔틴 제국에 원정 갔다가 아라라트 산Ararat Mt.에서 발견한 노아 방주Noah's ark의 잔해에서 뜯어온 것이라 한다.
    이슬람 카이로의 북쪽 아즈하르 광장에 970년, 파티마 왕조시대에 세운 5개의 첨탑을 가진 아즈하르 모스크Azhar Mosque가 있다. 파티마 왕조의 칼리프가 금요예배를 봤던 모스크이다. 972년에 이 모스크의 부속 신학교로 마드라사Madrasa가 설립되었다. 이슬람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교육기관으로 이슬람 신학과 학문의 중심이 되어 왔으며 많은 종교지도자와 학자를 배출했다. 지금은 아즈하르 대학교가 되었다.

    이슬람 최대의 옛 바자르..."산 값을 동행에게 말하지 말라"

    카이로를 찾는 여행자가 꼭 둘러 봐야할 명소가 칸 엘-칼릴리Khan Al-Khalili이다.
    카이로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재래시장으로 이슬람을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스쿠 엘-칼릴리 혹은 바자르 엘-칼릴리라고도 불린다. 14세기 말에 중동과 아시아를 오갔던 대상들을 위해 이곳에 숙박시설을 만든 것이 계기가 되어 각국의 상인들이 모여들어 거대한 시장으로 발전했다. 지금은 1천여 개의 상점들이 모여 있지만, 중세에는 약 200개의 숙박시설과 1만 2천 개의 점포가 있었다. 당시 이슬람 세계에서 가장 큰 바자르였다.
    이 시장에는 파피루스·향수·카펫·민족의상·귀금속·향신료·가죽 제품·골동품·액세서리 등 없는 것이 없다. 옛날에는 노예까지 거래되었다. 이 시장의 상품은 정가가 없고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과의 흥정으로 가격이 결정된다. 처음 내 놓는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살 수 있다. 다만 산값을 동행자에게도 말하지 않는 것이 하나의 불문율처럼 되어 있다. 같은 상품을 같은 상점에서 사더라도 그 값이 다르기 때문이다.
    쇼핑이 끝난 뒤, 시장에 있는 전통 찻집에서 이집트 풍의 홍차나 터키 풍의 커피를 마시며 다리쉼을 하는 것도 이집트 여행의 좋은 추억거리가 된다. 이왕이면 시장 입구에 있는 〈게벨라위의 아이들Children of Gebelawi〉로 이집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1988년> 나기브 마푸즈의 기념 찻집에서 이집트의 명물 물담배 시샤shisha를 피우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우리 동네 아이들〉로 출판된바 있다.